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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혜랑 Jul 28. 2024

휴가-2일 차

협재해수욕장에서 우주와

늘 바쁜 일상 속에서 자영업자로서의 삶은 바다의 밀물처럼 쉴 새 없이 나를 밀고 당겼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벗어난 오늘 휴가 2일 차! 오랜만에 손자 우주와 함께 협재해수욕장으로의 짧은 여행을 계획했다.




왕할머니댁이 있는 제주시에서 한림읍까지는 50분 여가 걸렸다. 주말이라 그런지 도로에는 관광객들이 몰려 차가 많이 막혔지만, 우주의 들뜬 표정은 우리 마음을 무지개색으로 물들였다. 그는 우리가 우주가 좋아하는 무지개색깔을 좋아하듯 함께 무지개색깔을 좋아한다고 믿으며 비행기에서 바라보던 그 구름과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를 찾았다. 아침 일찍 마트에 들러 우주가 마음에 들어 하는 파란색 튜브를 샀다. "바다색깔이다"라며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은 바다보다 더 푸르고 맑았다.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하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10여 년 전, 큰아들, 작은아들, 그리고 큰 딸과 함께 찾았던 그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투명한 바닷물과 끝없이 펼쳐진 하얀 모래사장은 마치 그림엽서처럼, 이제는 멀리 떠나 있는 내 아이들의 웃음을 담고 있었다. 추억 속의 그들이 떠오르며 마음 한편이 아련해졌지만, 곧 우주의 환한 미소가 그 감정을 녹여냈다. 참 세월이 빠름과 그 세월이 내게 할머니로서의 커다란 무게를 어깨에 얹어준다.




우주는 처음 바닷물을 접하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을 보였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며 잠시 움츠러들었지만, 금세 용기를 내어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 두려움은 마치 바닷물에 녹아내리는 소금처럼 사라졌고, 우주는 파란 튜브와 함께 바다와 하나가 되었다. 물살을 헤치며 웃음 짓는 그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뿌듯했다. 파도가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그의 웃음소리가 해변에 울려 퍼졌고, 지 아빠를 그대로 닮은 그의 웃음소리는 나를 그 순간에 오래도록 묶어두었다.




점심시간, 우리는 준비해 온 부산식 충무김밥과 할아버지가 서문시장에서 사 온 유명한 통닭을 먹으며 협재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바다는 투명했고, 멀리 비양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우주는 바다를 바라보며 상어와 돌고래, 문어 등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바다 생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순수한 상상력은 마치 바다처럼 넓고 깊었다.




하루가 저물어 갈수록 바닷물은 점점 따뜻해졌고, 해는 서서히 지기 시작했다. 우주와 함께 손을 잡고 해변을 거닐며 석양을 바라보았다. 해가 바다 너머로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은 마치 또 다른 하루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임을 예고하는 듯했다. 우리는 해변에 앉아 조용히 그 순간을 감상하며, 우주가 말한 "내일도 바닷가에 와서 수영할 거야"라는 다짐을 들었다.




우주가 곤히 잠든 그날 밤, 그의 평온한 얼굴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오늘 하루가 우주에게도, 나에게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임을. 우주와 함께한 이 여름날의 추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 끝없이 그 순간을 곱씹게 할 것이고. 나는 인생의 한가운데를 지나, 이제는 할머니로서, 그리고 시어머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이 휴가가 그저 짧게 지나가는 쉼이 아니었음을. 우주의 눈을 통해 보는 세상은 다시금 나를 젊어지게 만들었고,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바다와 같은 삶, 밀물과 썰물처럼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손자 우주와 보낸 하루는 마치 그 넓은 바다 위에 작은 점 하나를 찍은 것 같았다. 그 점 하나가 모여 삶의 한 조각이 되고, 그것이 모여 인생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완성한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손주 우주와 함께 소중한 순간들을 만들며,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여전히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협재해수욕장의 저 맑고 깊은 그 푸르름이 깃든 인생을 오늘 한 페이지장식하며 하루를 보냈다. 아쉬움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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