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소박하지만 소담한 일상
가장 어려운 선택 중 하나는 음식을 고르는 것이다. 특히 배달음식을 먹는 날이 증가하면서, 매번 다른 음식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주문할 때는 ‘짬뽕’이 먹고 싶었는데, 막상 음식을 받으니 ‘짜장면’이 먹고 싶어지는 경우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둘 다 먹고 싶다. 음식 앞에서 고민하는 나의 모습 속에서 <갈림길의 헤라클레스>가 생각난다.
안니발 카라치, <갈림길의 헤라클레스>, 1596.
바로크 시대 화가였던 안니발 카라치는 미덕과 악덕의 여신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험난한 길을 보여주는 미덕의 여신은 ‘고난 후 찾아올 명예’를 제시한다. 반면, 악덕의 여신은 ‘향락과 쾌락’을 제시한다. 그러나 여신의 밑에는 기만과 거짓을 상징하는 가면이 놓여 있다. 헤라클레스는 결국 미덕의 여신을 선택했고, 12 과업의 고난을 통해 영웅이 되었다.
헤라클레스와 나의 공통점은 ‘고민’한다는 점이고, 다른 점은 선택지가 다르다는 점이다. 음식을 고를 때 나의 모습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가? 새로운 모험보다는 안전을 추구한다. 자취생활을 할 때였다. 새로운 음식에 대한 도전이 두려웠던 나는 근 한 달간 카레만 먹었다. 3분 카레는 맛이 똑같았고, 내가 먹을 만했기 때문이다.
커피 마실 때도 그렇다. 항상 아메리카노만 먹는다. 속된 말로 난 ‘더워 죽어도 핫 아메리카노’를 외치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지겨웠는지’ 함께 커피를 사러 간 선생님이 말했다. “아메리카노 말고, 다른 것 좀 드셔 보세요!”라고 말이다. 음…. 고민했다. 매번 아메리카노만 먹었다. 새로운 도전은 사절하고 싶었다. 그런데 ‘스페인’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스페니쉬 라테’ 스페인의 양치기들이 마신 라떼라는 소개가 곁들어 있었다. 스페인에 가고 싶었던 나는 이 커피를 골랐다.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성공적이었다. 이 커피 한 잔에 스페인을 맛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와 다른 톡 쏘는 듯한 진한 라테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사전트의 <스페인 댄서>처럼 말이다.
존 싱어 사전트, <스페인 댄서>, 1882.
이 그림은 음악과 춤에 열광하는 댄서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보면 볼수록 스페인풍의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이 커피가 그렇다. 강렬한 태양과 스페인만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커피였다. 새로운 도전 덕분에 알게 된 맛이다. 그렇게 나의 커피 목록은 아메리카노에서 스페니쉬 라테가 더 추가되었다. 가끔은 항상 하던 것에서 살짝 벗어나 도전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인생의 소소한 도전을 조금씩 해보려 한다. 톡 쏘는 그 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는 이미 그 도전의 맛을 알았기 때문에 미덕의 여신과 손잡고 험난한 12 과업을 수행했던 것은 아닐까? 헤라클레스를 생각하며, ‘스페니쉬 라테’를 한 모금 마신다. 그렇게 내 안의 작은 헤라클레스가 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