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요 어머니... 티라노가 상담 내내 집중을 잘 못해요.."
내가 사는 OO구의 위(Wee) 센터 상담선생님께서 회당 2시간씩 2회기 그러니까 총 4시간의 상담이 끝나서 일어서기 직전 마지막에 나에게 한 말이었다.
이 말은 일어서고 나가려는 나를 다시 자리에 앉게 할 만큼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학교가 끝나 퇴근을 하고 여느 때처럼 들어서는데 우체통에 학교에서 보낸 우편물이 하나 들어있었다.
"어라 뭐지?"
좋은 일로 보내진 우편물은 아닐 것 같은 불안한 느낌...
그 속에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지와 함께 전문기관 심층평가 연계 동의/비동의서와 같은 서류들이 들어있었다.
'어라.... 이거 내가 학교에서 관심군 아이들 앞으로 나오던 그 서류인데....... 이게 왜 우리 집 우체통에 들어 있지?'
첫 페이지에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가 무엇인지, 총점에 따라 정상 군과 관심군으로 구분하며 관심군의 경우 전문기관에서 이 심층진단을 권한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두근두근 두 번째 페이지로 넘겼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페이지에는 티라노씨의 대표적 성격적 장점들과 티라노의 성격요인 계발 방안이 제시되어 있어 희망을 준다.
네 번째 페이지로 가니 드디어 본론이 나온다. 검사 결과 정서·행동문제가 관심군(우선관리군)이며, 특히 기분문제와 자기 통제부진 문제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
즉, 최근 3개월간 나의 티라노씨가 우울과 같은 기분장애나 강박적 성향이 있을 수 있고, 학습부진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중독과 같은 정서행동에 문제가 있는 자기 통제부진이 있다는 거다.
'아... 게임문제 때문에 관심군이 나온 거구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 게임하려고 우리 몰래 현질을 10만 원이나 하다가 우리에게 걸려 난리가 났었고, 그 후로도 게임문제와 영어학원 그만두고 싶다는 문제로 계속 마찰을 빚어 왔으니까...
우울하고 게임 집착문제도 있긴 하지...'
학교에서도 꼭 우리 반에 특히 주로 남학생들은 한두 명씩은 관심군이나 위험군이 나오곤 했었고,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면 보통은 상위기관 연계를 원하지 않으셔서 비동의서를 내서 더 이상 상위 기관과의 상담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이의 게임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마무리가 되곤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난 상위기관의 위클래스 선생님께서는 뭐라고 하시는지 너무 궁금하기도 했고, 혹시 추가 검사라도 하면 아이의 게임에 대한 집착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얇은 희망 한줄기를 부여잡고 상위기관인 OO구 위센터에 연계 신청을 했다.
상위기관의 위센터에서 첫 번째 방문 시엔 아이는 상담선생님과 함께 상담을 병행하며 검사를, 나는 기다리며 PAT 부모양육태도 검사와 아동청소년 행동평가척도 검사를 진행하였다. 그러고 나서 다음 주에 두 번째 방문 시엔 아이가 먼저 상담선생님과 일대 일 상담을 1시간을 진행한 후, 보호자인 나와의 일대 일 상담이 진행되었다.
아이가 우울, 불안이 다소 높아 보이며, 학교에 가기가 겁이 난다고 했다고 말씀해 주시며, 나의 부모양육태도의 문제점을 결과지를 보며 말씀해 주시며 상담이 마무리가 되어갔다. 그러고 나서 일어서던 찰나에 상담선생님이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하신다.
"그런데요 어머니... 티라노가 상담 내내 자리에서 계속 다리를 떨거나 손가락을 계속 만지작거리거나, 제가 말하는 데 딴짓을 자꾸 하면서 집중을 잘 못해요.."라고...
'어떻게 일대 일로 상담을 하는데 산만할 수가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고, 망치로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선생님, 초등학교 공개수업 때도 가보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산만해서 걱정을 하곤 했지만 해마다 아이 담임선생님들께서 평소에는 이렇지 않은데 엄마가 와서 조금 흥분한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블록이나 그림 그리고 책 만들기 같이 좋아하는 걸 할 때는 몇 시간이고 집중력이 엄청 좋아서 혹시 우리 아이가 내가 학교에서 보던 ADHD인가 싶다가도 집중력이 너무 좋아서 아니다 싶었거든요.."
라고 아이에 대해 늘어놓는 교사이자 엄마인 나.
"어머니.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누구나 집중을 잘해요.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때도 집중을 잘할 수 있어야 되는 거예요."라고 말씀하시는 위센터 상담선생님.
'아!!!!!!!!!'
"ADHD의 판단 기준은 세 가지예요. 과잉행동, 충동성, 부주의 문제 이렇게요."라고 하시며 ADHD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시고는 2회기의 상담이 마무리가 되었다.
'내가 학교에서 보던 ADHD 아이들은 제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서 교실을 마구 돌아다니거나 수업방해를 너무 심하게 해서 티라노는 당연히 ADHD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티라노씨도 ADHD일 수도 있겠구나...'
'나 교사 맞나... 중고등학생 ADHD 아이들을 그렇게 많이 보아왔는데....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심하지 않은 이런 경우도 ADHD일 수도 있는 거였구나....'
또다시 시작된 부모로서의 나의 자책감과 자괴감이 나를 뒤흔들어 놓아 다시금 불안하고 우울감이 솟아났다.
마음이 급하고 초조했던 나는 당장 집 근처에서 ADHD로 유명하다는 소아정신과를 찾아내어 주의력검사를 포함한 아이의 풀배터리 검사를 예약하게 되었다.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여 뒤늦게 ADHD진단을 받게 된 이야기와 그 후 엄마이자 현직 교사인 내가 성인 ADHD 진단을 받게 된 이야기부터 풀어가 볼까 합니다.
그리고 ADHD인 엄마가 ADHD인 사춘기 아들을 키우며 겪는 본인 및 엄마로서의 ADHD문제, 사춘기 아들이 ADHD라서 더욱 어려움을 겪는 문제, ADHD약 없이 한평생 대학입학부터 수십대 1의 임용고시 패스와 중고등학교에 근무하며 겪은 현장경험 노하우, 그리고 자녀와 나의 ADHD 셀프 인지행동 교정을 통해 이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방법까지 차례대로 적어나가 보려고 합니다.
이상으로 저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 ADHD 티라노씨를 키우고 있고, 중학교 현직교사인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