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면 그것은 단연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삶과 죽음의 문제죠. 살아 있어야 사랑도 할 수 있으니 말이죠.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욕구 5단계를 통해 인간의 기본 욕구를 설명하였습니다. 가장 기본인 생존을 위해서는 생리적인 욕구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숨 쉬는 것, 먹는 것, 마시는 것, 자는 것이 해결되고 나면 ‘안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위험과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죠.
이 모든 것은 선 가르는 것처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연속선상에서 다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고, 왔다 갔다 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삶에 가장 근본적인 생명과 안전이 확보가 되면 ‘애정’의 욕구가 따라오게 됩니다. 타인과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 것이죠.
무엇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은가? 어떤 소재의 옷이 몸의 체온을 잘 유지시켜 주는가? 어떤 운동이 몸을 건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어느 동네가 살기에 쾌적한 환경인가? 등에 대해서는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지식을 쌓아갑니다. 하지만 삶의 풍요로움과 마음의 안식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사랑’에 대해서는 정작 배울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엇인지, 어떤 모습이 건강한 ‘사랑’을 하는 관계인지,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관계 안에서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관계는 어떻게 유지하는 것인지, 이별은 어떻게 하고 극복할 것인지 등 사랑과 관계에 관해 무수히 많은 질문들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고민해 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들은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 건강하고 신뢰로운 관계를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나요?
자존감은 사랑의 눈으로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힘입니다. 바꿔 말하면 나 스스로를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측정하며 ‘나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를 지각하는 레벨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나에게 소중한 것은 마음을 다해 아낍니다. 가령 내가 아끼는 컵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료를 담아 마시고, 깨끗이 잘 세척하고, 깨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다루게 됩니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긴다면 나를 아끼는 행동이 나타납니다.
특히 이 자존감은 관계 안에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타인을 자신과 동등한 가치를 가진 사람이라고 여기며, 비난과 차별의 시선보다는 사랑으로 대할 수 있게 됩니다. 더불어 나를 보호하는 경계가 있기에 그것을 침범해 오면 불편해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가령 연인관계에서 상대의 무리한 요구에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그것은 내가 해줄 수 없다고 말하여 두 사람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금전요구, 언어폭력, 신체 폭력, 가스라이팅, 과한 집착, 경계 침범, 과한 의존성, 등 관계를 헤치는 모습에 맞서 건강한 관계를 지향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자존감입니다.
자존감 형성은 아주 어린 유아 초기부터 시작이 됩니다. 처음 태어난 아기는 ‘나’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을 통해 ‘나’의 개념을 만들어 가게 됩니다. 나를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에 사랑과 웃음이 넘치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다독여 주며,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주는 태도는 아이들이 건강한 자존감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의 밑거름이 됩니다.
즉, 양육자의 조건 없는 사랑과 믿음의 모습을 자신의 내적 모델로 삼게 되는 것이죠. 그럴 때 아이들은 의기양양하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발달된 자존감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To be continued...
*본 글은 싱가포르 교민잡지 코리안 월드 2023년 4월호에 기고된 글입니다. 1,2편으로 나누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