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건 ADHD아이에게는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중학교 입학 후 학교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나온 일을 계기로 ADHD를 의심하게 되었고, 소아정신과에서 풀배터리와 주의력검사(CAT)를 통해 ADHD임을 진단을 받게 되어 중학생이 된 티라노가 부랴부랴 ADHD약을 먹기 시작했었다.
ADHD는 최근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말로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의 줄임말이다.
증상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AD(Attention Deficit) 즉 주의력 결핍 문제, 그리고 HD(Hyperactivity Disorder) 즉 과잉행동 문제로 나뉜다.
반건호 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주의력 결핍'이라는 단어를 '주의력 조절 문제' 또는 '주의력 조절 전환 문제'로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의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일반인들과 주의력의 총 양은 같지만 과도한 집중력을 발휘하다가도 어떤 상황에서는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모습을 보이는 등 주의력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좋아하는 일을 할 때뿐 아니라, 회의나 수업시간과 같이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주의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의력 조절 전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게 ADHD의 문제라는 것이다.
어쨌든 ADHD는 사람에 따라 모두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ADHD자가진단 내의 증상이 ADHD라고 해서 모두 다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즉, ADHD여도 사람에 따라 증상이 아주 다양해서 실제로 티라노씨와 나는 둘 다 ADHD 진단을 받았지만 증상이 참 다르다.
1. 일명 조용한 ADHD라고도 불리는, 주의력 결핍 우세형 ADHD
2. 과잉행동과 충동성 우세형 ADHD
3. 그리고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충동성 모두 혼재되어 있는 혼합형 ADHD
로 나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사실은 위에 말한 것처럼 사람마다 증상이 아주 다양해서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
나의 중학생 아들 티라노씨는 혼합형 ADHD진단을 받았지만 충동성이나 과잉행동 문제가 크지 않아 늦게 발견된 것 같다고 하셨다
이를 위해 ADHD자가진단을 검색하였고, 'ADHD 부모/교사용 검사 (ADHD평정척도-4판: ADHD RS-IV)'를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찾아보게 되었다. (자료 출처: 김재원, 박기홍, 최민정(2004))
1. 학교 수업이나 일 혹은 다른 활동을 할 때, 주의집중을 하지 않고 부주의해서 실수를 많이 한다
2.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손발을 계속 움직이거나 꿈틀거린다.
3. 과제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4. 수업시간이나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닌다.
5.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귀 기울여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6. 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
7. 지시에 따라서 학업이나 집안일이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마치지 못한다.
8. 조용히 하는 놀이나 오락 활동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9. 과제와 일을 체계적으로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10. 항상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마치 모터가 달려서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한다.
11. 공부나 숙제 등 지속적으로 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일이나 활동을 피하거나 싫어하고 하기를 꺼려한다.
12. 말을 너무 많이 한다.
13. 과제나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것들(장난감, 숙제, 연필 등)을 잃어버린다.
14.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대답한다.
15. 외부자극에 의해 쉽게 산만해진다.
16.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못한다.
17. 일상적인 활동을 잊어버린다. (예: 숙제를 잊어버리거나 도시락을 두고 학교에 간다.)
18. 다른 사람을 방해하고 간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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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순서부터 약한 순서로)
1. 지시에 따라서 학업이나 집안일이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마치지 못한다.
스스로 샤워하며 머리 감기, 하루에 한 번이라도 양치 꼭 하기, 스스로 빨래통에 벗은 옷 넣어놓기와 같은 어찌 보면 당연히 스스로 해야 할 일 중 한 가지를 습관화시키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꼬박 걸릴 정도로 정말 힘들다..ㅠㅠ
2. 공부나 숙제 등 지속적으로 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일이나 활동을 피하거나 싫어하고 하기를 꺼려한다.
정말 끝도 없이 미루고 또 미룬다. 심한 경우에는 밤 12시에 숙제를 시작하겠다고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싫어하는 암기 과목의 경우엔 아얘 시작을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3. 일상적인 활동을 잊어버린다. (예: 숙제를 잊어버리거나 도시락을 두고 학교에 간다.)
말은 생략하겠다. 하... 그저 웃지요 ㅎㅎ
어떻게 됐냐고 물으면 자주 하는 티라노의 멘트가 있다.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추켜올리며 아주 해맑게 웃으며, "아~하!!! 완전히 까먹었어!!!"라고 해서 질문한 사람 화도 못 내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다.
