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세우고 운영을 하다 보니 회사에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많았다. 매달 나가는 나의 월급, 법인 운영비용, 회계사 비용, 마케팅 비용, 식음료, 접대비, 사무용품, 회사 운영비용 등, 그리고 다음에 다른 글에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겠지만 올해 말이면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앞으로는 고용될 직원의 CPF(한국의 4대 보험과 비슷한 것)와 월급도 나가야 한다.
상담과 교육 고객 외에 어떻게 매출을 더 늘릴 수 있을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나의 고민을 들은 옛 동료가학교로 다시 일하러 나오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싱가포르 정부에서 새롭게 내세운 자국민 고용정책으로 외국인들이 일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 중 DP holder (내가 소지한 비자)는 일을 할 수 없도록 제재를 가한 후로 기업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기존 일정을 조금 조율하면 다시 일을 복귀해서 사업매출을 충분히 늘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 이야기 후, 학교 인사과에 다시 연락을 취했더니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이력서를 다시 업데이트해서 인사과와 학교 교장선생님께 다시 복귀해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남겼다. 주말이 지나 곧 답장이 왔고 반갑다며 인터뷰를 하러 오라고 하셨다. 인터뷰 일정을 잡고 오랜만에 학교로 향했다. 아이들 문제 혹은 픽업이 아니라 오랜만에 나의 일로 가게 되니 기분이 묘하고 좋았다.
내가 지원한 국제학교는 2살 유아반부터 12학년(고3)까지 다 있는 큰 규모의 학교이며, 나는 유아반부터 6학년까지 커버하는 초등학교로 지원을 했다. 학교 규모가 크다 보니 초등학교에만 3명의 교감이 있다. 그중에 한 명은 친분이 있기 때문에 나의 인터뷰에는 들어올 수가 없었다. 인터뷰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1 분과 함께 이루어졌다.
인터뷰는 항상 긴장된다.
"다시 돌아오겠다니 너무 반가워! 그동안 재미있는 경험들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어떤 일들을 했는지 이야기해 줄래?"
나는 회사를 세워서 그동안 내가 만났던 학생들의 연령대와 상담했던 아이들에 대해 간략하게 답변했다.
여기까지는 워밍업이었다. 이제부터 진짜 질문들이 쏟아져 오기 시작했다.
"다시 우리 학교로 복귀하려는 이유는 뭐야?"
이 부분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학교도 정부의 규제 변경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기에 충분히 이해해 주었다.
"예전에 일할 때 일은 어땠어? Cover teacher로 일하면서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해 줄래?"
사실 cover teacher의 단점은 아마 모든 사람이 똑같이 이야기할것 같다. 매일 아침 걸려올 call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정해진 스케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선생님이 연차나 병가를 쓰게 되면 거기에 투입돼서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리 스케줄이 잡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새벽일찍이나 전날 밤에 통보가 된다.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이 부분이 조금 불편했지만, 학교일을 우선순위에 두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장점은 매번 다른 학생들을 만나기 때문에 굉장히 새롭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매번 새롭게 학년과 반을 옮겨서 수업에 투입되어할 텐데 그 부분은 괜찮아? 어떤 사람들은 그 부분을 힘들어하는데."
나에게는 굉장히 재미있고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새로운 선생님인데, 아이들이 편하게 지내다 갈 수 있도록 하는 너만의 방법이 있니?"
예전에 일할 때도 사용했던 방법인, 매일 아침 교실에 도착하면 사물함에 있는 아이들의 이름을 보고 그 자리에서 아이들 이름을 다 외워 도착하는 아이들마다 이름을 불러줘서 아이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고 이야기했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에 두 선생님이 큰 공감을 해주셨다.
그 외에도 질문은 다양했다.
"아이들이 너를 3 단어로 묘사한다면?", "동료들이 너를 3 단어로 묘사한다면?", "매번 다른 학년에 배치될 텐데, 동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거야?", "학생이 수업도중에 울면서 교실밖으로 뛰쳐나갔어, 너는 어떻게 처리할 거야?", "학생이 놀이터에서 떨어져 다쳤어, 어떻게 처리할 거야?", "교실 안에서 너만의 아이들 행동매니지먼트 방법은 뭐야?", " 아기 기저귀 갈 수 있니?" 등 기억나는 것은 여기까지다.
(혹시 내 글을 읽을 누군가 중에 supply teacher 지원을 생각하신다면 도움이 되길 바란다.)
뒤를 이어 범죄에 연루된 적이 있는지, 회사에서 잘린 적이 있는지, 법적인 문제에 연루된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는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나에게 자신들과 학교에 질문이 있냐고 물었다.
"혹시 내가 이 일에 합격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살짝 미소를 지으시며 대답했다.
"글쎄, 너의 경력으로는 충분해, 만약 안된다면 인적사항 검사하면서 범죄경력이 드러나거나 비자문제가 있으면 안 되겠지? 우리도 최종 검토를 하고 연락 줄게! 오늘 시간 내줘서 고마워"
최종합격 메일
면접을 본 날 밤 HR에서 비자를 진행한다는 선(?) 합격 메일이 왔고, 모든 비자문제가 해결된 후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축하한다는 메일이 왔다. 하는 일은 예전과 똑같지만, 이번에는 학교 직원이 아니라, 학교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가의 입장으로 출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