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기쓰는사람 Mar 15. 2022

뉴질랜드에서 임신 9주, 시댁이 오셨다

뉴질랜드 임신일기 #004 - 임신 주수 당겨짐, 이 곳에도 시댁은 있다

드디어! 9주차에 접어들었다!


9주 0일 되는 날에 Dating scan이라고 불리는 초음파를 했다.

초음파는 full bladder test(방광을 꽉 채워서 초음파를 보는 방식) 라서(아직 양수가 없어서라고 들었다) 초음파 한시간 전에 3-4컵 물 마시고 오라는데 물 마시는 거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화장실을 못 가서 힘들었다..


데이팅 스캔을 하는 이유는 정확한 출산 예정일을 알기 위함이며, 그래서 예정일이 늦춰질 수도 있고 빨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서 늦춰지면 입덧을 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출처: 도박묵시록 카이지

제발 예정일이 늦춰지지만 말아달라고 빌고 갔다.


근데 정말 다행히...!!!! 예정일이 한 주나 앞당겨 졌다!!!

그래서 원래는 초음파 하는 날이 8주 0일째인 줄 알고 갔는데 갔더니 9주 0일이라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아기를 빨리 본다는 기쁨보다는 입덧이 한 주 빨리 끝난다는 기쁨에 친절하지 않은 소노그래퍼(초음파 해 주는 사람)가 우리한테는 아무 설명도 안 해주고 중얼중얼 자기 혼자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이것저것 측정하고 끝났으니 그냥 가라고 할 때에도, 내 나이를 잘못적어서 4살이나 많게 기입했는데도 화가 나지 않고 그냥 무작정 기뻤드아 흐흐흐흑


하지만 안그래도 별로였는데 더 별로였던 이 첫번째 초음파 후기는 아래에..


하루 하루 자라가는 아기 앱을 보며.. 이대로 모든 아기가 똑같이 성장하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매일 자란다는 생각에 뭉클..

아기가 권고한대로, 직장 동료들에게 조금 더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직장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며 내 옆자리 직원에게도 나 아기 가졌다고 이야기를 했다.

난 워낙 포커페이스 유지가 잘 되는 사람인 터에 아무리 힘들어도 임신 히스테리야 안 부리겠지만 내가 옆자리에서 맨날 중간에 쩝쩝거리며 먹어도, 냄시를 좀 풍겨도 이해를 해 주기요 부탁하며!


배가 비면 허기가 심해져서 울렁임이 심해져서 자꾸 뭘 먹는데, 그러고 나니 입안이 텁텁해서 이게 또 울렁여서 양치를 하루에 몇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엄마로서의 8-9주차는 정말.. 힘들었다.

이 때는 직장에 나오는 것 자체도 너무 지쳐서 크리스마스 연휴 주간이라 너무 다행이었다. 

(뉴질랜드는 12월25일, 26일이 공휴일이고, 주말이 겹칠 경우 대체휴일로 처리됨)

그와는 별개로 일이 너무 바쁜 주간이라 일 나가는 날은 조금도 쉴 수 없는게 슬펐지만 ㅠㅠ


크리스마스 휴일에는 지방에서 1박2일로 시부모님이 올라오셨다. 원래는 올라오신 후에 임신 사실을 알릴까 하다가 그냥 전화로 미리 알렸었다.

왜냐면 시부모님이 오셨는데 며느리가 골골대고 있으면 쟤 뭐지? 하실까봐 미리 나는 누워있어야 한다고 선전포고를 해 부렸다 ㅋㅋ


그리고.. 사실은 진짜 누워있을 생각은 없었지만, 진짜로 방에 올라와서 잤다.

오후만 되면 소파에 붙어서 누워있어야 하는 나인데 시아버님이 소파를 차지하고 계시는 터에 나는 하루종일 식탁 의자에 정자세로 앉아있느라 피로가 너무 쌓였다.

임산부의 패기..! 그리고 시부모님도 쉬라고 해주셔서 다행이긴 했다.


그래도 편히 쉬는 건 아니고 눈치도 보이고, 진수성찬 해 주셔도 못 먹겠는데 못 먹겠는 티도 못내고 쉽지는 않았다.


뭐 먹고 싶냐고 묻는 건 시부모님이나 친정부모님이나 똑같은데 '어차피 먹을 수 있는게 별로 없다'고 하면 우리 엄마는 내가 '못 먹는다'고 듣고 슬퍼하는데 시댁에서는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

먹는게 힘들어서 먹는척 하며 천천히 먹고 있으면 잘 먹고 있다고 그 정도는 심한 입덧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게 서운했다.

내 입덧 어디가서 명함도 못 내밀지만 그래도 입덧은 힘든건데..�


아버님이 아들이면 돌림자를 써야하니 호적을 찾아보셨다고 해서 남편 옆구리를 찔렀다.

아들이든 딸이든 이 아이는 내 족보를 반 갖고 태어나고 열달동안 내가 품고 입덧하고 내가 출산의 고통을 겪어가며 낳는 아이여서 어렸을 때 부터 내 아이 이름은 우리 부부가 지어주고 싶다고 생각한 것을 꺾을리가 없는 고집불통 나녀석이다. 