4. 과제와 일을 체계적으로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단 한 가지 루틴을 습관화하는 데만도 꼬박 6개월 이상의 아주 긴 시간이 걸려 부모의 끊임없는 인내와 참을성을 요구한다.
5. 학교 수업이나 일 혹은 다른 활동을 할 때, 주의집중을 하지 않고 부주의해서 실수를 많이 한다.
단순 계산 실수, 옳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하는데 옳은 것을 고르기 등이 나타난다.
6. 과제나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것들(장난감, 숙제, 연필 등)을 잃어버린다.
심지어는 학원이 끝나고 나서 학원 친구들과 학원 앞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떨고 나서 가방을 놓고 와서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린 사건도 있었다. 물론 물건을 잃어버린 에피소드는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를 댈 수 있고, 수행평가나 과제물을 완전히 깜박하는 일은 거의 항상 그런 것 같다.
7. 과제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과목에 대한 호불호 편차가 매우 커서, 싫어하는 암기과목 수업을 들을 때는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
8.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손발을 계속 움직이거나 꿈틀거린다. (이 항목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집에서 좋아하는 활동을 하거나 좋아하는 과목의 학원에서는 전혀 이러한 증상이 없지만, 중학교에 입학한 후 좋아하지 않는 과목들의 수업을 하는 학교에서 이러한 증상이 자주 관찰되었다.
1. 외부자극에 의해 쉽게 산만해진다.
가끔 그렇다.
2.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대답한다.
가끔 그렇다.
3.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귀 기울여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주 가끔 그렇다.
4. 항상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마치 모터가 달려서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한다.
거의 그렇지 않다.
5. 말을 너무 많이 한다.
이를 언어충동이라고 부르는데, 티라노씨는 거의 그렇지 않다.
6.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못한다.
거의 그렇지 않다.
7. 다른 사람을 방해하고 간섭한다.
거의 그렇지 않다.
1. 조용히 하는 놀이나 오락 활동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놀거나 오락하면 오히려 신이 나서 과도하게 몇 시간이고 집중하고 있다.
2. 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
전혀 그렇지 않다. 확실히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은 적은 것 같다.
3. 수업시간이나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닌다.
전혀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고, 소규모 좋아하는 수업의 학원에서는 집중력이 아주 좋다.
위의 증상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티라노씨는 수업시간이나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혼자 마구 돌아다닌다거나 복도나 교실에서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른다던가 하는 등의 과도한 충동성과 과잉행동 증상이 거의 없었고 지금까지도 그러하다.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는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함께 보드게임에 참여하거나 참여가 어려울 때에는 옆에서 가만히 앉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며 구경하곤 했고, 방과 후에는 취미와 관심사가 일치하는 한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매미를 잡으러 다닌다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물수제비를 하며 놀곤 했다.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관해서 티라노의 수업태도를 보면, 제자리에서 은근히 손가락이나 볼펜을 가지고 꼼지락 거리기도 하고, 앞을 보아야 하는 상황인데도 엄마인 나를 쳐다보며 엄청 환한 미소로 나에게 마구 손을 흔들며 엄마가 온 것을 좋아하는 듯한 다소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해마다 학교 선생님들께 티라노가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고 자꾸 저를 쳐다보며 인사하고 그러는데 평소에도 이러냐고, 혹시 티라노 ADHD 같아 보이시지는 않냐고 담임 선생님들께 여쭈어보면, 해마다 늘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티라노가 어머니를 아주 좋아하나 봅니다. 어머니가 오셔서 티라노가 좀 많이 흥분한 것 같아요. 티라노 평소에는 절대 저렇지 않아요 어머니... 걱정 안 하셔도 괜찮아요."
라는 내용의 대답을 4년간 들어왔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학습량과 학습 수준도 높지 않은 데다가 이론보다는 활동 위주의 수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집중을 하기가 쉽다.
