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건 ADHD아이에게는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티라노는 소아정신과에서 받은 풀배터리와 주의력검사(CAT)를 통해 ADHD임을 진단을 받게 되었다.
중학교 입학 후 학교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나온 일을 계기로 ADHD를 의심한 게 계기였다. 그렇게 중학생이 된 티라노가 부랴부랴 ADHD약을 먹기 시작한 게 그해 11월이었다.
ADHD는 최근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말로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의 줄임말이다. 증상은 크게 AD(Attention Deficit)에 해당하는 주의력 결핍 문제, 그리고 HD(Hyperactivity Disorder)인 과잉행동 문제로 나뉜다.
ADHD 국내 권위자로 널리 알려진 반건호 교수님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주의력 결핍'을 '주의력 조절 문제' 또는 '주의력 조절 전환 문제'로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반인들과 주의력 조절이 되지 않을 뿐, 주의력의 총량은 같다는 것이다. 때론 과도한 집중력을 발휘하다가도 산만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의력에 양면성이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즉,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이외에, 회의나 수업시간 같이 좋아하는 일이 아니지만 주의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의력 조절이나 유지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녀나 학급에 ADHD로 의심되는 학생이 할 수 있도록 'ADHD자가진단'을 검색하였다.
ADHD 부모/교사용 검사 (ADHD평정척도-4판: ADHD RS-IV)를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자료 출처: 김재원, 박기홍, 최민정(2004))
1. 학교 수업이나 일 혹은 다른 활동을 할 때, 주의집중을 하지 않고 부주의해서 실수를 많이 한다.
2.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손발을 계속 움직이거나 꿈틀거린다.
3. 과제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4. 수업시간이나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닌다.
5.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귀 기울여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6. 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
7. 지시에 따라서 학업이나 집안일이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마치지 못한다.
8. 조용히 하는 놀이나 오락 활동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9. 과제와 일을 체계적으로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10. 항상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마치 모터가 달려서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한다.
11. 공부나 숙제 등 지속적으로 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일이나 활동을 피하거나 싫어하고 하기를 꺼려한다.
12. 말을 너무 많이 한다.
13. 과제나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것들(장난감, 숙제, 연필 등)을 잃어버린다.
14.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대답한다.
15. 외부자극에 의해 쉽게 산만해진다.
16.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못한다.
17. 일상적인 활동을 잊어버린다. (예: 숙제를 잊어버리거나 도시락을 두고 학교에 간다.)
18. 다른 사람을 방해하고 간섭한다.
ADHD는 일명 조용한 ADHD라고도 불리는, 주의력결핍 우세형, 과잉행동-충동 우세형, 그리고 모두 혼재되어 있는 혼합형으로 나뉠 수 있다. 사실은 전문가들은 사람마다 증상이 아주 다양해서 3가지보다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같은 ADHD더라도 ADHD의 모든 증상이 다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증상이 다 똑같은 것도 아니다. 사람에 따라 ADHD 증상이 아주 다양하다. 실제로 티라노와 나는 둘 다 ADHD 진단을 받았고, 심지어 엄마와 아들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참 다르니까.
티라노의 'ADHD 주요 증상' 8가지를 심한 순서부터 약한 순서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지시에 따라서 학업이나 집안일이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마치지 못한다.
스스로 샤워하며 머리 감기, 하루에 한 번이라도 양치 꼭 하기, 스스로 빨래통에 벗은 옷 넣어놓기와 같은 어찌 보면 당연히 스스로 해야 할 일 중 한 가지를 습관화시키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꼬박 걸릴 정도로 정말 힘들다.
2. 공부나 숙제 등 지속적으로 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일이나 활동을 피하거나 싫어하고 하기를 꺼려한다.
정말 끝도 없이 미루고 또 미룬다. 심한 경우에는 밤 12시에 숙제를 시작하겠다고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싫어하는 암기 과목의 경우엔 아얘 시작을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3. 일상적인 활동을 잊어버린다. 숙제를 잊어버리거나 도시락을 두고 학교에 가는 것처럼 말이다.(각주: 코로나 상황이라 급식이 없던 때였다.)
말은 생략하겠다. 하, 그저 웃을 뿐이다. 어떻게 됐냐고 물을 때마다 티라노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추켜올리며, "아하! 완전히 까먹었어!!!"라고 답한다. 아주 해맑게 웃으며 대답해서 질문한 사람이 화도 못 내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다.
4. 과제와 일을 체계적으로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위에서도 언급했듯,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단 한 가지 루틴을 습관화하는 데만도 꼬박 6개월 이상의 아주 긴 시간이 걸려 부모의 끊임없는 인내와 참을성을 요구한다.
5. 학교 수업이나 일 혹은 다른 활동을 할 때, 주의집중을 하지 않고 부주의해서 실수를 많이 한다.
단순 계산 실수, 옳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하는데 옳은 것을 고르기 등이 나타난다.
6. 과제나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것들(장난감, 숙제, 연필 등)을 잃어버린다.
