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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비서를 보며

틈새에 찾아온 작은 위로-카피

by 해피맘혜랑 Jan 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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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년 만에 TV를 켜 보았다. 사실, 나는 TV와는 늘 일정한 거리를 두며 지내왔다. 한 번 시청하기 시작하면 1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몰아보는 습관 탓에, 내 일상이 망가져 버릴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마음의 문을 닫고 책이나 컴퓨터에 몰입하거나 SNS로 머릿속을 복잡하게 채워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만들지 않는다.

나는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일까? 그건 아니다. 다만 개인적인 사색이 일을 방해하는 순간은 견디기 힘들다. 일이 가장 중요한 나에게 개인사는 불쑥 찾아와 균형을 무너뜨리는 성가신 침입자다. 그래서 책, 공부, SNS, 심지어 업무까지도 빈틈없이 채워 넣으며 스스로를 통제하려 한다. 마치 바람이 들지 못하도록 문틈에 천을 채워 넣는 것처럼.

그런데 친구 집에서 우연히 본 나의 완벽한 비서는 뜻밖의 침입자였다. 드라마 속 일상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데, 이상하리만치 나를 붙들었다. 하루 만에 7화를 연달아 보았고, 다음 날에도 또다시 7화를 몰아봤다. 심지어 8화를 기다리면서 다시 보게 된 7화에서조차 매력은 여전했다. 주인공 유대디가 “내가 더 잘할게~♡”라고 말하는 순간, 단순한 대사임에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그 한마디가 그저 드라마 대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현실 속 위로로 이어졌다. 스틱(Stic) 책에서 말하던 “사람을 끌어당기는 대사”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특별한 기교나 거창한 설명 없이도 누구나 듣고 싶어 하는, 그러나 누구나 쉽게 건네지 않는 한 마디. 마치 히터를 켠 듯 내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며 모든 걱정과 불안은 그 순간 잠시 사라졌다. 내가 붙들고 있던 ‘생각들’의 꼬리를 내려놓고,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위로를 경험한 것이다.

드라마는 그저 위로를 위한 엔터테인먼트에 그치지 않았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바쁘게 달려온 이유, 생각을 밀어내고 스스로를 쉴 틈 없이 채워 넣은 이유는 스스로를 위로할 방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 단순한 대사는 드라마가 전하는 일상적 위로의 메시지가 나에게 얼마나 필요했는지 일깨워 주었다. 그 대사가 나를 관통하며 ‘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결국 우리의 무방비한 틈을 파고들어 숨 쉴 공간을 선사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잠시 비워지고, 충분히 위로받는다. 이는 채우기만 하려던 나의 일상과 대조적이었다.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고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이 드라마는 그 단순함으로도 충분히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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