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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Nov 02. 2022

서로에게 다다르다

취향의 자리를 찾아서 / 대전 '다다르다'

독립출판 물 <SEIZE THE MOMENT>를 내면서 꼭 입고하고 싶었던 서점이 '다다르다'였다. 고향 대전을 대표하는 독립서점이니, 서가에 꽂힌 내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몇 번의 입고 메일을 보냈지만 이렇다 할 답을 듣지 못했다. 거절의 사유라도 듣고 싶었는데 답이 없으니 가슴만 답답한 심정. 이러네 저러네 말이 없는 짝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이랄까.

마침 성심당 근처에 있기에, 서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니콜을 꼬셔 가보기로 했다.


"자기야, 난 왜 안 되는 거야? 왜!" 오늘은 기필코 답을 듣고 말리라.


우리는 다 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어

다다르다(differeach)의 상호는 '다르다'의 'different'와 '가닿다'의 'reach'를 합해서 만들어졌다.

상호가 지닌 의미는 말할 것도 없고, 발음할 때 혀가 이에 닿는 느낌이 좋아 계속 되뇌게 된다.

우연이란 말로 퉁치기엔 너무 절묘하게 이어지는 동선, 성심당에서 <연결 : 시간을 잇다> 전을 보고 왔는데, '다다르다'역시 서로의 연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연이 두 번 이면 필연이라는데, 우린 어쩜 운명적으로 만나야 할 사이 아닐까.


'다다르다'는 '라가찌'와 '아멜리에'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오픈 당시 2,000여 권으로 출발해 지금은 7,000여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단다. 운영 중인 북클럽만 13개, 130여 명의 회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며, 한 달에 한 번 여는 서점을 꾸리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북클럽만 13개라니, 거기에 북토크와 강연 같은 행사들까지 하려면..... 어림짐작만으로도 정신이 인수 분해되어 버린다.


각자 사고 싶었던 책을 몇 권 구입해서 계산하는 김에 용기를 내어 물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SEIZE THE MOMENT>라는 책의 제작자인데요. 얼마 전에 입고 메일을 드렸는데 답을 받지 못해서요. 제주에서 왔는데, 아, 그것 때문에 제주에서 온 건 아니고요. 고향이 제주, 아니 대전인데, 여행 온 김에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라 들렸습니다."

애정 하던 연예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흥분해서는,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는 내 모습. 서점원 '라가찌'님도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온화한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아, 기억합니다. 답을 드렸어야 하는데, 서점 꾸리는데 품이 많이 들어 그러지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보내주신 메일 기억하고 있어요. 책은 너무 훌륭합니다만, 저희 같은 경우 모두 매입 방식으로 입고하고 있어서, 가격대가 높은 책의 경우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답니다. 고가의 책은 구매가 망설여지편이기도 하고요. 운영적인 측면을 고려하다 보니 기다리시던 답을 드리지 못했네요. 여기까지 와주셨는데 제가 커피 한 잔 대접할게요. 아래로 내려가시죠."


'라가찌'님은 1층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정성스레 핸드드립을 해 주셨다. 프릳츠 원두가 내뿜는 향에 기분이 아득해지면서 서운한 마음이 스르르 녹아버렸다. 반면 2층에서 책을 고르는 많은 손님들을 혼자 상대하고 있을 '아멜리에'님 생각에 조금 죄송하기도 했다.


서점 운영이 녹녹지 않다는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 알고 있었다. 만원 짜리 책 한 권을 팔면 3,000원에서 3,500원 정도가 남는다. 10권을 팔아야 35,000원, 임대료와 여러 유지비를 감당하려면 적어도 하루 30권 정도는 팔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유명한 서점들은 사람이 많으니 잘 될 것 같지만, 책을 사가는 사람보다 인증샷만 찍고 가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그렇기에 커피를 팔거나, 독서모임, 북토크 같은 행사를 겸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서점 운영이 꿈이었던 분들도 학을 떼고 접는 경우를 많이 봤다.


'성심당'과 '다다르다'를 통해 '수민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우리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오래갈 수 있는 동력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성심당 > 다다르다 코스는 대전 여행의 루틴이 될 것 같다. 노잼도시에서 유잼도시로! 책 입고는 실패 했지만 고향 대전에 대한 자부심을 얻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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