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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크림쌤 Nov 04. 2024

중학생 사춘기가 돼서야 ADHD진단을 받았다

내가 중학교 교사인데 중학생 내 아이가 ADHD였다!!!



티라노씨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5월에 받은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나왔고, 학교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된 아이들의 대부분이 상위 기관과의 연계 없이 비동의서를 제출하고 끝내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에 나는 어찌 보면 다소 특이하게도 상위 기관과의 연계 동의서를 신청하여 티라노 학교 위클래스 선생님으로 하여금 우리 티라노씨 때문에 공문서를 작성하고 기안문을 발송하는 추가적인 업무거리를 드리게 되었다.




그래서 방문한 우리가 사는 OO구의 위(WEE) 센터에서 상담 맨 마지막에 티라노씨가 일대 일 상담 중에 다소 산만했다는 말을 들은 시기가 8월 초.


보름이 넘도록 미친 듯이 인터넷과 카페 정보를 뒤지며 ADHD가 뭔지, ADHD진단을 받으려면 어떤 검사를 해야 하는지, ADHD검사는 어디에 가서 하는 게 좋은지 등을 미친 듯 검색해 보았고, 풀배터리 검사는 1급 임상심리사에게 받아야 한다고 하여 심리상담센터의 1급 임상심리사에 갈까 아니면 아얘 확실하게 소아정신과 전문의에게 갈까를 고민하다가 소아정신과에 가기로 결정.

드디어 8월 말에 우리 동네에서 ADHD로 유명한 소아정신과에 풀배터리 검사를 예약했고, 두 달 가까이 대기를 한 후에야 중학생인 나의 티라노는 CAT검사라고 부르는 주의력검사를 포함한 풀배터리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급한 마음에 덜컥 소아정신과 초진을 본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신과 기록이 남으면 아이가 성인이 된 이후에 보험 계약이 불리한 경우도 있어 아이의 태아보험을 종신보험이나 실비보험 추가 가입을 해놓고 나서 소아정신과에 가면 좋다고 한다.


'에이... 보험회사 한 군데는 어디선가 받아 주겠지...'라고 쿨내를 풍기며 애써 신경 쓰지 않는, 다소 충동적이고 마음이 급한 나란 사람은 대한민국 엄마다.






■ 아이가 받은 풀배터리 검사 항목, 검사 종류도 참 많고 검사 시간도 꽤나 길다.



티라노가 소아정신과에서 받은 풀배터리 검사는 1급 임상심리사가 와서 해주셨으며 풀배터리 검사 항목은 다음과 같다.


-BGT검사(벤더 게슈탈트 검사)

-HTP검사(집-나무-사람 검사)

-KFD검사(동적 가족화 그림 검사)

-웩슬러 아동용 지능검사(K-WISC-Ⅳ)

-ROR검사(로르샤흐 검사)

-CAT검사(주의력 검사)

-SCT검사(문장완성검사)

-MMPI-A(미네소타 다면적 인성 검사)

-TCI검사(기질 및 성격 검사)

-Phychological interview(심리 인터뷰)


이 중 일부 검사들은 집에서 사전에 부모와 아이가 각자 미리 해가야 하는 검사들도 있었는데, 사전에 상당히 많은 양의 검사지를 작성해 갔음에도 불구하고 풀배터리 검사 당일 CAT검사와 웩슬러 지능검사를 포함한 각종 검사를 하는 데만도 3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다.





■ 티라노의 풀배터리 검사 결과, 상당히 낮은 지능을 가진 ADHD진단이 내려졌다.



우선, 1급 임상심리사가 관찰한 티라노의 행동은 아래와 같다.


-몸을 가만히 두지 않고 계속해서 몸을 흔들거리거나 움직이며 수행하였다.

-손짓 사용이 상당이 많아 부산스러웠다.

-수행하면서 끊임없이 말을 하였다.

-평가자에게 확인을 구하고, 눈치를 많이 살폈다.

-자신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컴퓨터로 혼자 하는 주의력검사(CAT) 결과, 의외로 작업기억은 모두 정상이지만 간섭선택에서 '주의' 2개, 분할항목에서 '경계' 1개가 나왔다. 티라노는 실제로 작업기억이 모두 정상이라 그런가 기억력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며, 사실 기억력이 우리 집에서는 가장 뛰어나다.



또한 웩슬러 아동용 지능검사(4판) 결과, 전체 지능 89로 22.2%에 해당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즉, 지각추론과 작업기억은 평균 수준이지만 언어이해가 '하'수준이며, 심지어 처리속도는 경계선 지능 수준이라는 거다.


검사해 주신 1급 임상심리사의 티라노씨의 풀배터리 검사 결과, 심리학적 진단적 인상은 혼합형 ADHD라는 결과가 나왔다. 더욱 자세한 티라노씨의 풀배터리 검사 결과에 대한 총평은 아래와 같았다.

1. 지적능력은 89점, 평균 하수준으로, 언어적 기능이 부족하고 정신운동속도가 상당히 저하되어 있다.

참고로 정신운동속도 저하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이해하며 신체적으로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이가 ADHD로 인한 주의집중력 저하 문제로 인해 해당 과제에 집중을 하지 못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이해하는 데에 다소 어려움이 있어 지능검사 결과가 평균 하수준으로 낮게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2. 주의력 부족, 주변 상황에 관심이 많고 쉽게 이끌리고 자극받으며,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자신이 흥미와 관심을 갖는 일에 대해서는 열의를 가지고 행동한다. 


