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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교사엄마의 주의력 자세히 살펴보기

ADHD교사엄마와 ADHD아들의 주의력 비교 [1편]

by 그림크림쌤

교사엄마인 나의 주의력검사(CAT) 결과

난 ADHD가 중증이다. 40대 중반 이 나이에도 주의력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70대 우리 엄마는 나보다 더 중증이다. 나중에 언젠가 자세히 풀어볼 예정...)


주의력 검사 항목을 분석하기 앞서, 2년 전 실시한 나의 주의력 검사 결과지를 먼저 공개한다.

성인CAT검사 결과.jpg

지능 검사에 주의력 검사가 포함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저하 3개에 경계 2개니 말이다. (저하가 더 심한 거다. 경계는 정상과 ADHD 사이를 의미한다.)


사실 컴퓨터로 저 CAT 검사를 하던 당시, 옆 실에서 상담하는 소리가 들려서 집중이 잘 안 됐다.

억울하지만, 어찌 보면 작은 소리에도 방해받은 것 자체가 ADHD임을 증명해 준다.

'난 전전두엽 기능은 경계선 지능 수준이다.'


내 주의력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건 주의력 조절 문제와 작업기억력 저하다.



5가지 주의력의 진정한 의미

1. 단순선택주의력의 진정한 의미 - 모두 정상

단순선택주의력에 문제가 있으면 단 한 개의 시각이나 청각 자극에도 반응하지 못한다. 쉽게 말하면 바로 옆에서 이름을 불러도 (못 들었으니) 대답을 안 한다는 의미이다.


한 가지 기호나 소리에만 버튼을 눌러야 한다. 처음엔 잘하다가 뒤로 가면서 8번인가 틀렸다. 생각보다 엄청 잘했다고 생각해 의기양양했다. 담당 의사가 웃으며 그런다. 8번이면 많이 틀린 거예요! 일반인들은 실수로 잘못 누르지 않아요!

충동 조절을 못해서 그런 거예요.


다행히 정상이 나왔지만, 어떻게 남들은 실수를 안 하고 누르는지 지금도 신기하다.



2. 억제지속주의력의 진정한 의미 - 경계(정상 바로 밑) 1개

억제지속은 집중력이 중간에 흩어지지 않는지 검사하는 거다. 특정 기호가 나오지 않을 때마다 버튼을 눌러야 한다.


여기서부터 살짝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여러 기호가 동시에 뜨면서 머릿속으로 '+가 없으면 누르랬지!'를 계속 생각해야 하니 솔직히 살짝 정신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상과 경계가 1개 나왔다. 자극에 대한 주의력 유지가 조금 부족하다는 의미다.


3. 간섭선택주의력의 진정한 의미 - '저하' 1개

간섭선택은 충동성을 누르고 요구하는 자극에만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소리와 +가 나올 때만 스페이스 바를 눌러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때부터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저하' 나올만했다. 솔직히.


외부 자극의 간섭이 있으면 집중해야 할 자극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즉, 필요한 자극을 선별하지 못하고 내게 주어지는 자극이 동시에 쏟아져 내린다는 걸 의미한다. 마치 남들은 비가 오면 우산을 써서 막으며 할 일을 하는데, ADHD는 소나기를 무방비로 맞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4. 분할주의력의 진정한 의미 - 모두 정상(이지만 의문을 제기함)

소리와 화면이 동시에 나온다. 소리와 기호 둘 중 하나만 같아도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때도 꽤 힘들었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정상이 나왔다.


이 부분이 이상한 게, 난 멀티태스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어떻게 정상이 나온 건지 희한할 정도!


5. 작업기억력의 진정한 의미 - '저하' 2개, 경계 1개(4개 영역 중 정상은 단 한 개뿐)

주의력과 집중력을 발휘해야 나에게 주어지는 자극을 뇌에 임시로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단기기억이라고 한다. 작업기억은 새로운 개념의 단기기억 체계다.


주의력이나 집중력이 부족하면 외부 자극을 지나쳐버리게 되니 뇌에 임시 저장이 안 된다. 장기기억소로 보내려면 단기기억소에 저장부터 되어야 하는데, 단기기억소에 저장된 기억이 없으면 장기기억소로 넘길 기억도 없는 거다.

나같은 사람은 기억이 저장되지 않고 다 잊으며 산다는 뜻이다.


카드가 뒤집힌 곳들을 차례대로 기억했다 그대로 누르는 검사였다.

순방향대로 기억했다 누르는 검사는 2개 중 1개만 경계인 반면, 뒤집힌 순서와 정반대로 누르는 역방향 검사에서는 2개다 '저하' 판정을 받았다.

정방향 기억도 헤맸지만, 거꾸로 누르라고 할 땐 솔직히 거의 다 찍었다.


내가 풀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도저히 아니었다.



웩슬러 지능검사에도 '작업기억력' 항목이 있다.

놀랍게도 나는 이 두 주의력 결과가 상반되게 나왔다!


웃긴 건 웩슬러 지능검사에서는 작업기억 영역이 평균 '상' 수준, 상위 17%로 나왔다는 거다.

(지각추론이 상위 2%로 가장 높고, 작업기억이 17%로 가장 낮았다.)


나 건망증 치매 수준인데, 지금도 높게 나온 게 신기하다.

웩슬러 지능검사는 특히 '작업추론' 점수가 높으면 다른 영역들을 커버해 높게 나오기도 한다던데, 그래서 그런 것 같다.


고지능 ADHD의 실체

정신과 전문의 3분이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뇌부자들>에서는 고지능 ADHD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참고로 3분 중 2분이 ADHD라고 밝혔다.)


고지능 ADHD 명칭은 정식 용어가 아니기에, 고지능 ADHD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기준도 연구마다 다르다. 웩슬러 지능 110, 상위 25%를 고지능 ADHD 그룹으로 분류하거나, 웩슬러 지능 120, 상위 10%를 고지능 ADHD 그룹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고지능 ADHD는 임상적으로는 ADHD 증상이 확연한데도 불구하고, 지능 검사 상으로는 ADHD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능으로 ADHD 증상을 커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높은 지능으로 ADHD 증상을 커버할 수 있는 거지, 쉽게 커버하며 산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얼마나 애써야...

남들처럼 실수 안 하고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는지...

남들처럼 접촉사고 안 내고 운전할 수 있는지...

할 일을 잊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지...

남들에게 '남의 말 참 안 듣는다' 소리를 안 듣고 살 수 있는지...


고지능 ADHD, 하는 일 일 빼곤 나머지 일상이 말 그대로 우당탕탕 난리 부르스다.


꽂힌 일 빼곤 일상 전체가 마비다.

과몰입이 심하게 올수록 더하다.


"엄마, 책 쓴 이후로 집안이 마비야!"

고등학생이 된 티라노 씨가 그런다.

주의력 전환이 안 돼서 늘 이런 식이다.


그래서 요샌 최소한의 집안일을 먼저 한 후, 글을 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탈진상태가 될 때까지 글만 쓰기 때문이다.




오늘은 고지능 ADHD인 저의 주의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번에는 고등학생 ADHD 아들 티라노 씨의 주의력에 대한 글이 올라옵니다.


항상 읽어주시고, 라이킷과 댓글 주셔서 힘을 많이 얻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공감과 위로가 되고, 나아가 도움도 드리는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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