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은 불면을 모르는 듯하다. 낮잠의 달콤함을 처음 맛본 사람처럼 곤히 잠에 들곤 한다. 노곤하게 잠든 고양이들의 얼굴을 쳐다보면 이 세상 어떤 근심도 가벼워지는 것 같다.
몇 달간의 취업 준비가 어찌어찌 끝이 났다. 왜 나를 뽑아줬을까, 왜 나를 뽑아주지 않았을까. 왜 나였을까, 왜 내가 아니었을까. 길을 걸을 때 생각하는 질문이었다.
통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동생과 이 년 동안 같이 살다가 혼자가 되었다. 혼자 산 햇수가 적지는 않으니 금세 다시 익숙해졌다. 고양이들이 혼자 있는 공기를 메꿔주고 있다.
요새의 생각은 십 년 전을 향한다. 아니면 그보다 더 먼 과거를 향한다. 그리운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리운 기억들이 떠오른다. 내 기억의 증인들을 만나고 싶다. 같은 시간과 장소를 공유했던 사람들을 만나 불확실한 기억의 퍼즐을 맞추며 떠들고 싶다. 내 기억 속의 일들이 진짜 있었던 일들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 나에게 확신을 줄 사람들. 나의 기억은 나의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둘의 기억으로, 다수의 기억으로 환산하고 싶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 옛날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바람은 자체만으로도 날 쓸쓸하게 만든다. 쓸쓸함을 어깨에 이고 그리워할 것들을 그리워하는 불면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