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학교에서 한 이 검사로 ADHD를 의심하게 되었다.

내가 중학교 교사인데 중학생 내 아이가 ADHD일 수도 있다고??

by 그림크림쌤

"그런데요 어머니. 티라노가 상담 내내 집중을 잘 못해요."

내가 사는 OO구의 위(Wee) 센터 상담선생님이 회당 2시간씩 2회기, 그러니까 총 4시간의 상담이 끝나고 일어서기 직전에 나에게 한 말이었다. 이 말은 일어서고 나가려는 나를 다시 자리에 앉게 할 만큼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학교가 끝나 퇴근을 하고 여느 때처럼 들어서던 어느 날, 우체통에 학교에서 보낸 우편물이 하나 들어있다.

"어라, 뭐지?"

좋은 일로 보내진 우편물은 아닐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다. 역시나 그 속에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지와 함께 전문기관 심층평가 연계 동의/비동의서와 같은 서류들이 들어있다. '엥? 이거 내가 학교에서 관심군 아이들 앞으로 나오던 그 서류인데? 이게 왜 우리 집 우체통에 들어 있지?'


첫 페이지에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가 무엇인지, 총점에 따라 정상군과 관심군으로 구분하며, 관심군의 경우 전문기관에서 이 심층진단을 권한다는 내용이 쓰여있다. 두근두근 두 번째 페이지로 넘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페이지에는 티라노씨의 대표적인 성격 장점들과 성격요인 계발 방안이 제시되어 있어 희망을 준다.


네 번째 페이지로 가니 드디어 본론이 나온다. 검사 결과, 정서·행동문제가 '관심군(우선관리군)'이며 특히 기분문제와 자기 통제부진 문제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즉, 최근 3개월간 나의 티라노씨가 우울과 같은 기분장애나 강박적 성향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다. 학습부진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중독과 같은 정서행동에 문제가 있는 자기 통제부진 역시 나타난다는 거고.


'아... 게임문제 때문에 관심군이 나온 거구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 게임 때문에, 우리 몰래 현질을 10만 원이나 하다가 우리에게 걸려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그 후로도 게임문제뿐 아니라 영어학원을 그만두고 싶다는 문제로 계속 마찰을 빚어 왔었다. 그렇기에 난 '그래. 우울할 수 있지. 게임 집착문제도 있긴 하고...'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도 특히 남학생들은 반마다 최소 한두 명은 관심군이나 위험군이 나오곤 했었다.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알려드리고자 연락하면 보통은 상위기관 연계를 원하지 않으셔서 비동의서를 내곤 했다. 당연히 상위 기관과 상담이나 검사가 이어지지 않았다. 아이의 게임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마무리가 되곤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난 상위기관의 위클래스 선생님께서는 뭐라고 하시는지 너무 궁금했다. 혹시 추가 검사라도 하면 아이의 게임에 대한 집착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얇은 희망도 있었다. 그렇게 한줄기의 얇은 희망을 부여잡고 상위기관인 우리 구 위센터 연계 신청을 했다.



상위기관의 위센터 첫 방문, 우리는 각각 검사를 받았다.

티라노는 상담선생님과 함께 심리검사를, 엄마인 나는 기다리면서 PAT 부모양육태도 검사와 아동청소년 행동평가척도 검사를 했다. 일주일 후 두 번째 방문, 티라노가 먼저 상담선생님과 일대일 1시간 상담을 받았다. 티라노 상담이 끝난 후, 보호자인 나와도 일대일 상담이 진행되었다.


상담선생님은 티라노가 우울, 불안이 다소 높아 보이며, 학교에 가는 게 겁난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그러곤 나의 검사 결과지를 보면서 내 부모양육태도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상담이 마무리되어 갔다.


상담이 끝나서 일어서던 찰나, 상담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마지막 한마디를 하신다. "그런데요 어머니... 티라노가 상담 내내 자리에서 계속 다리를 떨거나 손가락을 계속 만지작거렸어요. 제가 말하는 데 자꾸 딴짓하면서 집중을 잘 못했어요."


'일대 일 상담인데 어떻게 산만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친다. 망치로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다. 어릴 때부터 혹시 티라노가 ADHD인 건 아닐까는 의심을 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그 기억을 선생님께 들려드린다.


"선생님, 초등학교 공개수업 때도 가보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산만해서 걱정을 하곤 했어요. 그렇지만 해마다 아이 담임선생님들은 평소엔 이렇지 않은데 엄마가 와서 조금 흥분한 것 같다고 늘 그러셨어요. 블록이나 그림 그리고 책 만들기 같이 좋아하는 걸 할 때 보면, 몇 시간이고 집중력이 엄청 좋았고요. 혹시 우리 아이가 내가 학교에서 보던 ADHD인가 싶다가도 집중력이 너무 좋아서 아니다 싶었거든요."


"어머니,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누구나 집중을 잘해요.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때도 집중을 잘할 수 있어야 되는 거예요."

'아!!!!!'

"ADHD의 판단 기준은 세 가지예요. 과잉행동, 충동성, 부주의 문제요."

미처 몰랐던 놀라운 말과 함께, ADHD가 뭔지 간단히 설명을 듣고는 2회기의 상담이 마무리된다.



상당히 혼란스러운 감정이 일어난다.

'내가 학교에서 보던 ADHD 아이들은 제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서 교실을 마구 돌아다니거나 수업방해를 너무 심하게 해서 티라노는 당연히 ADHD는 아닐 거로 생각했는데. 티라노도 ADHD일 수도 있겠구나!'

'나 교사 맞나? 중고등학생 ADHD 아이들을 그렇게 많이 보아왔는데!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심하지 않은 이런 경우도 ADHD일 수도 있는 거였구나!' 혼란은 자책감으로 이어진다. 나를 뒤흔들어 놓은 이 감정들은 나를 불안과 우울감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마음이 급하고 초조했던 나는 곧장 우리 동네에서 ADHD로 유명하다는 소아정신과를 찾아내어 주의력검사(CAT)를 포함한 아이의 풀배터리 검사를 예약하게 되었다.


브런치스토리 대문사진1.png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여 뒤늦게 ADHD진단을 받게 된 이야기와 그 후 엄마이자 현직 교사인 내가 성인 ADHD 진단을 받게 된 이야기부터 풀어가 볼까 합니다.


이상으로 저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 ADHD 티라노를 키우는 중학교 현직교사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