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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f Dec 26. 2021

덜 마른 별

코끝이 시린 12월의 겨울, 나는 길을 지나가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올려다본 하늘은 내 코 끝이 발갛게 물든 것과는 달리, 파아랬다.


그리고 하늘 양쪽에는 거센 겨울바람과 어울리는 날카로운 나뭇가지들이 박혀있었는데, 군데군데 아직 달려있는 나뭇잎들이 눈에 들어왔다. 앙상한 가지들에 매달려있는 나뭇잎은 마치 하늘에 박혀있는 가지들을 포근히 안아주는 것 같았다.


그 모양새는 꽤나 웃기면서 신기했다. 퍼런 하늘 양쪽에 앙상한 가지들이 박혀있는데, 나뭇잎이 중간중간 그 날카로운 가지들 사이를 메꾸고 있는 모습이랄까. 뭔가 이질적이면서도 따뜻했다.


내가 모양새가 웃기다며 옆에 있는 엄마에게 말했더니, 엄마도 웃으면서 "아직 덜 마른 나뭇잎이네" 했다.


그렇다. 이미 가을에 무르익어 바짝 마른 나뭇잎들은 겨울바람에 똑떨어진다.

하지만 채 마르지 않은 나뭇잎들은 자신의 몸속 물기를 동원해 겨울의 매서운 바람으로부터 견뎌낸다.


그렇게 붙어있는 나뭇잎들은 마치 파랗다 못해 시퍼런 겨울 하늘의 별처럼 보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머금고 자신을 힘껏 끌어안는 별이랄까.


생명의 근원을 붙잡고 소멸하기 직전 섬광하는 별이랄까. 



그렇게 내가 본 12월의 겨울 하늘은 덜 마른 별들이 듬성듬성 박혀있는 하나의 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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