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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ADHD 중학생, 치료 직후 달라진 변화

중학교에 와서야 ADHD치료를 시작했고, 아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by 그림크림쌤

티라노는 중학교 입학 첫해에 혼합형 ADHD진단을 받는 것과 동시에 메디키넷 5mg으로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메디키넷에서 콘서타까지 처음 복용하던 당시의 부작용과 가정에서 직접적으로 느꼈던 효과를 공개한다.


이번 글은 가정에서의 티라노의 행동 변화를 중심으로 기술하였고, 중학교 수업시간에서의 티라노의 태도 변화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공개할 예정이다.




ADHD진단 후 첫 진료, 메디키넷 5mg 일주일치를 처방받았다.

티라노와 대화가 주거니 받거니 잘 되고, 티라노에게 하소연을 하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도 잘해주며 심지어 조언도 해주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다. 티라노의 공감능력의 변화부터 눈에 띈다. 부작용은 아직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일주일 후 두 번째 진료, 메디키넷 10mg 일주일치와 콘서타 18mg 일주일치, 총 2주 치 처방을 받았다.

메디키넷의 용량이 늘어났고, 그 후 콘서타로 ADHD약을 갈아탔는데도 아직은 큰 부작용은 없어 보인다. 콘서타가 수면 방해 부작용이 있다고 하던데 줄넘기 학원을 주 3회로 늘려서 그런가 오히려 피곤하다며 일찍부터 뻗어서 자기 바빴다.


공감능력은 확실히 ADHD치료 이전보다 좋아졌다. 티라노씨가 갑자기 철이 들었나 싶을 정도다. 엄마인 내 이야기를 티라노가 잘 들어주어서, 티라노와 대화를 하면 묵은 감정이 해소되고 속이 풀리는 느낌이다. 낯설지만 참 좋은 기분이다.


공감능력 개선 때문인지, 반에서 친구 무리에 끼게 되어 친구들과 잘 지내고 학교 가는 것도 즐거워한다. "우리 반 친구들이.."라고 말하던 걸 "내 친구들이.."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진단 3주 후 세 번째 진료, 콘서타 27mg로 용량이 늘었고, 2주 치를 처방받았다.

콘서타 용량이 늘어 낮에 식욕저하가 시작되었다. 결국 자정이 넘은 시간에 배고픔을 참기 어려워해서 볶음밥을 주었다.


콘서타 증량 첫날은 자꾸 비꼬거나 냉소적인 어투로 말해서 속상했는데, 증량 두 번째 날부터는 냉소적인 어투가 사라지고 다시 애교 많은 아들로 돌아왔다.


늦잠을 자서 낮 12시에 약을 먹였더니 새벽 한 시가 넘도록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중에 담당 의사에게 말했더니, 내게 아침 11시 이후에는 약을 먹이지 말라는 지침을 주었다.



티라노의 공감 능력과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이 좋아져서 깜짝 놀랐다. 자려고 누웠는데 당시 우리가 즐겨보던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속 한 대사와 그 장면이 자꾸 뇌리에서 잊히지를 않는다고, 자꾸 슬퍼진다고 말하며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훌쩍인다. 구디 아담스가 웬즈데이에게 박힌 칼을 빼는 장면이었다. 구디 아담스가 티라노 본인의 내면의 슬픔을 끌어낸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그 부분이 왜 슬프냐고 물었다. 허상으로라도 자신의 조상을 보아서 좋아하던 웬즈데이가 나중에 그 조상을 환시로라도 볼 수 없게 되는 부분이 너무 슬프다고 대답했다.


'티라노가 원래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감정이입하며 푹 빠진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던 아이였던가??'

2년이 지난 지금은 ADHD약의 효과임을 이제는 알지만, 그 당시에는 이렇게 갑자기 공감능력이 확 좋아진 이런 것도 정말로 ADHD약 효과인가 반신반의하였었다.


숙제를 미루긴 했지만 스스로 하려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데 갑자기 오늘 원래 수학숙제를 하는 날인데 깜박했다면서 수학학원 숙제를 해야겠다고 하였다. 원래 내가 잔소리를 여러 번 하면 미루고 미루다가 숙제를 했는데 티라노가 먼저 숙제해야겠다고 말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시간은 늦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ADHD진단 후 5주 차 진료, 콘서타 27mg 유지가 결정되었고, 3주 치를 처방받았다.

티라노의 담당 소아정신과 선생님께서는 티라노의 ADHD용량을 콘서타 27mg 유지할지 아니면 36mg까지 증량 후 유지할지 고민 중이지만, 좀 더 지켜보자고 하시며 콘서타 27mg 3주 치 처방해 주셨다. 부작용으로는 37.7도 수준의 미열이 2번 있었다.


