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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숙한 영미샘 Feb 27. 2023

유아 성교육은 어떻게 하나요?

경이로운 첫 6년

경이롭다 [驚異롭다] – 놀랍고 신기한 데가 있다.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제 두 아이들의 영유아 시절,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이 붙고, 키가 자라고, 눈 맞춤을 하고, 걷고, 말을 하는 모든 과정들이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아마 자녀가 있으신 분이라면 저와 비슷한 마음일 것 같아요. 


내 목숨도 아깝지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성교육은 언제 시작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궁금하셨죠? 이번 글에서는 초등학교를 입학하지 않은 아동(0-6세)에게 어떻게 가정에서 성교육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미취학 아동들에게 하는 성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성교육의 목표는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연령을 불문하고 성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랑과 관계를 배우고, 그들의 미래 삶에 사랑이 충만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 것입니다. 더불어 관계 안에서 자신을 적절히 보호하고,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아동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아동들에게도 사랑과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사랑은 어떻게 전달하며, 정보는 도대체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요? 


첫째, 아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는 것은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가정에서 보여주고 아이를 사랑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최고의 성교육이죠. 부모가 서로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아이에겐 사랑의 모습이 되며 그것을 무의식 속에 저장하게 됩니다. 또한 자신이 부모와 함께 상호작용하며 배웠던 관계는 무의식적 패턴으로 만들어 가게 됩니다. 


이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한계를 설정해 주는 것입니다. 즉 훈육을 통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옳고 그름이 있다는 것을 분명한 한계설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알려줘야 합니다


성교육을 할 수 있는 상황 예를 들자면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화장실에 따라 들어오는 행동 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부모라도 이럴 경우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겠죠. 아동들의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순수한 것이지만, 부모와의 관계 안에서도 지켜야 할 존중과 예절이 있다는 것을 배우기에 가장 적절한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호기심은 알아주면서도 단호하게 만지지 말라고 요청하거나 화장실에서 나가 달라고 해야 합니다. ‘엄마 아빠도 불편한 것이 있고 내가 이것을 하면 안 되는구나.’를 습득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죠. 이 모든 것은 단 한 번에 마법처럼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이가 인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수십 번, 수백 번 이야기해야겠죠. 이 부분은 많은 부모님들이 아주 잘 알고 계실 거예요.


무조건적인 사랑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 안에는 내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핵심이며, 이것이 아이가 자라는 과정이고, 사랑을 경험하고 배워 나가는 방식입니다. 아이가 배운 사랑과 그 안에서의 한계는 아이가 커가면서 만나는 모든 대상에 적용이 가능하며, 아이가 커서 만나는 관계 안에서 자신이 불편한 상황이라면 상대방에게 불편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둘째, 아이들이 성과 관련된 호기심 어린 질문을 물어왔을 때, 성에 관한 정보 전달이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일 텐데요. 정보 전달에 앞서 영유아동의 발달 단계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태어난 아기는 ‘나’의 개념이 없습니다. 돌이 될 때까지 양육자의 전적인 보살핌으로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아기들의 생애 과업입니다. 돌이 지나고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그전에 볼 수 없었던 세상을 탐험하게 되면서 ‘나’에 대한 개념이 발달하게 됩니다. 


만 2세를 전후로 아이의 언어가 폭발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개념이 더 확고 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의 아이들은 뭐든지 “내가 할 거야!”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죠. 


3~4살 무렵 아이들은 세상의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소화하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지게 됩니다.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면서 모든 것의 이유를 알고 싶어 합니다. 


‘나’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상이 아이들의 인지가 서서히 발달하면서 ‘나’ 이외에 사람과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지겠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가장 신기한 것은 자기 몸은 왜 엄마 아빠와 왜 다르게 생겼으며, 아기(나)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서 왔는가입니다. 몸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아이들의 성과 관련된 호기심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죠. 정상적인 발달을 하고 있는 3-6살 사이의 아동들이 호기심 어린 질문을 물어오는 것은 지극히 건강한 발달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부모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정답을 알려주는 일인데요. 지금부터 제가 아이들의 질문에 대응하는 프로토콜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의 모든 질문에 적용 가능합니다.)

1.      아이의 궁금한 호기심이 당연한 것임을 인정해 주세요.

2.      어떻게 그러한 궁금증이 생겼는지 물어봐 주세요.

3.      아이가 물어 온 질문에 아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역질문을 해주세요. (역질문은 성교육에서 불필요하게 넘치는 정보를 알려주는 실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4.      아이가 대답한 내용이 맞다면 아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다고 알려주고 칭찬해 주세요. 만약 아이의 대답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아이의 창의적인 대답을 인정해 주고 사실에 기반하여 약간의 수정을 해주시면 됩니다.


성에 대한 지식은 나이와 발달에 따라 적절하게 제공되어야 하며 아이의 질문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너무 복잡하게 설명해도 아이는 어려운 내용은 소화해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잘못 알고 있는 정보를 수정하고 새롭게 재정비할 기회도 잃게 됩니다. 


하나의 질문이 또 다른 질문으로 연결될 수도 있고 하나의 질문에서 끝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마다 새로운 정보를 소화해 내는 속도도 기간도 다 다릅니다. 하지만 언제가 되었든 아이의 또 다른 질문은 이전 내용은 충분히 소화가 되었고, 다른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성적 호기심은 ‘나’의 존재에 대한 질문입니다. 정성을 다해서 대답해 주는 부모님의 태도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성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을 발달시키게 되는 것이죠. 양육자가 제공하는 첫 6년의 신뢰로운 사랑과 한계(훈육)는 아이들의 관계 형성 패턴에 큰 밑거름이 되고, 이것이 훗날 아이들이 건강한 사랑을 하고 사랑받는 것에 기준이 될 것입니다. 



*본 글은 싱가포르 교민잡지 Korean World 2022년 9월호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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