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울던 영호, 그리고

<도망이 아닌>

by 이두래

온종일 울던 영호, 그리고



세부 막탄을 떠나는 날,

영호는 하루 종일 울었다.

숙소로 출근하는

선생님과 아떼, 꾸야들이

퇴근하는 시간부터는

거의 오열했고

본인이 입던 옷을 벗어서

선물로 주기도 했다.


한 선생님은 영호의 이름이 담긴

팔찌를 만들어 주셨고

또 다른 선생님은 가난해서 줄 수 있는 게

초콜릿밖에 없어 미안하다는 편지를

직접 만든 봉투에 담아 주셨다.

영호는 울면서 자기를 잊지 말라며

영어로 편지를 써서 전달하고,

숙소 앞 지프니가 오는 곳까지 나가

선생님 다리를 붙잡고 안고 울었다.


선생님들은 “굿바이 영호” 대신에

“언제 컴백할 거야?”라고 물었다.


'컴백'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슬픈 거였나.


영호는 더 울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분들도

처음에는 아이가 귀여워서 웃다가

나중에는 눈물이 차올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 후로도 영호는

공항에 가는 내내 차 안에서 울었고

비행기 안에서 잠이 들면서 진정이 됐다.


다시는 못 볼까 봐.

이런 시간이 다시는 오지 않을까 봐.

그렇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말하기 좋아하는 영호는

세부로 오기 전까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곳에 와서야 다시 수다쟁이가 됐다.

영호가 어느 정도였냐면,


선생님 가정사는 물론

주말 일정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오로지 영어로만 대화해야 했기에

영어 공부까지 열심히 하면서 말이다.


나도 울었다.

처음엔

여기서 한 달을 어떻게 보내지? 했는데,

이젠 떠나기 싫었다.


모두가 걱정했던 나는

생각보다 씩씩했고 겁이 없었다.

그렇게 변해갔다.

그런데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될까 봐 무서웠다.


우리 둘과 달리

윤호는 의외로 덤덤했다.



숙소에서 키우던 고양이에게

마지막으로 먹이를 주고

숙소 벽에 붙어 있는 도마뱀을 잡고

종이접기를 한참 동안 하고

수영장에 떠다니는 나뭇잎을 건져냈다.


숙소에 남아있는 친구들과

과자만 열심히 먹었다.


그러다가 세부 막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울기 시작했다.


지금 차에서 내리면

다시는 못 올 것 같다고

숙소로 돌아가자고 떼를 썼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 기억을 까먹을까 봐 무서워 엄마

라며 엉엉 울었다.



나도 울고 기사님도 트렁크에서

우리 짐을 꺼내며 같이 울었다.


한 달 동안 받은 따뜻한 마음을

오래도록 잊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지나

이 기억이 희미해지더라도

따뜻함을 느꼈던 감정은

남아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고

지금도 버티고 있다.



#작가노트

기억은 스쳐가도,
감정은 오래 머무는 것 같아요.
지나간 말보다,
남겨진 마음이 더 깊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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