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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미 Feb 13. 2023

불면은 커피 때문

"왜 살까"라는 질문에는 답이 없어서 애초에 묻지도 않는 것이 좋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머릿속에 찾아와 나를 물고 늘어진다. "왜 살까"라는 질문에 확신을 가지고 대답하는 사람은 교만 혹은 무지 그것도 아니면 강한 합리화일지도 모른다. 답이 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묻고 싶지 않다. 내가 물은 것이 아니라 물음이 나를 찾아왔을 뿐이다. 



내가 하는 일이 가치없이 느껴질 때가 있다. 모든 것을 여기 솔직하게 적을 수는 없지만, 내가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어쩐지 다 모르겠다. 



누가 잘한다, 못한다 말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종종 클라이언트들의 눈치가 보이고 돌아오는 피드백에 주눅이 든다. 주눅드는 마음은 생계에 대한 염려와 내 일에 대한 확신까지도 이어져서, 나도 내가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게 만든다. 



정리하자면 내가 하는 일은 이런 일이다. 개인 클라이언트들의 매출을 향상시키기 위한 마케팅을 한다. 그 과정에서 브랜딩과 트래픽 향상을 위해 콘텐츠를 발행한다. 과연 나는 나의 일에 확신이 있고, 자신이 있는가? 모르겠다. 



그들이 내게 만족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르겠고, 나도 내 일에 만족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다른 사람들이 내 꿈을 먼저 이뤄내고 그렇게 살고 있는 걸 보면 부러워 죽을 지경이다. 디지털 노마드들의 커뮤니티를 만든다던지, 여행 콘텐츠를 만들며 세계를 누빈다던지, 개인의 실력이 워낙 출중해서 여기저기 의뢰가 밀려오는 프리랜서라든지. 내가 되고 싶은 이들은 많고, 나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가끔은 편안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다, 두고 편안해지고 싶다고. 그러면서도 억울하다. 못 가본 세계가 너무 많아서 억울하다. 적어도 가보고 싶은 곳을 다 둘러는 보고 편안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하는 일에서는 어떤 뿌듯함이나 성취감을 찾기가 어렵다. 팔로워 수가 늘고 조회수가 는다고 해서 기쁘지는 않다. 잠깐 기쁠 수는 있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브랜드로 만들어주고 또 내 콘텐츠로 수익이 나는 일이 굉장히 신기하고 재밌지만, 그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일한다는 것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을까?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열심히 하는 걸까. 벌컥벌컥 들이킨 커피에 속이 쓰리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어쨌거나 불면은 다 커피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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