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의 동아리 운영(2)
사실상 Gather(개더)를 공식적으로 쓴 국내 단체는 우리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하루에 100명대 이하가 나오던 지난날들과는 달리, 12월이 되면서 하루에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도입부를 쓰고 보니 약간 난중일기 같은 느낌이 든다) 기존의 오프라인 환경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파트원들의 네트워킹, 기획 경선, 팀 빌딩 등 서로 만나지 않고는 진행할 수 없는 행사들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했을 때의 레퍼런스를 전부 버리고 온라인으로 우리들만의 룰 셋팅을 전부 다시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우리는 돌파구를 찾아냈다.
시작은 기획파트장 오빠의 한 마디였다. 온라인으로 모든 룰셋팅을 다시 해야만 했기 때문에, 온갖 창의적인 말들이 회의에서 오가고 있었다. 특히 당시 기획 경선(*PM 후보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PM을 선출하는 앱잼의 행사 중 하나)을 앞두고 실시간 송출과 구글 스프레드시트, 줌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그럼 스타크래프트 회원 가입을 다 해야 해?"라며 우스갯소리로 넘어갔지만, 어느 날 회의에서 우리는 Gather를 처음 사용하게 되었다.
다른 임원진들을 속여보겠다고 정성스럽게 작성한 '스페이스클라우드 예약 카톡'을 타고 들어가면, 오른쪽과 같은 회의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저 파란 장막은 누가 설치해뒀는지 모르겠다. 아마 데코인 것 같아서 내버려 두는 중이다) Gather는 Zoom처럼 화상 회의를 할 수 있게 환경을 구축해둔 협업 툴이지만, 마인크래프트처럼 각자의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점과 Space를 직관적으로 나누어두었다는 차별점이 있다.
특이했던 것은 Gather를 만든 개발자들 또한 그들의 오프라인 오피스를 가지지 않고 Gather.town의 온라인 공간에 모여서 일을 한다고 한다. (극강의 컨셉에 한 번 더 반했다.) Gather 공식 인스타그램에 접속해보면 가장 첫 게시글이 10월인 것으로 보아 나온 지 정말 얼마 되지 않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Space에 따라 대화할 수 있는 범위도 다르고, 전체 Space에 들리도록 송출도 가능하며 Object를 통해서 마음껏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점 모두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으로 가져오기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2,000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버 통신 또한 원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25명까지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인원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자세한 것은 아래 링크 참고)
첫 번째로 Gather를 SOPT 파트원들에게 공개한 시점은 기획 디자인 팀빌딩 이후, 전체 네트워킹을 하기 전이었다. 기존에 진행했던 기디 네트워킹과는 달리 전체 네트워킹에서는 위의 이미지와 같이 기획 경선에서 통과한 13개 팀에 대한 부스를 마련해두고 방문자를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그토록 고민했던 오프라인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각 부스에서는 기획과 디자인 파트원들이 어느 정도 발전된 그들의 서비스를 설명하고, 각 부스에 방문한 개발자들은 서비스에 대해서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정말 가고 싶은 팀이라면 1:1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전화부스'를 설치했다. Gather가 특이한 점은, 지정해둔 Space에서만 통신을 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화 부스에 접속할 수 있는 인원을 2명으로 제한해두면 2명 이상이 그 Space에 접근을 할 시 불가능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부스에 방문해서 자유롭게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채팅이나 화상 회의 방식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여기에는 약 40명 정도가 접속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걸어두었다. (사실상 제한이 없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 전체 네트워킹은 성공적이었다. 2시부터 6시 사이에는 각 부스 설명회가 진행되었고, 6시부터 10시 사이에는 마치 오프라인 행사에서 200명이 만난 것처럼 우연히 Gather Space에서 돌아다니다가 만난 사람들끼리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또한, 설명 부스에서는 알 수 없었던 것을 추가로 물어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협업을 하는 서비스로 해외에서는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었지만, 이렇게 행사를 진행하는 데 사용했다는 것에서 특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이라면 모든 앱잼 참가자, 즉 2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야 하는 전체 팀빌딩도 Gather로 진행되었다. 전체 팀 빌딩이 진행되었던 당시, 코로나 확진자가 일 평균 1,000명을 시점이었기에 정부에서는 5명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10명의 임원진마저도 모일 수 없는 상황에서, 앱잼의 시작을 위해 꼭 필요한 전체 팀빌딩에서도 Gather를 활용했다. 다만, 전체 네트워킹과는 달리 팀 빌딩은 공식 행사인 만큼 사전에 리허설 진행이나 안내 자료 등을 더욱 상세히 공개했다. 어느 정도 전체 네트워킹으로 Gather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툴에 대한 거부감은 크게 없는 채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행사 진행을 위해서 우리는 Gather를 24시간 동안 운영하기로 했다. 오전 9시쯤부터 오후 6시까지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기에, 차라리 하루 요금제를 결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금액은 생각보다 많이 비쌌다.
