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가 된 엄마

<도망이 아닌>

by 이두래

고슴도치가 된 엄마



일상으로 돌아왔다.


영호와 나는 여전히

치유하려 노력 중이다.


나도 사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동화 쓰기 수업에 등록도 했다.


그런데


쾅-



교통사고가 났다.


직진으로 달리던 중

트럭이 연속으로 차선 두 개를 넘고

내 차선으로 들어왔다.


나는 트럭을 피하려 가드레일 쪽으로

핸들을 꺾었지만,

트럭은 내 운전석을 들이받았다.


나는 그대로 멈춰 섰다.

온몸이 떨렸다.


피하려고 애썼는데


기어이-

다시.


트럭은 내 차를 지나

한참을 더 가더니

멈춰 섰다.


트럭 기사는

내가 혼자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사고가 나는 걸 봤다며

도와주고 싶어서 차를 세우고

내렸다고 했다.


어라?


“정말 감사해요.

제가 혼자 사고를 낸 거군요.

감사합니다.”


이건 과거의 이두래 버전이다.


지금의 나는


“저는 직진 중이었고요.

제 차선을 넘고 오는 걸 분명히 봤고요.

저는 피하느라 가드레일을 박았습니다.

현장 떠나지 마시고 보험사를 부르세요.”


현장에서 블랙박스 확인 결과,

나는 무과실이라고 예상된다는

답변을 듣고 집으로 돌아갔다.


떨리는 몸으로 침대에 누워

트럭 기사를 잡아두고

보험사를 부르고

생각을 정리하다 문득


어쭈,

별로 안 쫄았군?


잘했어

잘했어


아니다,

쪼끔 쫄았는데

잘했어

이 정도면 잘했지 뭐!

사고 처리 과정에서

거짓과 협박이 담긴 전화를

네 번이나 받았다.


별수 없이,

나는 경찰서에 간다.


신고 목적을 묻는 경찰관에게

나는,

교통사고 신고는

가해자, 피해자 모두의 의무라고

명시돼 있던데요.

만약 법적책임이 없다고

나오더라도

사고가 있었다는 기록은 남잖아요.

라고 말했다.


...


그렇죠.

조심히 가시고

몸조리 잘하세요.


그 후

나는

곧바로 사과 전화를 받았다.


...


?


...


기록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그리고 실제 처분도 이뤄졌다.

온전히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나는 생각보다 많이 다쳤다.

목, 팔, 발목 보호대를 한 상태로

동화 쓰기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중

일상생활이 가장 힘든 부위는 발목이다.

서 있기도 걷기도 힘들어졌다.


브레이크를 밟지 못해

운전이 금지됐다.

운전 트라우마도 생겼다.


차를 탈 때면 눈을 감고 있고

경적만 울려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겨낼 과제가 하나 더 생겼다.


전신에 침을 맞고 누워 있는데

간호사 선생님께서


“나쁜 사람, 우리 두래 씨를 이렇게 만들고,

두래 씨, 고슴도치가 됐네.

아유, 빨리 잘 걸어야 할 텐데.

그래도 아직 젊으니까 괜찮아요!!


고슴도치, 그 한마디에

나는 웃는다.


#작가노트

누구를 찌르기 위한 가시가 아닌

나를 돌보기 위해 펴둔 작은 가시입니다.

새살이 돋을 자리를

한 땀 씩 꿰매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진심을 담아 기록 중입니다.

진심을 따라 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짓는 방식은 흉내 낼 수 없습니다.


창작의 진심은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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