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와서야 ADHD치료를 시작했고, 아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의 티라노씨가 중학교에 입학한 첫해에 결국 혼합형 ADHD진단을 받고 ADHD약 복용을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메디키넷과 콘서타를 처음 복용하던 당시의 부작용과 가정에서 직접적으로 느꼈던 효과에 대한 기록을 관찰자 입장에서의 행동변화를 중심으로 기록한 내용을 공개한다.
이번 글은 가정에서의 티라노의 행동 변화를 중심으로 기술하였고, 중학교 수업시간에서의 티라노의 태도 변화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공개할 예정이다.
티라노와 대화가 주거니 받거니 잘 되고, 티라노에게 하소연을 하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도 잘해주며 심지어 조언도 해주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다. 티라노의 공감능력의 변화부터 눈에 띈다. 부작용은 아직은 딱히 없는 것 같다.
메디키넷의 용량이 늘어났고, 그 후 콘서타로 ADHD약을 갈아탔는데도 아직은 큰 부작용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콘서타가 불면증 부작용이 있다고 하던데 줄넘기 학원을 주 3회로 늘려서 그런가 오히려 피곤하다고 일찍부터 뻗어서 자기 바쁘다.
공감능력은 확실히 ADHD치료 이전보다 좋아졌다. 티라노씨가 갑자기 철이 들었는지 티라노와 대화를 하면 감정이 해소되어 속이 풀리고 엄마인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 낯설지만 참 좋다. 그리고 반에서 친구 무리에 끼게 되어 친구들과 잘 지내고 학교 가는 것도 즐거워하며, "우리 반 친구들이.."라고 말하던 걸 "내 친구들이.."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콘서타 용량이 늘어 결국 낮에 식욕저하가 시작되었는지 새벽 12시 반에 배고프다고 해서 그 늦은 시간에 볶음밥을 주었다. 그리고 콘서타 증량 후 첫날은 서운할 정도로 자꾸 비꼬거나 냉소적인 어투로 말해서 속상했는데, 증량 두 번째 날부터는 냉소적인 어투가 사라지고 다시 애교 많은 아들로 돌아왔다.
늦잠을 자서 낮 12시에 약을 먹였더니 새벽 한 시가 넘도록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중에 선생님께 말했더니 아침 11시 이후에는 약을 먹이지 말라고 하셨다.
티라노의 공감 능력과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이 좋아졌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당시 우리가 즐겨보던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속 구디 아담스가 웬즈데이에게 박힌 칼을 빼면서 한 대사와 그 장면이 자꾸 뇌리에서 잊히지를 않는다고 하면서, 구디 아담스가 티라노 본인의 내면의 슬픔을 끌어내었는지 자꾸 슬프다고 말하며 울컥하는지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자꾸 훌쩍거린다.
그 부분이 왜 슬프냐는 나의 물음에 티라노는 자신의 조상이 환시로 보이고 그러다가 다시는 그 사람을 못 보게 되는 부분이 너무 슬프다고 대답했다.
티라노가 원래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감정이입하며 푹 빠진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던 아이였던가??
2년이 지난 지금은 ADHD약의 효과임을 이제는 알지만, 그 당시에는 이렇게 갑자기 공감능력이 확 좋아진 이런 것도 정말로 ADHD약 효과인가 반신반의하였었다.
숙제를 미루긴 했지만 스스로 하려는 모습을 처음 보였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데 갑자기 오늘 원래 수학숙제를 하는 날인데 깜박했다면서 수학학원 숙제를 해야겠다고 하였다. 원래 내가 잔소리를 여러 번 하면 미루고 미루다가 숙제를 했는데 티라노가 먼저 숙제해야겠다고 말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시간은 늦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티라노의 담당 소아정신과 선생님께서는 티라노의 ADHD용량을 콘서타 27mg 유지할지 아니면 36mg까지 증량 후 유지할지 고민 중이라고 하셨으나 좀 더 지켜보자고 하시며 콘서타 27mg을 3주 추가 처방해 주셨다.
부작용으로는 37.7도 수준의 미열이 2번 있었다.
