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을 때부터 정말 남달랐던 ADHD아기 이야기 (1편)
곧 고등학생 되는 사춘기 ADHD 중학생 아들 티라노씨가 태어난 순간부터 두 돌 반까지의 먹고 자는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아기 티라노의 놀이치료와 언어치료 이야기, 그리고 애착형성, 언어발달 및 사회성발달을 위한 엄마인 나의 피나는 노력과 노하우 이야기들은 사실 오래전 비공개 카페 회원들 사이에서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이야기였다. 이를 가져와 순서대로 올려 보려고 한다.
돌이켜보건대 나의 티라노씨와 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참으로 힘들고 서러웠다.
나는 양막이 찢어진 줄도 모른채 이틀이나 지내다가 산부인과 진료날이 되어 진료를 보러 간 만삭 상태였다.
남들은 출산 전 힘내야 하니까 고기를 구워 먹고 가기도 한다던데, 난 고기는커녕 '진료 보고 나서 밥 먹어야지!'라는 생각으로 빈속으로 갔던 산부인과였다.
혹시나 싶어서 의사에게 이틀 전 물이 조금 나왔었다는 말을 했다. 의사는 매우 놀라며 감염 위험이 있으니 지금 바로 입원해서 아기를 낳아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했다. 그렇게 유도분만이 시작되었다. 꼬박 8시간 동안 진통을 해서 자궁문도 다 열렸으나 아이는 나올 기색이 없었다.
결국 긴 시간의 진통에도 불구하고 응급 제왕절개를 통해 아기 티라노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감염 위험으로 아기 티라노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에 곧바로 끌려갔다. 그렇게 아기 티라노는 따뜻한 엄마 품도 한번 느껴보지 못하고 차가운 세상을 맞이했다.
반면 제왕절개 수술 후 마취가 깬 나는 '내가 아기를 낳은 건 맞나?' 싶은 기분이었다. 배가 꺼졌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몸을 일으킬 기운조차 없었다. 게다가 옆엔 아기는커녕 남편조차 없이 나 혼자였다. 난 어리둥절하여, "저 아기 낳은 거 맞아요? 왜 옆에 아무도 없어요?"라고 외쳤다. 어찌나 서럽고 외롭던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신생아 티라노는 그렇게 엄마의 따뜻한 품 속에서 엄마젖을 먹기는커녕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맞이하였다. 자궁문은 활짝 열린 채 제왕절개 수술까지 했기에,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수술을 동시에 겪은 셈이 되었던 나는 다른 산모들에 비해 유독 몸의 회복이 매우 더뎠다.
그렇게 감동은커녕 다소 서러울 정도로 냉정한 출산이 끝났다. 나는 엉덩이 주사를 맞으려고 몸을 돌리는 것조차 너무 힘든 안 좋은 상태였다. 하루가 꼬박 지나도록 내가 낳은 아기를 안아보기는커녕 얼굴조차 보러 갈 수가 없었다. 신생아 중환자실 아기들은 병실로 데려오는 게 금지였기에,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엄마에게 데려올 수도 없는 상태였다.
나는 결국 이틀 만에 '내가 낳은 아기 얼굴 한번 보겠다'라는 마음으로 서러움을 가득 안은 채 힘든 몸을 끌고 신생아 중환자실로 겨우 겨우 내려갔다. 아기 한번 직접 보겠다고 누웠던 몸을 일으켜 서는 데만도 1시간이 꼬박 걸릴 정도로 몸상태가 매우 안 좋았었다. 나와 나의 아기 티라노는 서로에게서 떨어진 순간부터 참으로 힘들고 서러웠다.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었던 나에게 허락된 나의 아기 면회시간은 고작 10분이었다.
그렇게 1시간에 걸쳐 몸을 일으켜 아기 얼굴 한번 보겠다고 겨우 겨우 내려갔는데, 면회시간이 아니라 면회가 안된다며 단칼에 거절당했다. 알고 보니 병실 간호사가 신생아 중환자실 아기인 줄 모르고 면회시간을 내게 잘못 알려준 것이었다.
