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는 '주의력 결핍 문제'와 '과잉행동 충동 문제' 중 어떤 증상이 더 심한지에 따라 3종류로 나눈다.
- 부주의형 = 주의력 결핍 우세형 = 조용한 ADHD
- 과잉행동 충동 우세형
- 혼합형
즉, 부주의형이라고 해서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없는 게 아니고, 과잉행동 충동형도 주의력 결핍 문제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나도 부주의형이지만 과잉행동과 충동성을 가지고 있다. 티라노는 혼합형이니 당연하고.
우리나라 진단 기준으로도 사용되는 DSM-5 (미국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에 따르면 ADHD에게 나타나는 과잉행동과 충동성 요소는 다음의 9가지가 있다. 이 9가지 중 6개 이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ADHD로 진단한다.
1. 종종 손발을 만지작거리며 가만두지 못하거나 의자에 앉아서도 몸을 꿈틀거린다.
2. 종종 앉아 있도록 요구되는 교실이나 다른 상황에서 자리를 떠난다(교실이나 사무실과 같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자리를 이탈).
3. 종종 부적절하게 지나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청소년 이후는 좌불안석을 경험하는 것에 그친다).
4. 종종 조용히 여가 활동에 참여하거나 놀지 못한다.
5. 종종 ‘끊임없이 활동’하거나 마치 ‘태엽 풀린 자동차처럼’ 행동한다(가만히 있기 어려워 보인다).
6. 종종 지나치게 수다스럽게 말한다.
7. 종종 질문이 끝나기 전에 성급하게 대답한다.
8. 종종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다(줄 서 있는 동안).
9. 종종 다른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침해한다(남에게 참견함, 허락 없이 다른 사람 물건 사용,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침해하거나 꿰참).
난 이중 1, 6, 7은 심각하고, 3, 8은 약간 있다.
나에게 나타나는 첫 번째 과잉행동 충동성 요소 - 끊임없이 머리카락 꼬기 (1번 항목에 해당)
어릴 때부터 그랬다. 오죽하면 엄마가 머리카락 꼬는 습관 고치겠다며 귀 위 머리를 바리깡으로 싹 밀어버렸을 정도였다.(난 여학생이었다.)
고쳤을까? 당연히 못 고쳤다. 머리 전체를 민 게 아니니, 밀지 않은 부분의 머리카락을 꼬았기 때문이다.
그걸 40년이 넘도록 꼬고 있다. 특히 TV를 볼 때 이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서 끊임없이 머리카락을 꼰다. 다양한 도형을 만들며 놀기도 한다.
어쩔 땐 남편에게 내가 머리카락으로 만든 도형을 뿌듯해하며 보여줄 때도 있다. 다행히 남편은 이런 내 모습을 귀여워하며 사진도 찍어준다.
외계인이랑 접선하려고 안테나 만든 거야? ㅎㅎ
"응!! 어떻게 알았어?ㅋㅋ"
40줄 부부의 대화다.
나에게 나타나는 두 번째 과잉행동 충동성 요소 - 기분 좋을 땐 폴짝거리고 걷기 (3번 항목에 해당)
기분이 좋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양팔을 흔들며 폴짝폴짝 뛰어야 직성이 풀린다. 어느 날 내게 남편이 웃으며 말한다.
"너 이러려고 사람 없는 길로 오자고 했지!"
"응!! 어떻게 알았어?ㅋㅋ"
남편은 내가 ADHD짓을 할 때 더 나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나에게 나타나는 세 번째 과잉행동 충동성 요소 - 말이 많고 수다스럽고, 남의 말을 잘 끊음 (6, 7번 항목에 해당)
난 말이 좀 많다. 마치 빨간 머리앤처럼 옆사람에게 신나게 떠들어댄다.
ADHD가 말이 많아서 험담이나 남의 말도 잘 전달하는 줄로만 안다. 말이 많으면 사람이 가벼워 보이니까.
근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을 주제로 말하지 않고, 전부 내 이야기를 지껄인다. ADHD는 자기 중심성이 높고, 터널 시야로 인해 남에게까지 관심을 쏟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에게 관심이 없고, 들어도 기억을 잘 못하니 입이 무겁다. '이건 말하고 다니면 안 되겠다!' 싶으면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근데 사람들이 잘 안 믿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라.
전부 "난 말이야~"지, "근데 누구는 말이야~"가 없다!
ADHD, 말이 많아서 그렇지 외로 입이 무겁다
늘 말수를 줄이려고 노력하면서 교직생활을 했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자!' 아무리 되뇌어도 효과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뇌가 부정어 인식을 잘 못해서 그런다고 한다.
업무에 필요한 말만 하자!
이렇게 긍정어로 바꾸어 되뇌었더니 효과가 꽤 있었다.
그 밖의 나의 과잉행동 충동성 요소들
1. 아무리 맛집이어도 줄 서는 건 절대 못 참는다. 이것도 ADHD 증상이라는 걸 정말 몰랐다.
2. 맥주 한잔을 하며 TV보다 너무 재밌어지면 자기 싫은 충동이 불쑥 올라온다. 그래서 매일 밤마다 '잘 시간'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없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신나서 놀아 재끼기 때문이다. (쓰면서도 한심한데, 정말로 조절이 잘 안 된다. ADHD는 어쩔 수 없는 뇌신경 문제임을 잊지 말도록!)
3. 학교 복도에서 주로 뛰어다닌다. 너무 길어서 지루한 데다가 복도를 걷는 데 쓰는 시간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이것도 ADHD 때문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지금도 드는 의문점
9가지 중 5가지만 해당해서 '주의력 결핍 우세형' 진단이 나온 걸까? (6가지 이상 해당해야 진단이 나오니까!)
생각보다 많이 해당하고 해당하는 개수도 티라노랑 비슷한 것 같은데, 난 주의력 결핍 우세형이고 티라노는 혼합형인지 그게 지금도 궁금하다.
이런 사람이 현직 교사고, 책도 쓰냐고 비웃음 당할까 봐 살짝 걱정되지만 그래도 올려봅니다..ㅎㅎ
저의 이런 솔직한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용기를 나게 할 수도 있지 않나 희망을 담았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는 제 아이 티라노 씨의 과잉행동 충동성 분석 글이 이어집니다.
항상 읽어주시고, 라이킷과 댓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더운데 더위 조심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