또한 활동 위주의 수업 특성상 수업 분위기가 활발하고 산만한 분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원래 산만한 ADHD아이들의 성향이 두드러지기가 어렵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즈음이 되면 집중력이 생겨 이론 수업시간이 되어도 집중을 하고 수업을 듣는 게 가능해지는 반면, ADHD아이들은 여전히 그렇지 못해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통 충동성과 과잉행동이 적은 주의력결핍 우세형 ADHD 아이들의 경우 학습량 자체가 많아지면서 어려워지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주의력 부족으로 인한 산만한 문제가 드러나게 되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ADHD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티라노씨는 하필 학습량과 수준이 확연하게 올라가는 초등학교 5학년 시작 직전 코로나가 터졌고, 전국구 수준의 초과밀 거대 학교인 티라노의 초등학교는 더더욱 등교수업이 2년간 거의 진행되지 못했고, 학부모 공개수업도 당연히 중단되었기에 티라노의 수업태도를 관찰할 기회는커녕, 초등학교 고학년 때의 담임선생님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다는 거다.
그래서 결국 코로나가 끝나 전면등교가 시작되었으며, 게다가 정말로 티라노가 극혐 하는 단순 암기과목부터 미스터리 퀴즈를 푸는 느낌으로 좋아하는 수학까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면서도 방대한 학습의 양과 수준을 자랑하기 시작하는 중학생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학교 수업시간에 산만한 태도가 각 과목 선생님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고, 이 사실이 학부모인 나에게도 들어오게 되었다.
ADHD자가진단 18개 항목 가운데 티라노씨의 주요 증상 7가지에 해당하는 증상 중 엄마인 내가 가정에서 느끼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해야 할 일을 계속 미루거나 끝까지 마치지 않는 증상, 일상생활이나 학업에서 잦은 실수로 제 실력 발휘가 되지 않는 문제, 할 일이나 물건을 자꾸 깜박하거나 잃어버리는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받은 학교에서의 티라노씨의 문제가 되는 증상은 내가 걱정하던 위의 것들은 대부분 해당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느끼기에 티라노가 가진 ADHD증상 중 가장 덜 심각하다고 꼽은 7, 8번째 증상인 '과제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와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손발을 꿈틀거린다'가 학교에서는 가장 문제가 된 것이었다.
티라노가 중학교 1학년 ADHD치료 전 수업시간에 지적받은 산만한 모습의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 수업 시간인데 조그맣게 흥얼거려 짝꿍 여학생이 수업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됨.
- 수업시간에 의자를 앞뒤로 까딱거려 뒷자리 친구의 책상을 치기도 하여 뒷자리 친구가 수업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됨.
- 혼자 볼펜을 분해하며 놀다가 스프링이 멀리 튕겨져 나가 스프링이 떨어진 친구의 수업을 방해하며 주목을 받기도 함.
- 혼자 사부작 꼼지락거리다가 실수로 보온 물병을 쳐서 바닥에 큰소리가 나며 떨어져 반전체 수업흐름이 끊기며 선생님께 호명을 당하며 지적을 받곤 함.
- 이 모든 산만한 행동은 기본적으로 짝꿍 여학생의 눈에 지속적으로 띄어 수업에 집중하는데 방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티라노와 짝이 된 여학생들이 티라노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았음.
이러한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행동은 티라노가 좋아하지 않는 암기과목의 경우 이 증상은 더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선생님들이 관찰한 눈에 띄는 ADHD스러운 모습이었고, 이러한 눈치없이 나오는 충동적인 과잉행동들로 인하여 교우관계를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리고 나중에 ADHD치료를 시작한 이후에 알고보니 티라노의 1학년 때 교과 선생님들께서 '티라노가 ADHD인 것 같다'라고 모두 입을 모아 말하셨다고 엄마인 내게 말해주셨다.
[덧붙이는 말]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여 뒤늦게 ADHD진단을 받게 된 이야기와 ADHD치료 직후 달라진 점들, 그 후 엄마이자 현직 교사인 내가 성인 ADHD 진단을 받게 된 이야기부터 풀어가 볼까 합니다.
그리고 ADHD인 엄마가 ADHD인 사춘기 아들을 키우며 겪는 본인 및 엄마로서의 ADHD문제, 사춘기 아들이 ADHD라서 더욱 어려움을 겪는 문제, ADHD약 없이 한평생 대학입학부터 수십대 1의 임용고시 패스와 중고등학교에 근무하며 겪은 현장경험 노하우, 그리고 자녀와 나의 ADHD 셀프 인지행동 교정을 통해 이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방법까지 차례대로 적어나가 보려고 합니다.
이상으로 저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 ADHD 티라노씨를 키우고 있고, 중학교 현직교사인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