3. 그러나 욕구에 대한 지연능력이 부족하여 욕구에 대한 바람이 생기거나 이를 인내해야 되는 상황이 오면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이는 아마도 욕구에 대한 인내력이 부족하여 인내를 하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게 된다는 의미로 보인다.





■ 티라노의 풀배터리 검사 결과를 보고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 역시 티라노가 ADHD여서 일대 일 상담인데도 산만했던 거였구나...'


'하, 티라노의 초등학교 공개수업 때 티라노가 수업시간에 늘 집중을 잘 못하고 나를 자꾸 쳐다보며 손 흔들고 좋아하거나, 은근히 산만해서 눈에 참 띄었었는데 그때 왜 풀배터리 검사를 해 볼 생각을 못했을까... 분명 내가 수업시간에 보던 ADHD아이들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걸 나도 느꼈었는데....'


'근데 정말 족집게가 따로 없네. 두어 시간만 보았을 뿐인데 티라노에 대해 어쩜 이렇게 잘 알지?'


"아니 나는 과학교사고 남편은 IQ 상위 1% 멘사 회원인데, 티라노 IQ가 89라고??!!!"


"이상하다... 

티라노를 가르쳤던 학원, 과외의 영어와 수학 선생님들 전부 티라노 머리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단어를 몇 번만 눈으로 보면 다 외워요

수학을 식을 안 쓰고 답만 써서 물어봤더니 전부 암산으로 풀었는데 암산능력이 대단해요

수학적 머리가 아주 뛰어나요... 

라고 했었는데....

전부 엄마인 나 듣기 좋으라고 해준 말이었던가?

내가 티라노 끼고 가르쳐봐도 확실히 머리가 좋던데... 

정말 이상하다..."



내가 사실 충격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아들의 지능 유전자는 대부분 엄마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능을 결정하는 지능 유전자의 대부분은 성염색체의 X염색체에 위치하고 있고, 아들은 X염색체가 1개뿐이며 이는 엄마가 물려준 X염색체다. 따라서 지능 유전자의 대부분은 엄마의 X염색체로부터 온다는 게 정설인데, 쉽게 이야기하면 아들 지능은 엄마를 닮는다는 거다. 

반면 딸이 경우 X염색체가 2개이므로 엄마와 아빠로부터 똑같이 X염색체를 하나씩 물려받아 딸의 지능은 반드시 엄마를 닮았다고 보기가 다소 어렵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는 거다.


사실 티라노의 IQ가 89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중에 엄마인 나도 풀배터리 검사를 받으면서 혹시 나도 경계선 지능 수준이거나 티라노처럼 그 바로 위의 IQ가 나오는 건 아닐까 엄청 긴장하며 풀배터리 검사를 받았는데, 이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알고 보니 엄마인 내가 웩슬러 지능 상위 5%였다.


'나 머리 좋아요 여러분~~~'이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ADHD 자녀의 지능이 충격적으로 낮게 나왔다고 해서 이 지능이 진짜 자녀의 지능이 아닐 수 있고, 실제 지능보다 평가절하되어 나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하고 싶어서 내가 그 과학적 근거와 증거까지 들먹인 거다.





■ 웩슬러 아동용 지능검사가 실제 아이의 지능보다 낮게 나올 수도 있는 이유



ADHD자녀의 지능이 실제 지능보다 낮게 나오는 이유는 내가 볼 땐 2가지다.


첫째, ADHD로 인한 주의력 부족과 집중력 부족으로 인해 지능검사를 할 당시 임상심리사가 말로 지능검사 문제를 읽어줄 때 말로 불러주는 문제에 집중이 되지 않아 문제이해력이 낮아진다.


참고로 나중에 나도 풀배터리 검사를 해보니까, 학교에서 하는 지능검사와 달리 임상심리사가 전부 문제를 말로 읽어주면, 이를 기억했다가 대답해야 하며, 웩슬러 지능검사의 경우 모든 문제를 이렇게 풀어낸다.

그리고 아이의 담당 소아정신과 전문의 선생님께서 실제로 ADHD아이들은 지능이 실제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고 말씀하셨다.



둘째, 과제집착력 즉, 성취욕구가 낮은 아이의 경우 성취욕구와 의지 자체가 거의 없는 데다가, 검사 시간이 길어 집중력이 더욱 낮아져 문제를 성의 없이 대충 풀었다. 


나중에 나도 해보니까 성인인 나도 검사가 길어지니 너무 힘들어서 2시간여 걸친 검사가 끝나니 파김치 녹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말]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여 뒤늦게 ADHD진단을 받게 된 이야기와 그 후 엄마이자 현직 교사인 내가 성인 ADHD 진단을 받게 된 이야기부터 풀어가 볼까 합니다.


그리고 ADHD인 엄마가 ADHD인 사춘기 아들을 키우며 겪는 본인 및 엄마로서의 ADHD문제, 사춘기 아들이 ADHD라서 더욱 어려움을 겪는 문제, ADHD약 없이 한평생 대학입학부터 수십대 1의 임용고시 패스와 중고등학교에 근무하며 겪은 현장경험 노하우, 그리고 자녀와 나의 ADHD 셀프 인지행동 교정을 통해 이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방법까지 차례대로 적어나가 보려고 합니다.



이상으로 저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 ADHD 티라노씨를 키우고 있고, 중학교 현직교사인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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