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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교사자녀의 CAT 주의력 분석

ADHD교사엄마와 ADHD교사자녀의 주의력 비교 [2편]

by 그림크림쌤

지난 편 요약

교사엄마인 나의 주의력 검사 결과, '저하' 3개에 '경계' 2개였고, 가장 심각한 건 단기기억을 담당하는 작업기억력이 심각히 안 좋다는 것이었다. (난 주의력결핍 우세형 ADH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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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된 아들 티라노씨의 주의력검사(CAT) 결과

티라노씨는 3년 전, 중학교 1학년 때 혼합형 ADHD 진단을 받았다. (ADHD 진단이 나왔던 자세한 풀배터리 검사 결과는 02화 중학생 사춘기가 돼서야 ADHD진단을 받았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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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씨는 '저하' 2개에 '경계' 1개로 교사엄마인 나보다 주의력 검사 결과가 덜 나쁘다. 즉, 티라노보다 내가 주의력 문제가 더 심각하다.

(참고로 '저하'는 말 그대로 정상보다 주의력이 저하되어 있다는 뜻이라 '저하'가 더 나쁜 거다. 경계는 정상과 ADHD의 경계선을 의미한다.)



티라노 씨 5가지 주의력 해석

1. 단순선택주의력의 진정한 의미 - 모두 정상

단순선택주의력에 문제가 있으면 단 한 개의 시각이나 청각 자극에도 반응하지 못한다. 이 경우 바로 옆에서 이름을 불러도 대답을 안(못) 한다.

티라노는 그렇진 않다는 뜻. 물론 몰입하고 있을 땐 못 들어서 대답을 안 할 때도 있다. 사춘기라 일부러 듣고도 모른 척할 때도 있고.


2. 억제지속주의력의 진정한 의미 - 모두 정상

과제 해결 중 집중력이 중간에 흩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3. 간섭선택주의력의 진정한 의미 - '저하' 2개

주의력을 방해하는 또 다른 자극(간섭자극)이 있으면 부주의한 오류가 나타나고 반응속도가 느려진다는 뜻이다. 외부 자극의 간섭이 있으면 집중해야 할 자극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하니까.


4. 분할주의력의 진정한 의미 - '경계' 1개

분할주의력은 쉽게 말하면 멀티태스킹을 의미한다.


멀티태스킹이 되지만, 정상보다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난 평소 멀티태스킹이 거의 안되는데 희한하게 모두 정상이 나왔다. 평소에 보면 티라노는 나보다 멀티태스킹이 훨씬 잘 된다. 근데 경계 1개가 떴다.


5. 작업기억력의 진정한 의미 - 모두 정상!

4개 중 단 1개만 정상이었던 나와 달리 티라노 씨는 모두 정상이 나왔다.

작업기억력은 자극을 뇌의 단기기억소로 보내는 데 필요한 기억력을 의미한다. 단기기억소로 보내진 정보 중 필요한 것들만 선별해 장기기억소로 보내, 오랫동안 기억을 나게 한다.


작업기억력은 건망증 유무와 암기 능력을 의미한다.


ADHD라고 해서 모두 나처럼 작업기억력에 문제가 있고, 건망증이 심한 게 아니다. 실제로 티라노 씨는 암기를 매우 잘한다. 팝송도 몇 번만 들으면 영어 가사를 줄줄 외운다. 작업기억력에 문제가 없는 ADHD는 외국어 단어 암기나 암기과목에도 하등 문제없이 잘할 수 있다.

10분 동안 집중해서 영어단어를 눈으로 보며 외우면 영어 단어시험도 거진 통과하는 수준이다. 하루에 20개씩 3일 치 60개를 반복해도 절반을 겨우 외우네 마네 했던 나와 사뭇 다르다.



작업기억력 문제가 심각한 ADHD가 외우는 방법


난 기억력이 매우 나빠서 모든 걸 통째로 이해해서 외우는 방법으로 공부했다.


수학 공식뿐 아니라 과학이나 사회, 역사까지 전부 그런 식으로 공부했다. 전체를 완벽하게 이해하면 외워지니까. 돌이켜보니 지능의 '지각추론'이 좋은 편이라 이해력이 좋아서 낮은 작업기억력까지 전부 커버하며 살았던 것 같다.


놀라운 건 작업기억력 문제가 심각해도 관심 있는 분야는 한 번만 봐도 잘 외워진다는 거다. 처음 본 호르몬 이름 같은 건 한 번만 읽어도 웬만하면 다 기억한다. (영어 단어는 아무리 외워도 까먹으면서... 대조적이다. 나 스스로도 신기방기..) ADHD를 파고들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ADHD가 '선택한 주의력'에는 집중력이 좋아서 기억도 잘하는 거다.


문제는 관심 없는 과목 공부를 할 때다. 가장 날 힘들게 한 건 영어와 한문 같은 어학 과목이었다. 영어단어와 뜻 사이엔 아무 연관성이 없어 이해할 게 없기 때문이다. 쌩으로 외워야만 하는 과목들은 날 미치게 했다.


검은 건 글씨요, 흰 건 바탕이구나! 딱 이런 느낌이랄까...

솔직히 꼬불꼬불 기어 다니는 글씨들이 정말 싫었고, 지금도 그렇다.

직관적으로 읽어낼 수 없고, 한번 생각을 해서 번역해야 읽어지는 게 정말 싫었다.

읽어내야 할 글씨가 빼곡한 것도 참 별로였다.


수학이나 과학을 보라!

여백의 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치 탐정이 되어 퀴즈를 푸는 듯, 수식을 풀거나 그래프나 표를 해석해 추리하는 과정은 나를 즐겁게 했다.

풀어냈을 때의 쾌감이란!


ADHD를 공부하다 알게 되었다.

글씨가 빼곡하면 숨 막혔던 게 ADHD 때문이었다는 걸.


지루함을 참기 어렵고, 관심 없는 분야는 더 해서 그랬다는 걸.




지난 편에 이어 오늘은 ADHD인 교사엄마와 아들의 주의력 차이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는 저희의 과잉행동 차이 분석 글이 이어집니다.


항상 읽어주시고, 라이킷과 댓글 주셔서 힘을 많이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감과 위로가 되고, 나아가 도움도 드리는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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