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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와그작 Dec 05. 2022

EP.13 자투리 타일로 컵받침 만듭시다

더이누스 <테마 맛보기 코스터> 이벤트

‘새로운 제자리’를 찾는 물건들

버려질 뻔한 물건이 잘 활용되도록 하는 소비가 인기이다. 프라이탁, 누깍부터 노프, 어글리어스까지 여러 브랜드에서 현수막, 타이어, 공산품, 못난이 채소 등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판매한다. 이들이 버려지지 않고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이라서가 아니라, 특별함과 뿌듯함, 그리고 자기 존중을 제공하기 때문이다.(이 사례들에 대해 적은 브랜드 인사이트 글)


좌측부터 프라이탁, 노프, 어글리어스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누깍에서 구매한 나의 지갑은 그냥 지갑이 아닌 현수막을 재활용한 것이고, 내 것과 똑같은 디자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별하다. 버려지는 자원을 살리고 환경 보호에 기여했다는 뿌듯함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소비를 하는 나는,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재활용 지갑 하나가 가성비 있는 소비를 넘어 자기 존중까지 가져다준 것이다. 


내가 누깍에서 구매해서 사용 중인 지갑



테마를 파는 더이누스

더이누스는 비데, 위생도기와 타일 등을 판매하는 욕실 브랜드이다.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로고를 보면 공중화장실에서 마주친 기억이 날 것이다. 최근에 ‘이누스’에서 더이누스로 리브랜딩을 하고, 게임에 참여하면 소외계층의 욕실 개선에 기부되는 “러브이누스 캠페인”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주력 상품은 욕실 인테리어 테마 시공이다. 아래 사진들을 보면 욕실인지 모를 정도로 예쁜 테마도 있고, 가정집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함이나, 누군가의 로망이 될 만한 테마들이 있다. 


좌측부터 오키드, 유니크 플로럴, 스파이스 히노끼 테마 (출처 : 이누스몰)


다양한 테마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진행한 마케팅으로는 “INUS-OUND” 캠페인과 “바스케이션” 캠페인이 있었다. INUS-OUND는 욕실에서 듣기 좋은 음악을 제작해 배포하는 캠페인으로, 자사의 다양한 테마에서 촬영한 영상에 음원을 배경음악으로 삽입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바스케이션은 욕실에서 누리는 휴양을 뜻하는 용어로, 후암동에 위치한 “후암별채이누스”에서 사전 예약제로 진행된다. 후암별채이누스는 음악, 차, 커피, 독서와 함께 편백나무 스파를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도심 속의 휴양지이다. 


INUS-OUND 캠페인과 후암별채이누스 바스케이션 캠페인 이미지 (출처 : 더이누스 인스타그램)



타일, 테마의 축소판

소비자에게 더이누스의 다양한 테마를 가장 효과적으로 어필할 방법은 역시 직접 체험시키는 것이었다. 더이누스도 같은 생각을 했기에 오프라인에서 바스케이션 캠페인을 시행하고, 강남에 대규모의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욕실 테마의 핵심은 타일이다. 테마를 구성하는 타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면, 바스케이션 캠페인과 같은 기존의 마케팅보다 더 광범위한 타겟에게 욕실 인테리어의 필요성과 테마의 비주얼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누스몰에서 판매 중인 타일 종류만 무려 1627개가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타일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소비자에게 취향에 맞는 다양한 타일을 직접 제공할 가벼운 수단, 그게 세라믹 컵받침이었다. 처음엔 단순한 생각이었다. ‘타일과 같은 세라믹으로 된,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코스터였기 때문이다. 생각할수록 현실성도 있고 재미있었다. 거기다가 ‘자투리 타일로 만들었다’는 매력을 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버려질 뻔한 물건이, 제자리를 찾는 매력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다양한 테마를 맛보세요

이 이벤트만을 위해 멀쩡한 타일을 쪼개고 가공해 코스터를 만드는 건, 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이지 못했다. 우리가 제안한 것은 1) 엄격한 검수 과정에서 탈락한 조그마한 결함이 있는 타일을 2) 버리지 않고 작은 코스터로 가공해 3) 소비자에게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코스터를 받아 본 소비자는 다양한 테마를 '맛보기'할 수 있다. 캠페인 명은 <더이누스 테마 맛보기 코스터>로 정했다.


자투리 타일로 만든 코스터 예시


더이누스는 블로그,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타일 공정에 대한 정보를 배포하며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엄격한 검수 과정이었는데, 강도, 뒤틀림, 외관 검사 등 6가지의 과정을 완전히 통과해야만 완성품으로 내놓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코스터를 배포하면서 이러한 내용을 카드뉴스 형태로 함께 전달하기로 했다. 또 하나 강조해야 하는 중요한 지점은, 더이누스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테마가 있기에 자신만의 취향을 욕실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문성과 함께 종류의 다양성과 여러 취향을 포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카드뉴스를 제작하기로 했다. 이렇게 총 3가지 종류의 카드뉴스 게시물에 소비자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테마를 댓글에 적고, 추첨을 통해 해당 테마의 타일로 만든 자투리 타일 코스터를 제공한다. 


검수, 디자인, 테마를 강조한 3종류의 카드뉴스



자투리 아이디어로 광고 만듭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자투리로 만든 물건을 파는 회사다. 결함은 없지만 선택받지 못한, 그래서 조금 더 특별한 아이디어를 판다. 더이누스에 발송한 이 아이디어 역시 팔리지 못하고 구제샵에 입점됐다. 자투리 코스터 아이디어 외에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으니, 편하게 둘러보기를 바란다(@studiowagzac). 


스튜디오 와그작 인스타그램, 광고 구제샵


이렇게 우리는 버려질 뻔한 것들이 제자리를 찾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준비를 

꾸준히 그리고 즐겁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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