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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혜랑 Jul 16. 2024

곧게 서고 싶은
덩굴의 소망

사랑

여느 날과 다름없는 도심의 출근시간

나의 출근시간

사람들이 출근하는 시간 

집집마다 두. 세대씩 있는 차를 끌고 집을 등지고 

나오는 시간 교통체증이 심한 것은 당연하다.  


빨간 신호를 즐기는 나를 곧추 세우고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곧추 세우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덩굴식물을 곧추 세우는 

대단한 펜스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분명 나에게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을 때 

주변의 도움과 지지를 받으며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표식이었는지도. 

매장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는 

나에게 주는 일침이라 생각하면서 주변을 또 한 번 둘러본다. 

문득 발견한 덩굴하나 흙들의 토사를 막기 위해 심어둔 덩굴하나 

근처 펜스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마치 저 높은 하늘의 태양을 바라보며 올라가는 어린 소년의 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스르륵 한 편을 썼다.



사랑(환삼덩굴)


혜랑


태초부터 내 몸에는

뼈가 없었을까?

다리는 왜 없는 거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곧게 서고 싶은 마음에 부채질을 한다.

저기 저 나무들은 어떻게 곧게 설 수 있는 걸까?

환삼덩굴의

세상에 곧게 서고 싶은 간절함이

줄기 구석구석에 다리를 만들었고

길가에 떡허니 버티고 있던 펜스가 몸을 내어준다.

환삼덩굴에게 뼈가 생겼고 다리가 생겼고

급기야는 곧게 일어서고 말았다


기적이다


"서로 돕는 손길이 가장 아름다운 손길이다."– 헨리 포드  

환삼덩굴과 펜스는 서로를 돕는 관계다. 펜스는 덩굴이 높이 자랄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덩굴은 펜스를 더 아름답게 덮어주며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 명언은 환삼덩굴과 펜스의 관계를 통해 서로를 이롭게 하는 중요성을 잘 표현한다.



환삼덩굴(Humulus japonicus)은 다년생 덩굴식물이다. 길가, 울타리, 나무, 심지어 건물 벽 등 어디에서나 자라는 강한 생명력과 빠른 성장 속도를 자랑한다. 다른 물체에 의지하여 곧게 서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줄기는 강한 섬유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줄기에는 작은 가시들이  촘촘히 박혀 있어 다른 물체에 쉽게 붙을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환삼덩굴은 자라면서 주변의 구조물에 단단히 고정되고, 그로 인해 더 높은 곳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환삼덩굴의 이러한 성장 과정은 마치 우리의 인생과도 닮아 있다. 우리는 때로는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곧게 서기 힘들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더불어 숲의 작은 포유류와, 곤충, 조류 등은 환삼덩굴의 잎과 줄기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환삼덩굴이  펜스나 나무를 만나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가는 모습은, 우리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주위의 도움과 지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자연이 솔선수범해 보여주는 표본이다..


환삼덩굴의 빠른 성장과 강한 생명력

때로는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때로는 주변의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이 환삼덩굴을 제거하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환삼덩굴은 단지 불편함만을 주는 존재가 아니다. 

때로는 한약재로도 사용되며, 항염, 항균 작용을 하며 

때로는 풍부한 섬유질은 로프나 직물로 사용

이러한 점에서 환삼덩굴은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가치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환삼덩굴은 숲생태계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한다.

침식방지등 토양보호의 안정화

다양한 동물의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

외래식물의 확산을 막는 자연적 장벽 형성

잎이 자라고 지는 순환 속에서 양분순환 촉진

숲의 지표에 온도를 조절하며 기후조절 등등

숲의 생태계에도 많은 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삼덩굴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우리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우리의 삶에서 불편함을 주는 것들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롭고 귀함 그리고 불편함 그 안에 자연의 놀라운 생명력과 적응력 있다. 그리고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이

단순한 식물을 넘어 선생님이 되고 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아프리카 속담-  환삼덩굴이 자연에 주는 이로운 점들을 알고 나니 주변의 물체를 타고 자라나는 모습은, 함께 있을 때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시너지를 담은 이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환삼덩굴이 펜스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주는 교훈이다.  우리는 결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때로는 불편함도 있지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동반성장 동반발전으로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불편함 속에서 발견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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