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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cent Apr 29. 2021

필 갤러리. 꽃으로 보다. 21년 4월.

박종필, 여강연, 이정용, 전미선, 한수정.

필갤러리에 마지막에  것이 3 전이라는 사실이 무색하다. 2018,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Peaceful Gargen 이후로는 규모가 제법 있는 전시만 찾아다니기도 했고 가끔 소식을 보면 개인전 위주로 이루어지는 듯해서 지나치기도 했다. 이번에도   달전쯤 우연히 전시 소식을 듣게 되어 예전부터 가봤으면 했는데 본의 아니게 미뤄지게 되어 전시가 끝날 무렵에야 방문하게 되었다.


전시장 입구


날씨가 흐려서인지, 입구를 수놓던 아담한 화분들이 없어져서인지, 두 번째라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기분 탓인지, 예전만큼의 산뜻함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들어가서 화사한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금세 꽃향기에 녹아내리는 듯했다.



이전 Peaceful Gargen 리뷰에서 박종필 작가의 그림을 언급했었는데 이번에 같은 곳에서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역시 꽃을 주제로  전시에서 빼놓자면 아쉬운 작품이다. 박종필 작가는 '생화(리얼) 조화(이미테이션)  화면에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대상이 가지는 양면성을 극명하면서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데 이번에  그림들은 조화의 느낌이  강했던  같다. 색감 자체도 내게 익숙했던 것들과는 달리 딱딱하고 인위적인 모습이라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강렬한 색과 심하게 확대된 구도를 통해 익숙한  낯선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이  작가의 매력이다.


박종필, between the fresh no.60 / fresh-m no.13, Oil on Canvas, 72.7 x 90.9 cm/116.8 x 91 cm, 2015/2021


한수정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도 다시 볼 수 있었는데 역시 과장된 표현으로 낯설게 한다. 아무것도 칠해지지 않은 빈 곳은 금방 시들어버리는 생명의 공허함을 나타내는 듯하여 마치 조금 뒤에는 나머지 부분도 하나 둘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위태로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너무 강렬하고 이질적인 색이 만화나 SF영화에 나올 법 하기도 해서 눈에 오래 담기에는 부담스럽다.


한수정, 95peony / 96peony, Oil on Canvas, 91 x 73 cm, 2020


이번에 알게 된 작가 중 제일 인상적이었던 여강연 작가. '현실과 가상', '공허', '낯설게 하기'와 같은 어려운 수식어 없이 그냥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푸른 녹색과 연두색, 그 사이 아름답게 만발한 꽃들을 보고 있으면 잔잔하고 평화롭다. 화면을 가득 채운 꽃과 잎사귀들도 결코 과하거나 압박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무기력하고 마음이 복잡할 때 폭신하게 안길 수 있을 것 같은 풍성한 느낌을 준다.


'나는 나의 꽃다발에 복을 간절히 바란다. 세상의 아름다운 꽃말을 가슴에 안는다. 꽃을 안듯... 삶을 안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마냥 행복해지는 그림이다. 대체로 강렬한 작품이 많았던 이번 전시에서 잠깐 쉬어갈 수 있는 듯했다.


여강연, Happy garden, Oil on Canvas, 53 x 45 cm, 2021


여강연, 롤러코스터 bouquet / Happy garden, Oil on Canvas, 116 x 91 cm / 45 x 38 cm, 2021


꽃처럼 말려있는 천을 나타낸 이정용 작가의 작품은 마치 가운데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강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새빨간 색과 새파란 색 서로 옆에서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천'이라는 소재를 통해 '감춤과 동시에 드러냄이라는 순환적 고리를 표현하고 포장된 무언가를 통하여 손에 잡히지 않는 본질을 나타내려'고 한다는데 천이 어떻게 감춤과 드러냄을 동시에 표현하는지 좀 궁금하다.


(좌) 이정용, surface-1706 / surface-1707, Acrylic on Canvas, 116.8 x 91 cm, 2017

(우) 전미선, Flower_KOI 84 / Flower 71 / FLower_KOI 83, Mixed Media on Canvas, 72.7 x 72.7 cm / 116.7 x 80.3 cm / 72.7 x 72.7 cm, 2020



전미선 작가의 그림은 두터운 마티에르 기법이 제일 눈에 띈다. 한때 치덕치덕 발라진 물감이 유화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아했던 적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조금 과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풍부한 질감은 마치 베이컨 육즙이 흘러내리고 있는, 치즈가 잔뜩 들어간 피자를 한 입 베어 문 것처럼 느끼하지만 감칠맛이 난다.


 


『꽃으로 보다』는 언뜻 보면 예쁜 꽃들을 모아 놓은 전시 같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기획 의도처럼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진짜 같은 그림, 사진 같은 그림, 가짜를 나타낸 그림, 겉과 속, 본질과 외형 같은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주제를 다섯 명의 작가가 작품 속에 어떻게 녹여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된 것 같다.



#필갤러리 #이정용 #한수정 #박종필 #전미선 #여강연 #꽃으로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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