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의 동아리 운영(1)
2020년의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단연 코로나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0명이나 되는 대규모 동아리를 운영하게 되면서 코로나의 영향에 대해 200% 체감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세미나부터 동아리 파트원들을 만나 네트워킹하는 행사, 무박 2일 동안의 해커톤, 그리고 각종 운영 행사들 또한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7기 SOPT의 핵심 가치 중 하나를 "TRY"로 두기는 했지만, 정말 이렇게 갖가지 도전과 시도, 변화를 하면서 동아리를 운영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최적의 경로를 찾아갔고 온라인 환경에서도 원활한 진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몇 가지 경험을 꼽아보고자 한다.
SOPT는 기획과 디자인, 서버, 안드로이드, iOS,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신설된 웹 파트까지 총 6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다른 동아리와는 다르게 각 파트의 파트장이 있어서 7-8회 정도의 세미나를 진행한다는 특징이 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25기까지는 각 세미나가 끝나고 모든 파트가 모여 동아리 운영과 관련된 공지사항을 듣는 '총회'도 있었지만, 26기부터는 온라인 세미나를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잠시 사라진 상태이다.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진행되었던 경험을 온라인으로 끌고 왔을 때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같은 파트임에도 모두와 친해지기 어렵다는 점과 타 파트와의 교류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는 "오프라인 세미나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최대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자!"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기수를 운영했다.
또한, 다른 파트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스터디'를 활성화했다. 기억하기로는, 이번 기수에 SOPT에서 만들어진 크고 작은 스터디는 60개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리하느라 아마 부회장이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Zoom에서 만나는 것이 익숙한 단계였기 때문에, 번개를 열어도 온라인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진행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제약조건은 굉장히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최대한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며 동아리를 운영하다 보니 온라인이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었던 것들이 꽤 많았다고 생각한다. 세미나가 전부 종료된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파트원들을 만나지 못해서 아쉬웠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없이 정규 세미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언택트 시대의 SOPT 운영을 위해 중요하게 생각했던 또 하나는 바로 SNS와 온라인 툴을 적극 활용해보자는 것이었다. SOPT는 페이스북 페이지만 해도 각 기수별 페이지, 리크루팅 페이지, 공지 페이지, 그리고 외부인들도 볼 수 있는 SOPT 페이지가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활성화된 것에 비해서 인스타그램은 현저히 활용도가 낮은 편이었다.
많은 20대가 인스타를 통해서 정보를 얻는 트렌드가 있는 요즘, 27기의 공개 가능한 모든 콘텐츠들을 인스타그램에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27기의 기록은 SOPT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각 세미나를 온라인으로 진행한 결과물도 함께 업로드했기 때문에 외부인이 인스타그램 하나만으로도 어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지 편하게 알 수 있도록 했다.
파트별 노션 페이지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이미지 첨부가 어렵지만(* 각 파트장에게 저작권이 있기도 하고, 혹시나 활동 멤버들의 개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세미나 공지나 과제 제출, 세미나 자료나 아티클 공유 등을 자유롭게 진행했다.
비록 절반 정도는 세미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원활하게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위와 같은 툴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온라인으로 진행 시 가장 큰 걱정은 바로 대규모로 모여야 하는 오프라인 행사였다. 기존에는 모든 행사 참여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저렴하게 대여하는 것이 가장 큰 해결 포인트였다면, 이제는 온라인으로도 원활하게 행사 본연의 목적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한 기수의 활동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행사는 OT와 솝커톤, 운영팀의 2번째 행사, 앱잼, 그리고 종무식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중 솝커톤은 원래 무박 2일 동안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기획자, 디자이너, 그리고 개발자가 협업을 해볼 수 있는 행사이다.
