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DHD교사자녀의 과잉행동 충동성 자세히 살펴보기

중학교에 와서야 ADHD를 발견한 이유, 그리고 여전한 문제들...

by 그림크림쌤

주의력 결핍 우세형인 나와 똑 닮은 내 아이 타리노는 희한하게 혼합형이다.

우리나라 진단 기준으로도 사용되는 DSM-5 (미국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에 따르면 ADHD에게 나타나는 과잉행동과 충동성 요소는 다음의 9가지가 있다. 이 9가지 중 6개 이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ADHD로 진단한다.

1. 종종 손발을 만지작거리며 가만두지 못하거나 의자에 앉아서도 몸을 꿈틀거린다.
2. 종종 앉아 있도록 요구되는 교실이나 다른 상황에서 자리를 떠난다(교실이나 사무실과 같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자리를 이탈).
3. 종종 부적절하게 지나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청소년 이후는 좌불안석을 경험하는 것에 그친다).
4. 종종 조용히 여가 활동에 참여하거나 놀지 못한다.
5. 종종 ‘끊임없이 활동’하거나 마치 ‘태엽 풀린 자동차처럼’ 행동한다(가만히 있기 어려워 보인다).
6. 종종 지나치게 수다스럽게 말한다.
7. 종종 질문이 끝나기 전에 성급하게 대답한다.
8. 종종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다(줄 서 있는 동안).
9. 종종 다른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침해한다(남에게 참견함, 허락 없이 다른 사람 물건 사용,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침해하거나 꿰참).




ADHD진단 당시 학교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던 증상(집에선 전혀 없던 증상) : 1, 3, 5

1 - 종종 손발을 만지작거리며 가만두지 못하거나 의자에 앉아서도 몸을 꿈틀거린다.

수업시간에 교과서 과목명을 변신시키며 놀았다. 필통 속 샤프나 볼펜을 분해해 스프링을 가지고 놀다가 옆 친구에게 날아가 맞추기도 했다. 형광펜으로 교과서 여기저기에 색칠하고 놀거나, 교과서 구석을 찢어 종이접기를 하기도 했다. 형광펜을 분해해 심을 꺼내 놀다가 교복에 잔뜩 묻혀 오는 일도 다반사였다.


중1 11월 초부터 ADHD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2학년이 되니 교과서 변신이 멈춘 것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현재는 거의 없어진 증상이다.


3 - 청소년 이후는 좌불안석을 경험하는 것에 그친다.

지나치게 뛰거나 기어오른 일은 초등학생 때도 없었다. 중학생이 되니 수업시간에 좌불안석이 나타났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여러 놀이를 하거나, 의자를 까딱이곤 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거의 없어진 증상이다.


5 - 종종 ‘끊임없이 활동’하거나 마치 ‘태엽 풀린 자동차처럼’ 행동한다(가만히 있기 어려워 보인다).

이 역시 학교 수업시간에 가만있기 어려워 보였다. 현재는 거의 없어진 증상이다.



ADHD진단 당시, 심하진 않지만 부수적으로 나타났던 증상 : 6, 7, 8

6 - 입이 터지면 설명이 다소 장황하다. 이건 집에서도 나타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7 - 질문이 끝나기 전에 성급하게 대답하는 증상도 심하진 않지만 조금 있다.

8 - 줄 서서 기다리는 걸 아주 싫어한다. 고등학교에 와서는 줄이 더욱 길어져 급식실에 더욱 가지 않는다. (콘서타 때문에 입맛이 없으니 더욱 그렇다.)

9 - 우리끼리 얘기하고 있을 때 참견할 때가 있는데,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은 정도의 수준이다.



티라노 씨 ADHD를 중1에 와서야 발견한 이유

티라노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학교건 집이건 간에 과잉행동 충동성 증상 대부분 나타나지 않았다.

초등 4학년까지 공개수업 때마다 엄마인 나를 보며 하트와 미소를 끊임없이 날리는 모습을 보였다.