학교에서 수학성적이 갑자기 크게 올라 반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당시 티라노는 수학 수행평가를 보았는데 반에서 최소한 5등 안에 든 것 같다고 하였다. 집에 오자마자 신이 났는지 나에게 아기 공룡처럼 종알거렸다. 실제 수학 실력에 비해 레벨테스트뿐 아니라, 학교 수학성적까지 터무니없이 낮게 나와 늘 의문이었다. 티라노가 가진 수학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어 점수로 나타난 건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정말로 콘서타 약효로 수학성적이 오른 건지 우연히 잘 본 건지 반신반의하였었다. 2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ADHD약을 꾸준히 복용하였기에 주의력 부족 문제가 보완되어 집중력이 향상되고, 계산 실수가 줄어서 수학성적이 올랐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보다 치료 2년 차인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는 수학성적이 더 오른 것으로 보아 확실히 ADHD치료가 수학에서의 실수를 줄여 실력발휘를 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수학학원에서 수업시간에 집중이 더 잘되는 게 느껴진다고 신기해하며 티라노가 먼저 말을 해주었다. ADHD약 복용 이후 늘 콘서타 약효를 잘 모르겠다고 하더니 ADHD약 효과를 느꼈다고 말을 한건 처음이었고, 둔한 티라노가 집중력 향상을 느낄 정도로 집중력이 좋아졌다는 게 놀랍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수학에 대한 의욕이 올라간 것 같다. 수학학원 선생님이 설명하고 계신데 이미 지난번 배운 내용이라 뒤에 문제를 막 풀고 있었더니 선생님이 열정적이라고 칭찬하셨다는 말도 하였다.



분위기를 살펴가며 말할 타이밍을 파악하는 눈치도 조금 생겼다. 같은 반 친구들도 티라노의 변화를 느낄 정도로 학교 교실에서 ADHD약 복용하기 이전보다 조용해졌지만, 반 분위기에 맞추어 수다스러워지기도 한다. 즉, 조용할 때는 조용하다가 친구들이 수다를 떨 때에는 함께 말을 할 정도의 눈치가 생겼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과 감정이입이 향상됨을 크게 느낀 사건이 또 있었다. 티라노는 성조숙증으로 성장 치료를 하고 있었고, 그날은 함께 대학병원 진료를 보고 온 날이었다. 교수님 진료가 끝나면 엉덩이 주사를 맞은 후 약처방을 받고 집에 왔어야 했는데, 교수님 진료만 받은 채 약처방은커녕 주사도 안 맞은 채 덜컥 집에 와버린 어이없는 사건이 있었던 것이었다. 덜렁대기로는 티라노와 나중 누가 더 우위인지 가늠할 수 없는 날이었다.


그런데 티라노가 속상해하는 나에게 '주사도 안 맞고, 처방약도 못 받아 왔지만 그래도 오늘 밤에 바로 깨달아서 다행이지 않냐'라고 하며 덜렁거려 실수한 나를 공감해 주고 위로도 많이 해주었다. 결국 우리 둘 다 까맣게 잊고 그냥 온 바람에. 다음 날 티라노를 데리고 다시 대학병원에 가야 했다.


소아정신과 담당 선생님 역시 이전보다 티라노와 대화가 더 잘된다고 하였다.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소통도 ADHD약 복용 이전보다 잘 되는가 보다.



그러나 부주의로 인해 덜렁거림과 할 일을 미루다 하는 습관은 여전히 남아있다. 양말 한쪽을 뒤집어 신고 있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날은 차에서 내릴 때 본인의 가방과 겉옷을 챙기지 않고 몸만 나가기도 하였다. 부주의로 인한 덜렁거림일 수도 있고, 의도치 않은 유아형 자기중심적 태도 때문일 수도 있어 보인다.


아침 등교 시에도 여전히 늦장 부리고 꾸물거리면서 등교준비를 빨리빨리 하지 않아 늘 아슬아슬하게 학교에 도착한다. 여전히 숙제 시작을 미루다가 밤 10시가 되어야 숙제를 시작하긴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그러나 콘서타 복용 이전보다 숙제를 시작하는 시간이 조금 빨라졌다.





다음 주에는 중학생 티라노가 ADHD치료를 한 이후의 학교 수업태도와 학교생활 모습의 변화에 대한 기록이 이어집니다.


이상으로 저는 사춘기 ADHD 중학생 티라노와 저의 ADHD를 극복하고 있는 교사 엄마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




(두 번째 사진출처 : 넷플릭스 웬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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