앱잼을 하기 전 협업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인 만큼 솝커톤을 빼놓을 수 없었다.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한 경험은 다행히 지난 26기에서도 어느 정도의 레퍼런스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각 팀 별로는 모일 수 있도록 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어느 정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약 15시간 정도 진행된 솝커톤에서, 12개의 멋진 서비스가 나왔다. 그 서비스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해서, 나의 심연으로 몰입하는 시간을 제공하는 서비스 : 퐁당(Pondan)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 습관화 플랫폼 : 칭찬할고래
코딩 중독에서 운동 중독으로! 막간 홈트레이닝 추천 서비스 : 헬린2들
국밥중독자, 마라중독자 모두 여기로 오라 : 국밥마라
랜덤주로 Cheers! 취하자 솝트! : 취얼솝트
이번엔 진짜 금주! 나의 7일 음주 습관 트래커 : 술렁술렁
알고리즘의 늪에서 나를 구할, 영상 시청 시간 관리 앱 : Pause
내가 좋아하는 중독적인 일을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 마시멜로
성장 중독 솝트를 위한 안내서 : For Ideal SOPT HitchhikING
밈에 미친 당신을 위한 밈 추천 앱 서비스 : 밈친(MEMECHIN)
매일매일 당신의 9가지 조각을 찍어 온전한 나를 기록하고 다각도에서 느껴보세요 : 나를_nalul
Z세대 밈에 중독된 현실에서 벗어나 따뜻한 90년대 생의 밈으로 떠나보아요 : 인-싸이월드
'중독'이라는 키워드만으로도 저렇게 다양한 기획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특히, 짧은 시간 내에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만들어낸 SOPT 회원들의 실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이때 만들어진 많은 서비스들은 재정비되어 공식적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만큼 함께 간식을 먹거나 개발이나 기획, 디자인 부분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각 파트장들이 바로 도와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각 팀끼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여 모였던 만큼 그들만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솝커톤 또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앱잼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방식 또한 많이 달라졌다.
이 부분은 앱잼을 종료하고 난 다음 자세히 정리하겠지만, 앱잼의 시작은 '함께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들과 네트워킹하기'부터 시작된다. 기획자가 세미나를 통해 각자의 아이디어를 Develop 시키고, 이것을 나누며 해당 아이디어를 함께 발전시켜나갈 사람을 찾는 과정이 기획 경선 이전에 존재한다.
원래는 이러한 네트워킹 행사를 운영팀 측에서 공식적으로 자리를 만들어 진행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행사만 가능하다 보니 네트워킹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었다. 임원진 측에서도 네트워킹의 부재로 인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고, 온라인으로 이러한 아쉬움을 해결하고자 했다.
네트워킹은 총 두 번 진행되었다. 기획과 디자인이 중심이 된 네트워킹과, 기디 팀빌딩 이후의 네트워킹을 운영했다. 기디 네트워킹에서 활용한 툴은 노션과 Zoom이다. PM이 혼자서 처음에 서비스를 Develop 시키고 있는 시즌이었기 때문에, 아이템 설명 부스와 줌맥 타임으로 나누어 앱잼으로의 초대를 운영했다.
아이템 설명 부스란, PM들이 각자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줌 링크를 파서, 해당 시간대에 방문하는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서비스를 상세히 설명하는 시간을 뜻한다. 앱잼에 참가하는 모든 파트원들을 위한 시간이었고, 각 PM들은 기획 경선 전 간단히 자신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이번 기획 경선에 나온 팀은 총 18팀이었고, 웹 4팀과 앱 9팀을 선발했다. 경쟁 구도를 가져가지 않고 최대한 모든 PM 후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했던 네트워킹 시간이었다. 25기 때는 공덕 창업 허브를 대여해서 이러한 방식의 네트워킹을 진행했었다.
줌맥 타임은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던 네트워킹이다. 기획 파트원들과 디자인 파트원들이 알아갈 시간이 많이 부족했기에, 임원진 측에서 '줌맥'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운영했다.
