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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크림쌤 Nov 25. 2024

사춘기ADHD중학생, 치료 후 학교수업 태도변화

ADHD치료 4개월 후 학교수업태도 변화 기록(2편)


나의 사랑하는 아들 티라노씨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우여곡절 끝에 혼합형 ADHD진단을 받고 메디키넷을 시작으로 해서 ADHD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지 4개월+10일이 경과되어  이 때는 콘서타 36mg을 복용 중이었고, 해가 바뀌어 ADHD 치료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학부모 공개수업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ADHD치료 전 티라노는 제 자리에서 혼자 조용히 사부작거리는 학생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지적하신 티라노의 수업태도들을 열거해 보면,


-교과서 표지를 본인 마음대로 꾸며 무슨 과목인 지 못 알아보게 만들기

-교과서 표지나 속지가 찢어질 정도로 가지고 놀아 너덜너덜해지기

-볼펜을 분해하여 스프링이나 볼펜심을 구부려 가지고 놀다가 멀리 튕겨나가 지적받기

-실수로 물통을 팔꿈치로 쳐서 바닥에 "퉁"하고 떨어져 수업분위기 흐려 지적받기

-학습지는 당연히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고, 필기도 수학 말고는 거의 안 하기


등 대부분은 수업방해 없이 혼자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사부작거리며 산만한 모습을 보이는 그런 학생이었다.




티라노처럼 충동성이나 과잉행동 문제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ADHD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다.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같은 내 새끼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교실을 자기 마음대로 마구 돌아다니거나, 욕을 하며 친구를 때리거나 하는 등의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아주 강한 아이들만 ADHD가 아니다.


티라노는 과잉행동과 충동성, 그리고 주의력 결핍 모두 조금씩 혼재되어 있는 혼합형 ADHD라서 겉보기에는 제자리에 얌전히 앉아 수업을 듣는 것처럼 보이기 쉽다.


게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대부분의 아이들도 다소 산만한 시기에 티라노를 맡았던 담임 선생님들께서는 다들 한결같이 "괜찮아요 아무 문제없어요. 엄마가 오셔서 오늘 조금 흥분한 것 같아요. 평소엔 절대 안 그래요 어머니~"라고 하셨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이제는 산만한 모습이 사라져 티라노의 산만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초등 고학년 때에는 하필 코로나가 터져 2년간 학교를 거의 가지 않았고, 코로나 기간 유일하게 다녔던 학원이나 과외와 같은 소규모 수업들에서는 집중을 잘하고 문제가 없었기에 아이가 산만한 지 전혀 몰랐다는 게 문제였다.




ADHD치료 후 첫 공개수업 참가에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학교도 하필 공개수업날이라는 사실이었다.


교사들은 사실상 휴직하지 않고는 아이 학교의 총회나 공개수업 참석을 이유로 수업을 바꾸고 조퇴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티라노가 ADHD치료 후 첫 공개수업이기에 티라노의 수업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지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피드백 과정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 티라노 아빠인 남편이 본인의 영업장 문을 반나절이나 닫은 채 엄마인 나 대신 티라노 학급의 공개수업을 참관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전날까지 빠지지 않고 콘서타 36mg을 꾸준히 투약 완료하였고, 공개수업 당일을 맞이하였다.




아뿔싸! 중학교 2학년 티라노의 학부모 공개수업날만 하필 콘서타를 먹지 않고 등교했다.


평소 내가 남편보다 2시간가량 일찍 출근하기에 남편이 티라노의 아침과 약을 챙겨 먹인 후 등교시키는데, 하필이면 공개수업인 이 날따라 아빠도, 티라노도 모두 콘서타 약 복용을 까맣게 잊은 채 ADHD약을 먹지 않고 등교한 것이었다.


하...

티라노 수업태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인데 하필 약을 먹지 않고 등교해서 제대로 된 티라노 행동 변화 관찰이 어려워진 것 같아 남편을 향한 원망이 담긴 질타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공개수업이 5교시였고, 조금 일찍 도착한 티라노씨의 아빠.

티라노가 다니는 중학교는 내가 근무하는 중학교와 달리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학생인권 존중 차원에서 점심시간에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어 많은 아이들이 유튜브나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고, 티라노 역시 학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점심시간이어서 바로 뒷자리인 친구 A와 함께 게임을 하느라 아빠가 학교에 왔는데도 아빠를 쳐다보지도 않고 인사도 안 하고 게임만 했다고 하였다.




