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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결혼은 왜 어려운 것일까?

[어느 기획자의 평범한 결혼준비]

by 그라데이션

지난 2024년 4월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2025년 6월, 많은 분들의 축하 속에서 결혼을 했다. 같은 학과 동기로 만나 9년을 넘게 연애하고 결혼을 하는 과정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았다.


아마 최근 3년 사이에 결혼한 분들은 많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일 것이고, 앞으로 결혼 준비를 할 분들에게는 이런 과정으로 결혼 준비를 하는구나 싶은 글이 될 것 같다.


우리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한 번도 크게 싸운 적은 없었다. 여기서부터 누군가는 평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만, 결혼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을 단계를 전부 겪었다는 점에서는 평범하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만으로는 부족한 현실

"결혼은 두 사람이 사랑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를 충분히 알아간 우리에게 결혼은 자연스러운 단계였다. 연애할 때도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며 서로를 이해해 왔고, 앞으로도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결혼 준비"라는 단어 앞에 서니 생각보다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 그보다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왜 결혼은 이렇게 어려운 걸까? 첫 번째 이유는 결혼이 단순히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었다. 결혼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인생이 하나로 엮이는 과정이고, 두 가족이 만나는 과정이며, 사회적 제도 안에서 우리의 관계를 공식화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연애할 때는 서로만 좋으면 되었지만, 결혼을 앞두고는 양가 부모님의 의견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사회적 통념도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되었다. 단순히 사랑의 연장선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결정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예상보다 방대한 준비 과정

"결혼식은 하루인데 1년씩이나 준비해야 한다고?"


막상 결혼 준비를 시작하니 단순히 예식장을 정하고 드레스를 고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많은 결혼 선배의 이야기를 익히 듣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예산 계획부터 웨딩홀, 스튜디오, 드레스, 혼수, 신혼집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다. 각각의 항목마다 또 세부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들이 무수히 많았고,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를 정하면 다른 것들도 함께 줄줄이 맞춰가야 했다.


어느 정도 큰 결정을 하고 났더니 하객 리스트, 청첩장, 답례품 선택까지 모든 것이 결정의 연속이었다. 각각의 선택이 모두 중요해 보였고,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부담감이 점점 커져갔다.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하지만 시간과 예산에는 한계가 있기도 했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경제적 현실과 로망 사이의 괴리도 만만치 않았다. 하고 싶은 것들은 많은데 예산은 한정되어 있었고,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때로는 돈 때문에 의견충돌이 있기도 했고, 서로의 생각하지도 못했던 가치관 차이를 확인하며 당황했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모든 예비부부가 겪는 공통 경험

"우리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


결혼 준비를 하는 내내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웨딩홀에서는 메뉴를 정해야 하고, 스튜디오에서는 컨셉을 선택해야 하고, 드레스숍에서는 드레스를 골라야 했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의 범위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완벽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힘들었다. 예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들, 일정 때문에 타협해야 하는 것들이 생길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했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변화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 정말 잘할 수 있을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새로운 가족이 된다는 설렘이 공존했다.


이런 고민들은 아마 결혼 준비를 해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각자의 상황은 달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그려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적 고민들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결혼 준비를 했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우리의 결혼 준비 과정도 돌이켜보면 우리만의 특별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운 것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해결해 가는 과정, 그 안에서 더 단단해진 우리의 관계까지. 어려웠지만 결국 우리 둘만의 방식으로 해나갔고 많은 것을 배웠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예비부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나누고 싶다. 결혼 준비는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더 깊어지는 관계가 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 이 글을 시작으로 결혼 준비에서 고민했던 모든 단계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준비했던 이야기와 미리 알아두면 좋을 체크리스트와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함께 확인하면 좋을 체크리스트

▢ 완벽한 결혼식보다는 우리 다운 결혼식 지향하기
▢ 파트너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기대치 맞춰가기
▢ 결혼 준비 과정도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 갖기
▢ 결정 피로가 올 때는 잠시 쉬어가며 우선순위 다시 정리하기
▢ 완벽한 결혼식보다는 우리 다운 결혼식 지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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