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치료 4개월 후 학교수업태도 변화 기록(2편)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지적하신 티라노의 수업태도 문제는 다음과 같다.
-교과서 표지를 본인 마음대로 꾸며 무슨 과목인 지 못 알아보게 만들기
-교과서 표지나 속지가 찢어질 정도로 가지고 놀아 너덜너덜해지기
-볼펜을 분해하여 스프링이나 볼펜심을 구부려 가지고 놀다가 멀리 튕겨나가 지적받기
-실수로 물통을 팔꿈치로 쳐서 바닥에 "퉁"하고 떨어져 수업분위기 흐려 지적받기
-학습지는 당연히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고, 필기도 수학 말고는 거의 안 하기
ADHD치료 전 티라노는 제 자리에서 혼자 조용히 사부작거리는 학생이었다. 중학생이 된 나의 사랑하는 아들 티라노가 우여곡절 끝에 ADHD진단을 받고 메디키넷으로 ADHD약 복용을 시작한 지 4개월+10일이 경과되었다. 약은 콘서타 36mg으로 바뀌었다.
2학년이 되어 ADHD 치료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학부모 공개수업이 열리게 되었다. ADHD치료 후 첫 공개수업 참가에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학교도 하필 공개수업날이라는 사실이었다. 티라노 ADHD치료 후 첫 공개수업이기에 티라노의 수업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지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피드백 과정이 절실히 필요했다. 교사들은 휴직하지 않고는 아이 학교의 총회나 공개수업 참석을 이유로 조퇴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남편이 본인의 영업장 문을 반나절이나 닫는 무리를 해가며 엄마인 나 대신 티라노 학급의 공개수업을 참관하게 되었다.
아뿔싸! 중학교 2학년 티라노의 학부모 공개수업날만 하필 콘서타를 먹지 않고 등교했다. 평소 내가 남편보다 훨씬 일찍 출근하기에 남편이 티라노의 아침과 약을 챙겨 먹인 후 등교시키는데, 하필 공개수업인 이 날따라 아빠도, 티라노도 모두 콘서타 약 복용을 까맣게 잊은 채 약도 안 먹고 등교한 것이었다.
티라노 수업태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하필 이날 따라 약을 먹지 않아서 제대로 된 티라노 행동 변화 관찰이 어려워진 게 너무 속상했다. 남편을 향한 원망이 담긴 질타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공개수업이 5교시였는데 남편은 조금 일찍 도착했다. 티라노 중학교는 점심시간에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어 많은 아이들이 유튜브나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티라노 역시 마찬가지였다. 점심시간, 바로 뒷자리 친구 A와 함께 게임을 하느라 아빠가 학교에 왔는데도 아빠를 쳐다보지도 않고 인사도 안 하고 게임만 했다고 하였다.
타라노 아빠가 본 티라노의 공개수업 참관 후기는 다음과 같다.
1. 티라노가 얼핏 보면 얌전히 수업을 듣는 것처럼 보였고 디벗에 필기를 하긴 하였으나, 자세히 보면 학습지에 필기를 잘하지 않고 낙서를 많이 하는 모습을 보였다.
2. 점심시간에 함께 게임을 했던 바로 뒷자리 그 친구 A가 계속 뒤에서 티라노를 찌르며 방해를 하여 티라노가 뒤돌아보며 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말하곤 했다.
3. 중간에는 뒷자리 친구 A가 우산대를 길게 펴서 선생님께 지적을 받는 등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산만한 모습을 보였으며, 이는 ADHD인 티라노보다 친구 A가 수업태도가 더 좋지 못하고 산만하였으며 티라노의 수업을 자꾸만 방해하였다고 하였다.
4. 남편은 좋아하며 이렇게 말했다.
"티라노 뒷자리 친구 A가 계속 방해를 하긴 했지만 초6 때 공개수업에 갔을 때와 비교하면 티라노가 수업시간에 확실히 얌전해진 것 같아!"
"그리고 오히려 티라노 친구 B가 맨 앞에 앉아 있었는데, 한 시간 내내 필기는 하나도 안 하고 계속 낙서했다 지웠다 하고 있었어! 내가 볼 땐 ADHD인 티라노보다 오히려 A랑 B 수업태도가 훨씬 눈에 띄던걸?"
같은 날, 공개수업 당사자인 티라노씨 본인의 의견은 이러했다.
공개수업이 끝난 저녁, 콘서타 안 먹고 가서 어떻게 됐냐고 걱정 어린 눈빛으로 묻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엄마, 오늘 하루 ADHD약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평소와 다른 느낌은 아니었고, 콘서타 먹고 간 날이랑 비슷한 느낌이었어." 이 말을 듣고는 아이가 다니는 소아정신과 의사 선생님께서 하루 정도는 ADHD약을 먹지 않아도 약물의 농도가 바로 0이 되지 않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는 유지가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이 나면서 조금 위로가 되었다.
'아 콘서타 하루 안 먹었어도 수업태도에 큰 영향이 없었던 거구나. 정말 다행이다! 아마 다행히 전날까지 약을 잘 먹어서 그런가 보다!' 콘서타를 안 먹었지만 그날 유독 폭식하거나 엄청 졸려하진 않는 것으로 보아 티라노씨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알고 보니 티라노는 과목 선호도에 따라 수업태도가 조금씩 달랐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남편 말에 의하면 티라노는 디벗(교육청에서 준 태블릿)으로 필기할 때 필기를 잘 안 하는데, 학습지로 수업할 땐 그래도 적는다고 하였다. '하, ADHD약을 몇 달동 안이나 먹었는데도 수업을 열심히는 안 듣는구나!' 싶어서 참 속상했었다.
1년 여 더 지난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티라노는 수학을 가장 좋아하고, 역사 같은 암기 과목일수록 정말 싫어해서 수업 집중도가 제법 차이가 난다. 지나고 보니 하필 공개수업 과목이 티라노가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인 암기 과목이어서 조금 더 산만했었나 보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당시 우리 부부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ADHD의 경우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때론 지나칠 정도의 과도한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일반인들보다 더 오래 이를 지속할 수 있다. 반면 좋아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평균 이하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다소 산만한 모습을 보인다. 즉, 본인의 호불호에 따라 집중력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 티라노의 작은 장점이라도 찾아보지 않으면 내가 미쳐버릴 것만 같은 나는 사춘기까지 겪는 ADHD 중학생을 둔 교사 엄마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목만 수업을 잘 듣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냥 그 과목들이라도 수업 열심히 들어서 참 다행이다 싶고, 이걸로라도 방황하는 티라노를 지켜보며 불안하고 초조한 부모의 마음을 스스로 어루만져주고 싶은 그런 마음인 거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 말고, 역사와 한문 같은 암기과목도 열심히 들어야 한다 등등 수없이 많은 좋은 말들을 같다 붙여도 학교까지 따라가서 필기를 하나 안 하나 옆에서 지키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 것을. 이제 더 이상 부모의 뜻대로, 부모의 마음대로 할 수 없어지고 자기의 의지라는 게 생겨버린 "사춘기"인 것을.
이로부터 6개월 후 티라노의 2학기 학부모 공개수업에는 휴직한 내가 직접 참석하게 되었다. 2학기 티라노씨의 공개수업 참관 후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공감되고 위로가 되며 도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 이상으로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