놀란 나는 담임선생님께 "혹시 ADHD 아닐까요?" 여쭤보면 해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오늘 티라노가 엄마가 와서 흥분한 것 같아요! 평소엔 저렇지 않아요!


라고 말이다.


보통 이런 아이들도 초등 고학년이 되어 수업내용이 어려워지면 증상이 나타난다는데, 문제는 티라노는 초 5-6학년 때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거의 가지 않아서 발견이 2년 더 늦어진 것 같다.


티라노만 '혼합형'인 이유

혼합형이지만 '주의력 문제'가 더 심한 것 같다. 약물치료로 과잉행동과 충동성 요소 대부분 사라진 반면, 주의력 문제의 상당수는 남아 있다. 그래서 '혼합형' 아이를 키운다기보단, '주의력결핍 우세형'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마음 읽기 자칫 잘못하면 예민함이 폭발해 순식간에 감정폭풍에 휩싸여 빠져나오질 못한다.


발작버튼을 잘못 누르면 매우 빠른 속도로 극단적인 결론에 이르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이 점이 나와 소름 끼치게 닮았다.

KakaoTalk_20241120_211705160.jpg 어릴 때부터 감정폭풍에 자주 휩싸이곤 했다. 여전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주의력결핍 우세형이 아닌, 혼합형 진단이 내려진 이유가 뭘까?

집에선 하고 싶은 일 위주로 하는 데다 편안한 환경이라 과잉행동이나 충동적인 모습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중학생이 되어 수업이 어려워지고 길어지니, 지루함을 참기 어려워 숨겨져 있던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드러났다.

집에선 얌전하고 차분한 아이, 중1 공개수업 때 너무 산만해서 깜짝 놀랐다.


주의력 결핍 우세형이라고 진단하기에는 의자를 까딱이거나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행동이 너무 두드러져서 도저히 그렇게 진단하기 어려웠으리라 생각된다.



고등학생이 된 티라노 씨. 현재 학교 수업시간 모습은?

중학생 때보다 필기를 더 안 한다. 수업이 더욱 어려워지고 강의식이라 지루함을 참기 더욱 힘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중1 때처럼 교과서나 학습지에 낙서를 하거나 부산스러운 모습을 보이진 않는다. 안타깝지만 관심 없는 과목 수업 시간엔 주로 자는 것 같다.

'고등학교 무사 졸업' 나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요샌 자퇴하고 정시 준비를 하는 고등학생이 매우 많다. 자퇴가 시간적으론 유리할지 몰라도,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통해 사회적 집단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성 훈련을 밟아나가며 살게 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좌절 극복 경험도, 추억도 스스로 쌓아나갈 수 있게 말이다.


약물치료 2년 9개월, 여전한 점들...

'약물치료는 없던 동기를 생기게 하진 않는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동기가 생긴 문제에는 추진력을 실어주지만, 없는 동기를 만들어내진 못한다'라고 말이다.


여전히 공부는 수학만 한다. 여가시간엔 유튜브로 재밌는 영상을 보거나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하며 수다를 떨기도 한다. 그런데 의외로 유튜브로 세계사 영상을 많이 보고, 코딩으로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직접 만드는 데 공을 많이 들인다. (코딩이 생각보다 수준급이다.)


동기가 있는,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집중력이 상당하다. 문제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수학 이외 과목들은 손댈 시도조차 안 한다는 거다.

이 정도 과제집착력이면 뭘 해도 다 해내겠는데?


하도 좋게 보려고 하다 보니 점점 미쳐가나 보다.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든다. 아이를 믿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아 주고 있다. 믿어주면 더 잘한다는 걸 경험상 알기 때문이다.




지난 편과 이번 편에 이어 '엄마와 사춘기 아들의 과잉행동 충동성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는 'ADHD의 예민함'에 대한 글이 이어집니다.


항상 읽어주시고, 라이킷과 댓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keyword
이전 05화ADHD인 현직 교사의 과잉행동 충동성 자세히 살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