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타미 Jul 18. 2023

4년만에 나는 애인과 사랑에 빠진걸까?

사랑에 빠지면 많은 것들이 의미없이 느껴진다. 내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부터 시작해서 아둥바둥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모습까지, 웃기지만 사랑 앞에선 다 부질 없어지는 것이다.


4년을 넘게 만나온 애인이 있다. 중간에 헤어지기도 여러 번이었다. 이유야 때마다 달랐지만, 큰 사건들을 다 내가 자초한 일들이었다. 헤어지고 욕먹어도 마땅한 일들을 나는 여러차례 했다. 애인이 왜 그랬냐고 물었을 때 나는 "공허해서"라고 대답했다.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사실이라면 또 사실이었다. 내가 공허하고 불행해서 상대를 기만했다. 


애인은 몇 번이고 나를 용서해줬다. 나는 애인에게 "왜 나를 용서해줬냐"고 물어본 적은 없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다시금 용서 받고 다시금 사랑 받았다. 


최근 일주일간 심하게 아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병원 응급실을 갔다. 보호자 명찰을 달고 나와 함께 가준 애인은 긴 대기시간 동안 군말 없이 옆을 묵묵히 지켜줬다. 응급실에서는 굳이 사지 멀쩡한 나를 응급실 침상에 눕혀서 이동시켰다. 병원 침상에서 천장을 하염없이 보고 있다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공허함과 불안함은 참으로 사소했다. 


병원 침대에서 바라본 애인의 모습은 침착했고, 차분했다. 나에게는 없는 인내심과 사랑 그리고 용서가 있었다. 


4년만에 나는 애인과 사랑에 빠진걸까?


난 타고난 로맨티스트도 아니고, 사랑예찬론자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와 가깝다. 그런데 요즘에는 문득 그 사랑 앞에 많은 것들이 작게 느껴진다. 일을 잘하고 싶어 아득바득 사는 것도, 성취나 성공에 집착하는 것도 모두 이 앞에서 작게 느껴진다. 


행복이 마치 내 눈앞에 떡-하고 떨어진 것 같다. 행복의 모양은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거창하지도 어마어마하지도 않다. 그저 작고 사소한 것들. 


애인과 함께 한다면 행복할 것만 같다는 느낌은 나의 착각일까? 그저 사랑에 빠진 내 호르몬의 장난일까? 왜 사랑에 빠지면 많은 것들이 부질없게만 느껴지는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바아사나를 하다보면 죽음조차 두렵지 않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