남들은 입덧하면 못 먹어서 빠진다는데 나는 잘 먹지는 않아도 생명을 이어갈 정도로 먹을 수는 있어서 살은 빠지지 않고, 그렇다고 많이 먹지는 못해서 딱 임신 전 몸무게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뱃살은 늘어만 간다..ㅋㅋ 임신하면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지방이 배에 몰린다고 하던데 딱 그건것 같다(원래도 나왔지만 ^^)


사실.. 시부모님 왔다 가시고 처음으로 1키로가 빠졌다...^^ 

배가 빌까봐 평소에는 밥 먹고 간식 먹는데 어머니가 자꾸 빵 같은거 먹지 말고 몸에 좋은거 먹으라고 하셔서 눈치 보여서 못 먹었다. 

몸에 좋은걸 먹기 싫은게 아니라 내가 토할거 같아서 못 먹는건데..

애기 건강은 엄마인 제가 제일 걱정하고 있을거예요 ㅠㅠ 음식 안받는 제 상태도 좀 걱정해 주세요.


그래도 입덧 올라와서 방에서 누워있으면 뭐먹고싶냐고 갖다준다고 하고 푹 쉬라고 하는 내남편 없인 못 살아 정말 못살아

수박이 비싸서 금수박이지만 임산부의 친구이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과일, 수박!

차갑고 단 수박을 먹으면 입덧이 좀 내려가는 느낌이 아주 잠깐 난다 ㅠ_ㅠㅎㅎ

Birthcare 외관

드디어 미드와이프를 만나서 Parnell 에 있는 Birthcare(아기를 낳기도 하고, 아기를 낳은 후 산모가 한 3일 있으면서 몸 관리 및 아기에 대해 배우는 곳)에 갔다!

역시나 우리 미드와이프 분은 너무나 친절하고, 나는 특히 설명을 많이 해 주는 게 좋았다. 그리고 한국인들 중에 선을 넘으시는(?) 약간 반말 섞고 이래라 저래라 하시는 분들 있는데 그게 나한테는 안 맞는 부분이었는데 이 분은 딱 선을 지켜주셔서 너무 좋았즤~


뉴질랜드에서는 임신이 크게 3개 주기로 나뉜다고 한다.

0-14 주 / 14-28주 / 28-40주


각 주기마다 해야 하는 검사들이 있고, 이걸 같이해야 한다고 하셨고, 산전 클래스 같은 것도 들어야 하는 것 설명해 주셨다.

피검사 결과 나온 것도 나는 못 받아서 알 길이 없었는데 설명을 다 해주셔서 궁금한 게 해결됐다!

당뇨 수치도 나오는데 내가 단거 좋아하니까 주변에서 너 나이들면 당뇨 걸린다고 약간 반저주 들은 적 있어서 약간 무서웠는데 완전 정상 수치라고 해서 기쁨 ㅋ_ㅋ


그 악명 높은 임당(임신당뇨)에 대한 설명도 간략하게 들었는데, 임당은 단 걸 많이 먹는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호르몬 문제여서 사실상 복불복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호르몬탓이니 아무거나 먹자~~ 하면 안된다고 한다..ㅎ

제발 임당 안 걸리게 해주세요..


갈 때마다 이제 소변검사랑 몸무게를 재야 한다.. 몸무게.. 하앜 무서워..

나의 BMI는 18.6이 나왔고 18.5 부터가 정상 범위라고 한다. 그래서 표에는 11~16키로 찌는게 정상이라고 나오는데...

그 표는 섬나라 사람들, 마오리, 백인 등 모든 인종이 다 들어가 있는거니 아시안인 우리는 7~9키로를 목표로 하자고..

네??? 다들 20kg씩 찌는거 아니었나요??? 하며 광광 울었다 ㅠㅠ

나도 물론 최소한으로 찌고 싶지만 이게 남이 찌지 말라고 하니 더 어려운 길을 가는 느낌..

선생님이 주신 안내 책자. 생각보다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많아서 놀람..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안되고(개별포장된 봉지 아이스크림은 가능), 어떻게 씻은지 모르니 식당에서 나오는 샐러드, 식당에서 만든 마요네즈, 부드러운 치즈 등등..


아, 그리고 dating scan 초음파 후기 ㅡㅡ

dating scan 을 한 것은 12월 22일. 그 날이 클리닉 마지막 날이라길래 당연히 크리스마스 휴가 전 마지막 날인 줄 알았음.

소노그래퍼가 리포트 보내준다고 하길래 나한테 보내주냐고 했더니 미드와이프에게 보낸다고 함. 


근데 12월27일에 미드와이프를 만났는데 아직 리포트가 안 와서 클리닉에 전화해보니.. 클리닉 오너가 외국으로 가서 클리닉 아예 닫았다고..아놔..ㅋㅋ

문제는 그 리포트가 있어야 정식으로 받은 예정일을 기입해서 기형이 피검사랑 초음파 할 referral form을 쓰고 내가 출산할 병원에도 나를 등록해야 하는데 그걸 못 하고 있다고.. 진짜 당황스러웠고 다른데 가서 다시 초음파를 해야 하나 고민중이었는데 한 10일만에 리포트가 옴.. 

통은 당일이면 리포트가 오는데 그 클리닉은 특히 느려서 하루 정도는 걸리는데 이번에는 연휴도 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좀 너무 했다고 생각함.. 받자마자 referral form 받으러 가서 바로 피검사 받고 기형아 초음파 예약했다 ;_; 


어차피 문 닫았지만 다시는 안간다..하..



작가의 이전글 뉴질랜드에서 임신 8주차를 맞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