타라노 아빠가 본 티라노의 공개수업 참관 후기


티라노가 얼핏 보면 얌전히 수업을 듣는 것처럼 보였고 디벗에 필기를 하긴 하였으나, 자세히 보면 학습지에 필기를 잘하지 않고 낙서를 많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점심시간에 함께 게임을 했던 바로 뒷자리 그 친구 A가 계속 뒤에서 티라노를 찌르며 방해를 하여 티라노가 뒤돌아보며 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말하곤 했다.


중간에는 뒷자리 친구 A가 우산대를 길게 펴서 선생님께 지적을 받는 등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산만한 모습을 보였으며, 이는 ADHD인 티라노보다 친구 A가 수업태도가 더 좋지 못하고 산만하였으며 티라노의 수업을 자꾸만 방해하였다고 하였다.


"티라노 뒷자리 친구 A가 계속 방해를 하긴 했지만 초6 때 공개수업에 갔을 때와 비교하면 티라노가 수업시간에 확실히 얌전해진 것 같아!"


"그리고 오히려 티라노 친구 B가 맨 앞에 앉아 있었는데, 한 시간 내내 필기는 하나도 안 하고 계속 낙서했다 지웠다 하고 있었어! 내가 볼 땐 ADHD인 티라노보다 오히려 A랑 B 수업태도가 훨씬 눈에 띄던걸..."

이라고 말하는 티라노의 아빠이자 나의 남편.




같은 날, 공개수업 당사자인 티라노씨 본인의 의견


공개수업이 끝난 저녁, 콘서타 안 먹고 가서 어떻게 됐냐고 걱정 어린 눈빛으로 묻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엄마, 오늘 하루 ADHD약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평소와 다른 느낌은 아니었고, 콘서타 먹고 간 날이랑 비슷한 느낌이었어."


이 말을 듣고는 아이가 다니는 소아정신과 의사 선생님께서 하루 정도는 ADHD약을 먹지 않아도 약물의 농도가 바로 0이 되지 않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는 유지가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이 나면서 조금 위로가 되었다.


'아 콘서타 하루 안 먹었어도 수업태도에 큰 영향이 없었던 거구나... 정말 다행이다..

아마 다행히 전날까지 약을 잘 먹어서 그런가 보다...'


콘서타를 안 먹었지만 그날 유독 폭식하거나 엄청 졸려하진 않는 것으로 보아 티라노씨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알고 보니 티라노는 과목 선호도에 따라 수업태도가 조금씩 달랐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남편 말에 의하면 티라노는 디벗(교육청에서 준 태블릿)으로 필기할 때 필기를 잘 안 하는데, 학습지로 수업할 땐 그래도 적는다고 하였다.


'하... ADHD약을 몇 달동 안이나 먹었는데도 수업을 열심히는 안 듣는구나...' 싶어서 참 속상했었다.


그런데 1년 여가 더 지난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티라노는 수학을 가장 좋아하고, 역사 같은 암기 과목일수록 정말 싫어해서 수업 집중도가 제법 차이가 나는데, 하필 공개수업 과목이 티라노가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인 암기 과목이어서 조금 더 산만했었나 보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에 우리 부부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였었다.


ADHD의 경우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때론 지나칠 정도로 과도한 초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일반인들보다 더 오래 이를 지속할 수 있지만, 좋아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평균 이하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다소 산만한 모습을 보이는 성향이 강하다. 즉, 본인의 호불호에 따라 집중력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 티라노의 작은 장점이라도 찾아보지 않으면 내가 미쳐버릴 것만 같은 나는 사춘기까지 겪는 ADHD 중학생을 둔 교사 엄마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목만 수업을 잘 듣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냥 그 과목들이라도 수업 열심히 들어서 참 다행이다 싶고, 이걸로라도 방황하는 티라노를 지켜보며 불안하고 초조한 부모의 마음을 스스로 어루만져주고 싶은 그런 마음인 거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 말고, 역사와 한문 같은 암기과목도 열심히 들어야 한다 등등 수없이 많은 좋은 말들을 같다 붙여도 학교까지 따라가서 필기를 하나 안 하나 옆에서 지키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 것을...


이제 더 이상 부모의 뜻대로, 부모의 마음대로 할 수 없어지고 자기의 의지라는 게 생겨버린 "사춘기"인 것을...





이로부터 6개월 후 티라노의 2학기 학부모 공개수업에는 휴직을 하게 된 내가 직접 참석하게 되었다.


2학기 티라노씨의 공개수업 참관 후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이번주부터  "나와 사춘기아들의 ADHD이야기" 브런치북 연재가 매주 월, 금 주2회 업데이트됩니다.


공감되고 위로가 되며 도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

이상으로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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