학교에서 수학성적이 갑자기 크게 올라 반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당시 티라노씨의 중학교에서 수학 수행평가를 보았고, 수행평가 성적이 나왔는데 50점 만점에 47점을 맞아 티라노가 최소 반에서 5등 안에 든 것 같다고 집에 오자마자 나에게 신이 났는지 아기 공룡처럼 종알거렸다. 학원에서의 수학 실력에 비해 늘 레벨테스트도 그렇고 학교 수학성적도 늘 터무니없이 낮게 나와 의문이었는데 티라노가 가진 수학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어 점수로 나타난 게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정말로 콘서타 약효로 수학성적이 오른 건지 우연히 잘 본 건지 반신반의하였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ADHD약을 꾸준히 복용하였기에 주의력 부족 문제가 보완되어 집중력이 향상되고, 계산 실수가 줄어서 수학성적이 올랐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보다 치료 2년 차인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는 수학성적이 더 오른 것으로 보아 확실히 ADHD치료가 수학에서의 실수를 줄여 실력발휘를 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수학학원에서 수업시간에 집중이 더 잘되는 게 느껴진다고 신기해하며 티라노가 먼저 말을 해주었다.
ADHD약 복용 이후 늘 콘서타 약효를 잘 모르겠다고 하더니 ADHD약 효과를 느꼈다고 말을 한건 처음이었고, 둔한 티라노가 집중력 향상을 느낄 정도로 집중력이 좋아졌다는 게 놀랍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수학학원 선생님이 설명하고 계신데 이미 지난번 배운 내용이라 뒤에 문제를 막 풀고 있었더니 선생님이 열정적이라고 칭찬하셨다는 말도 하였다. 수학에 대한 의욕이 올라간 것 같다.
분위기를 살펴가며 말할 타이밍을 파악하는 눈치도 조금 생겼다.
같은 반 친구들도 티라노의 변화를 느낄 정도로 학교 교실에서 ADHD약 복용하기 이전보다 조용해졌지만, 반 분위기에 맞추어 수다스러워지기도 한다. 즉, 조용할 때는 조용하다가 친구들이 수다를 떨 때에는 함께 말을 할 정도의 눈치가 생겼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과 감정이입이 향상됨을 크게 느낀 두 번째 에피소드.
티라노는 성조숙증으로 성장 치료를 하고 있었고 그날은 함께 대학병원 진료를 보고 온 날이었다. 원래는 교수님 진료를 본 후 주사실에 가서 주사를 맞은 후 주사약 처방을 받고 집에 왔어야 했는데, 교수님 진료만 받은 채 처방약은커녕 주사도 안 맞은 채 정말 교수님 진료만 보고 덜컥 집에 와버린 어이없는 사건이 있었다.
하... 덜렁대기로는 티라노와 나중 누가 더 우위인지 가늠할 수가 없는 날이었다.
그런데 티라노가 속상해하는 나에게 주사도 안 맞고, 처방약도 못 받아 왔지만 그래도 오늘 밤에 바로 깨달아서 다행이지 않냐고 어제부터 덜렁거려 실수를 한 나에게 위로와 공감을 많이 해주었다. 우리 둘 다 까맣게 잊고 그냥 온 바람에 결국 다음 날에 티라노와 함께 다시 대학병원까지 다시 갔다 와야 했다.
그리고 소아정신과 담당 선생님께서 이전보다 티라노와 대화가 더 잘된다고 내게 피드백 주셨다.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소통도 ADHD약 복용 이전보다 잘 되는가 보다.
그러나 부주의로 인해 덜렁거림과 할 일을 미루다 하는 습관은 여전히 남아있다.
양말 한쪽을 뒤집어 신고 있던 모습을 발견했는데 부주의로 인한 여전한 덜렁거림이 조금 있다. 그리고 어떤 날은 차에서 내릴 때 본인의 가방과 겉옷을 챙기지 않고 몸만 나갈 때가 종종 있다. 부주의로 인한 덜렁거림일 수도 있고, 의도치 않은 유아형 자기중심적 태도 때문일 수도 있어 보인다.
또한 아침 등교 시 여전히 늦장 부리고 꾸물거리면서 등교준비를 빨리빨리 하지 않아 늘 아슬아슬하게 학교에 도착하며, 여전히 숙제 시작을 미루다가 밤 10시가 되어야 숙제를 시작하긴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콘서타 복용 이전보다 숙제를 시작하는 시간이 조금 빨라졌다.
다음 주부터 "나와 사춘기아들의 ADHD이야기" 브런치북 연재가 월, 금 주 2회로 업데이트됩니다.
다음 주에는 중학생 티라노씨가 ADHD치료를 한 이후의 학교에서의 수업태도와 학교생활 모습의 변화에 대한 기록이 공개됩니다.
이상으로 저는 사춘기까지 온 ADHD인 중학생 티라노씨를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고, 이를 티라노에게 적용하여 함께 극복해 나가고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과학교사이자 ADHD엄마 그림크림선생님이었습니다.
(두 번째 사진출처 : 넷플릭스 웬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