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13. 소박하지만 소담한 일상

by 도슨트 춘쌤

두 남자가 곤봉을 들고 싸우고 있다. 고야가 그린 이 그림은 당시 에스파냐의 현실을 보여준다. 안타깝지만, 현실에서도 이런 싸움이 일어난다. 대표적인 것이 층간소음이다.

137p, 프란체스코 데 고야, 곤봉 싸움, 1820-23..jpg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위층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전쟁 중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임신했던 아내는 잠을 제대로 못 자 화가 많이 났다. 위층으로 올라간 나는 딩동~ 초인종을 누르고 조용히 다닐 수 있도록 부탁드렸다. 그러나 이 방문은 큰 성과가 없었다. 얼마 후 다시 시끄러워졌기 때문이다. 매주 반복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많이 예민해졌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이사 후 얼마 안 돼서, 아랫집에서 찾아왔다. 우리 집이 너무 시끄럽다는 것이다. 최대한 조용하게 다녔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나 보다. 제법 많이 찾아왔기 때문에, 선물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층간소음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모두 경험하는 경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것은 삶 속 인간관계와 유사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인간관계라는 점이다. 업무는 해결책이 보이지만, 사람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윌리엄 터너의 그림처럼 말이다. 윌리엄 터너는 영국의 국민화가로 불린다. 그는 낭만주의 화가로 분류되지만, 인상주의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가 그린 이 그림을 보면 무엇을 그린 것인지 잘 모르는 것이 포인트다. 제목을 지우면 어떤 그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같이 근무하던 동료가 있었다. 하지만 그 동료가 어느 날 나에게 상당히 냉랭하게 대하는 것이 아닌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동료는 나의 질문에 더 화를 냈다. 이 상황이 딱 터너의 그림을 마주할 때의 심정과 같다.



139p,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눈보라, 1842..jpg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눈보라>, 1842.


이 그림의 제목은 <눈보라>이다. 제목을 듣고 다시 그림을 보면, 수긍이 간다. 눈보라의 격정적인 순간이 더 오롯이 느껴진다. 또한, 눈보라 가운데 있는 배가 위태해 보이는 것도 알 수 있다. 윌리엄 터너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67세의 나이에 직접 배에 탔다. 그리고 폭풍을 경험했다. 그 경험을 그린 것이다. 직접 경험한 자만이 그릴 수 있는 진정한 풍경이다. 당대 미술 평론가였던 러스킨은 “터너의 작품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알려준다.”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터너의 그림은 실제 자신이 경험한 상황을 표현한 그림들이다. 그래서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때 그 동료가 화가 났던 것은 내가 자신을 배려하지 않았던 행동 때문이었다. 그것을 알게 된 후 사과했고, 우리 둘은 이전보다 더 친한 동료 이상의 관계가 되었다. 동료의 내밀한 감정의 상태를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 상황을 이해하게 된 것처럼, 인간관계는 매우 섬세하고, 체험적이다. 그리고 쌍방향적이다. 반대로 내가 피해자가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가 된 경우 내가 후배였기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았고, 업무적인 관계로 끝나버렸다.

인간관계든, 층간소음이든 결국 서로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해결된다. 고야의 그림 속 인물들처럼, 곤봉을 들고 서로를 죽이듯 달려들기 전에, 터너처럼 각자의 삶을 직접 공감하고 표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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