원래는 각 PM들이 이러한 시간을 직접 기획해서 운영하게 하고자 했으나, 부담이 너무 많이 된다는 피드백을 반영하여 이틀 정도만에 급하게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잘 운영될지에 대해서 걱정이 많았으나, 다행히 참여한 모든 인원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줌맥 타임은 'Kahoot!'이라는 프로그램을 써서 각 PM의 노션에 적혀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퀴즈를 진행하고 밸런스 게임으로 기획과 디자인 파트원들을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전부 Zoom으로 진행되었지만, 마치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친해지는 느낌으로 인원도 랜덤으로 배치했다. 대기방 시스템을 활용해서 각 Zoom방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네트워킹 환경 마련을 위해서 고안한 시스템이었다.
SOPT의 가장 큰 행사는 앱잼이다. 앱잼은 기획 경선과 전체 팀빌딩, 그리고 데모데이로 구성되어 있다. 이 행사 또한 기존에는 약 200여 명의 회원들이 모두 모인 상태로 진행되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전면 온라인으로 대체되어야 했다.
심지어 지난 기수에서는 앱잼을 진행할 당시, 코로나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상태였기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일부 행사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이번 기수에서는 50명 이하로만 집합이 가능했기에 PM들만 모여 온라인 송출을 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트위치 라이브를 통해서 PM 발표를 진행하는 것을 기획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어떻게 기획 파트와 디자인 파트가 팀 빌딩을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기존에는 원하는 팀의 PM과 약 15분 정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명찰을 각 서비스의 바구니에 넣어 PM은 함께하고 싶은 팀원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온라인으로 이러한 경험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1) 네트워킹과 2) 명찰을 넣고 PM이 팀원을 뽑는 과정에 대한 룰셋팅이 진행되어야 했다. 우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1) 전체 진행과 지시는 트위치 라이브와 현장 PM 통솔로, 2) 명찰을 넣는 과정은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했다.
팀 빌딩을 위해 필요한 네트워킹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만큼 룰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3분 동안 총 5번의 1:1 지정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했고, 10분 간의 1:N 자율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정 네트워킹은 실시간 구글 폼을 활용하여 같은 파트의 같은 그룹 내 사람들이(*네트워킹은 13명 +@ 정도가 한 그룹을 이뤄서 한 번에 진행된다) 어떤 팀에서의 네트워킹을 원하는지를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행사를 기획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우리끼리도 기획을 하면서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이 과정을 과연 온라인 환경에서 통솔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었다. 오프라인에서는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대처가 가능한데, 온라인은 통신 문제나 소통의 문제에서도 충분히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전체 팀 빌딩 과정을 소개하는 내용을 카드 뉴스에 담아 공개하기는 했으나 분명히 일부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팀 빌딩 과정과 투표 과정 또한 노션으로 상세히 설명하기로 했다.
물론, 위의 자료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기획 경선 당시에도 팀 빌딩 방식을 한 번 더 설명해주고, 팀 빌딩을 위해 설명 Zoom에 접속한 파트원들에게 또 한 번 방식을 설명해주고 질의응답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텍스트로 다 담아내기에는 복잡한 과정이라 설명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각종 설명 자료를 통해서 다행히 팀 빌딩은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다행스러웠던 점은 그나마 PM들이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처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만큼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였으나, 완전히 리모트 방식으로 오프라인의 경험을 가져온 것 치고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면서 우리는 누구보다도 "TRY"의 가치를 잘 실현시키지 않았나 싶다. 코로나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파트원들에게 오프라인과 유사한 경험을 주기 위해서 온갖 툴과 방법론, 이론을 제안했고 적용시켰다.
우리의 노력을 알아준 것인지 피드백 또한 아쉬웠던 점 몇 가지를 제안한 것을 빼고, 다들 고생했다며 만족스러운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코로나로 인해 내가 처음에 SOPT에서 하고자 했던 많은 것들이 제한받는 것은 분명히 무척 아쉽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일반적으로는 도전하지 못하는 여러 상황에 부딪히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나를 많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글로 모든 노력과 시행착오를 담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끊임없는 시도와 협업을 통해 우리만의 길을 만들어갔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