약 190명 정도가 팀빌딩에 참가하기 때문에, 최대 인원을 기준으로 요금을 결제해야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School Discount 문구가 있었다. 우리는 SOPT라는 동아리가 어떤 동아리인지, 그리고 전체 네트워킹 행사에서 Gather를 잘 사용했다고 말하며 혹시 Discount Code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다행히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었고, 전체 팀빌딩에서 약 180달러 정도를 절약할 수 있었다. 만약, 학교나 단체에서 Gather를 사용할 일이 있다면 이러한 팁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전체 팀빌딩을 위해서 구성한 공간은 위와 같다. 맨 왼쪽 Space에 접속하면 파트별로 대기를 하고 있다가 팀 빌딩을 하는 그룹만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팀 빌딩을 진행한다. (* 보통 하나의 파트 당 2-3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팀 빌딩을 진행한다. 실력의 균등 분배와 앱잼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 등을 공평하게 나누기 위함이다.)
팀 빌딩은 하나의 그룹당 15분의 자율 네트워킹과, 15분 정도의 시간 동안 진행된 투표로 구성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기존의 기획 디자인 팀빌딩에서는 구글 스프레드시트와 구글 폼, 그리고 카카오톡 팀 채팅 기능을 활용해서 팀 배치를 진행했다.
하지만 Gather를 사용하면 이러한 복잡한 방식을 버릴 수 있었다. 네트워킹 공간에서 각자 팀 부스를 방문하여, 원하는 팀에 어필을 하는 시간을 가진 다음에는 위의 이미지와 같은 팀 투표 Space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2분이라는 시간 안에 본인의 캐릭터를 움직여 팀 빌딩을 원하는 팀의 자리에 선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각 팀에게 공유하면,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함께하고자 하는 팀원을 입력하면 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통신 오류나 소통 오류, 그리고 투표의 오류 등의 risk를 확실히 차단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Gather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체 broadcast가 가능한 Space 지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네트워킹이나 팀 투표 시 제공된 시간은 각각 10분, 2분씩으로 매우 짧은 편이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서는 우리가 계획했던 시간대로 행사가 진행되어야 했고, broadcast 기능을 활용해서 왼쪽 상단에 시간을 실시간으로 띄워둘 수 있었다.
Broadcast 기능은 해당 Space에서 이야기를 할 시, 다른 Space에서의 모든 사운드보다 가장 최우선으로 들린다. 또한, broadcast를 하는 발표자의 화면이 가장 왼쪽 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우리는 이 기능을 활용하여 팀 빌딩에 참가하는 파트원들에게 전체 공지를 내릴 수 있었고, 원활한 운영을 위한 실시간 공지 또한 가능했다.
그렇게 이번에는 100% 온라인 환경에서 가장 큰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현재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앱잼에서 대부분의 팀은 Gather를 통해 협업을 하고 있다. 단체로 하나의 툴을 마치 노션처럼 자리하게 유도한 것 같아 무척 뿌듯하다.
Gather를 알지 못했더라면, 행사를 운영하는 방식은 무척 복잡했을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이고 국내에서 활용된 사례가 없었지만, 우리가 처음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언택트 관련 협업 툴이 굉장히 많이 출시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흐름일 잘 캐치해서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었다.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최종 발표회인 데모데이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었을 때에도 아마 우리는 Gather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