심지어는 학원이 끝나고 나서 학원 친구들과 학원 앞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떨고 나서 가방을 놓고 와서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린 사건도 있었다. 물론 물건을 잃어버린 에피소드는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를 댈 수 있고, 수행평가나 과제물을 완전히 깜박하는 일은 거의 항상 그런 것 같다.
7. 과제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과목에 대한 호불호 편차가 매우 커서, 싫어하는 암기과목 수업을 들을 때는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
8.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손발을 계속 움직이거나 꿈틀거린다. (이 항목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집에서 좋아하는 활동을 하거나 좋아하는 과목의 학원에서는 전혀 이러한 증상이 없지만, 중학교에 입학한 후 좋아하지 않는 과목들의 수업을 하는 학교에서 이러한 증상이 자주 관찰되었다.
티라노에게 '때때로 나타나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는' ADHD 증상 7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외부자극에 의해 쉽게 산만해진다
2.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대답한다.
3.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귀 기울여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4. 항상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마치 모터가 달려서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한다.
5. 말을 너무 많이 한다.
6.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못한다.
7. 다른 사람을 방해하고 간섭한다.
티라노에게 '전혀 나타나지 않는' ADHD 증상 3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조용히 하는 놀이나 오락 활동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2. 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
3. 수업시간이나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닌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학원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는 학생이었다.
위의 증상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티라노씨는 수업시간이나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혼자 마구 돌아다닌다거나 복도나 교실에서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른다던가 하는 등의 과도한 충동성과 과잉행동 증상이 거의 없었고 지금까지도 그러하다.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는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함께 보드게임하거나, 옆에서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기도 했다. 방과 후에는 한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매미를 잡으러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곤 했다. 돌멩이로 물수제비를 하며 놀기도 했고 말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까는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관해서 보면, 제자리에서 은근히 손가락이나 볼펜을 가지고 꼼지락 거리곤 했었다. 앞을 보아야 하는 상황인데도 엄마인 나를 쳐다보며 환한 미소로 마구 손을 흔들며 좋아하는, 다소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해마다 학교 선생님들께 티라노가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고 자꾸 저를 쳐다보며 인사하고 그러는데 평소에도 이러냐고, 혹시 티라노 ADHD 같아 보이시지는 않냐고 담임 선생님들께 여쭈어보면, 해마다 늘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티라노가 어머니를 아주 좋아하나 봅니다. 어머니가 오셔서 티라노가 좀 많이 흥분한 것 같아요. 티라노 평소에는 절대 저렇지 않아요. 어머니, 걱정 안 하셔도 괜찮아요.라는 내용의 대답을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해마다 들어왔다.
초등학교 때까지 티라노가 ADHD임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학습량과 학습 수준도 높지 않은 데다가 이론보다는 활동 위주의 수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집중을 하기가 쉽다. 또한 활동 위주의 수업 특성상 수업 분위기가 활발하고 산만한 분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원래 산만한 ADHD아이들의 성향이 두드러지기가 어렵다.
보통 충동성과 과잉행동이 적은 주의력결핍 우세형 ADHD 아이들은 학습량 자체가 많아지면서 어려워지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주의력 부족으로 인한 산만한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그렇게 고학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ADHD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티라노씨는 하필 학습량이 많아지고 내용이 어려워지는 초등학교 5학년 시작 직전 코로나가 터졌다. 초거대 과밀학급 학교에 다니던 티라노는 대부분 원격수업을 받고, 등교일수는 최저였다. 당연히 학부모 공개수업도 중단되었다. 그래서 초등 고학년이 된 티라노의 수업태도를 관찰할 기회는커녕, 담임선생님들의 피드백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전면등교가 시작된 중학생이 되어서야 산만한 수업태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티라노는 과목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학습량도 방대해지고 어려워진 중학생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수업시간에 산만하다는 말이 엄마인 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티라노의 학교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증상은 가정에서 느끼는 문제와 전혀 달랐다.
엄마인 내가 가정에서 느끼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해야 할 일을 계속 미루거나 끝까지 마치지 않는 증상, 잦은 실수로 제 실력 발휘가 되지 않는 문제, 할 일이나 물건을 자꾸 깜박하거나 잃어버리는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1학년 담임선생님이 말하는 학교에서의 티라노 문제는 나와 거진 달랐다. 내가 느끼기에 가장 덜 심각하다고 꼽은 증상인 '과제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와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손발을 꿈틀거린다'를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이었다.
중학교 수업시간에 문제가 된 구체적인 티라노 사례는 다음과 같다.
'수업 시간에 흥얼거려 짝의 수업 집중을 방해함.'
'수업시간에 의자를 앞뒤로 까딱거리다가 뒷자리 친구의 책상을 쳐서 뒷자리 친구의 수업 집중을 방해함.'
'혼자 볼펜을 분해하며 놀다가 스프링이 멀리 튕겨져 나가면서 주목을 받기도 함.'
'실수로 친 보온 물병이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 선생님께 호명을 당함.'
이러한 수업시간 모습은 티라노가 좋아하지 않는 암기과목 시간에 더 심해졌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1학년 때 선생님들 모두 '티라노 ADHD인 것 같다'라고 했다고 한다. 밝힌 적 없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다들 눈치채고 계셨던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