몸을 일으킨 순간부터 내려오는 과정까지 너무나도 힘들었는 데다가, 이틀 내내 아기를 안아보기는커녕 얼굴 한번 직접 보지 못했던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 "저 진통 하도 오래 하다가 제왕절개해서 아기 얼굴 한번 보려고 몸을 침대에서 일으키는 데만도 거짓말이 아니라 1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다음에 다시 보러 오려면 너무 많이 힘들어요." 이 말을 마치고 나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 버렸다. 그런 내 모습과 사연이 너무 짠했는지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10분 면회를 겨우 허락해 주었다. 그렇게 고작 10분 동안 아기를 낳은 지 이틀 만에 내가 낳은 아기 티라노를 처음으로 안아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산부인과 입원 내내 나는 다른 제왕절개 산모들도 나처럼 허리도 구부정하며 못 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는데도 원래 30분 이상 걸리고 다 나처럼 고생하는 줄 알았다. 허리를 곧게 펴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잘 걸어 다니는 산모들은 전부 자연분만을 한 사람들인 줄 알았다.
"아기 어때요, 순해요?"라는 나의 질문에 중환자실 간호사 그 누구도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의 아기가 순한지 어떤지가 가장 궁금했던 나는 고작 허락된 10분이 다되어 아기를 나에게서 빼앗으러 온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나의 아기의 상태에 대한 질문을 했다.
"아기 어때요? 순한 편이에요?"
그런데 나의 질문에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가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를 못하고 얼버무리듯 대답하였다.
"아 그게... 모유를 한 번에 먹지를 않고 조금씩 끊어서 먹어요. 조금만 먹고 잠이 드니까 조금 있다가 또 깨서 울고, 그렇게 조금 먹고 조금 자고 그런 것 같아요."
'아....... 나의 아기가 순하지는 않구나.... 내가 혹시 임신 중에 수업태도가 안 좋은 학생들을 너무 혼내면서 수업을 해서 태교에 안 좋았던 걸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난 분유통에 쓰여 있는 월령별 적정 분유량은 정말로 분유 회사의 상술인 줄로만 알았다.
조리원에서는 다들 미역국을 두세 그릇씩 먹는 분위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한 그릇은 꾸역꾸역 먹었었다. 그런데 입이 매우 짧은 데다, 먹고 싶은 음식이 없는 입덧을 했던 나는 조리원 퇴소와 함께 식사량이 급격히 줄게 되었다. 산부인과 입원부터 조리원 퇴소까지 내내 원탑이었던 나의 모유량은 서서히 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모유가 아주 잘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신생아 티라노가 원체 젖을 5분 이상 잘 빨지 않았기에 모유왕이었던 나의 모유량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나의 애가 타는 마음도 모르는 나의 친정 엄마는 티라노씨를 낳고 한 달도 안 되었을 때 와서는 젖을 끊으라고 자꾸만 채근하곤 했다.
"너 모유 끊고 분유 먹여야 돼! 티라노가 물고만 있고 모유를 거의 안 먹는 것 같아. 너 물젖인가 봐!"
"엄마는 엄마도 아니야! 어떻게 딸한테 잘 나오는 모유 끊고 분유를 먹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 나의 엄마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며 화를 펄펄 내곤 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출산 한 달 반 만에 아기 티라노씨가 내 젖을 5분도 채 빨기를 힘들어하여 수유를 중단하고 분유로 넘어가게 되었다. 당시 친구들 중 가장 먼저 임신과 출산을 겪은 나는 다른 아기들이 얼마나 먹는 지를 본 적도 없었기에, "뭐야. 분유회사 진짜 웃겨! 어떤 아기가 이 월령에 이렇게나 많이 먹어! 이게 말이 돼? 상술이 대단하네!"라고 남편과 아직 출산도 안 한 친구들에게 떠들어대곤 했었다.
왜냐하면 당시 아기 티라노씨는 분유통에 쓰여있는 적정 섭취량의 1/10 수준으로밖에 먹지 못했었고 조금씩 자주 끊어 먹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은 돌 때까지 계속되었고 말이다. 돌이 된 티라노는 분유회사의 기준에 의하면 한 번에 먹는 분유량은 고작 백일된 아기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조금 먹다 남겨서 분유를 버리는 양도 상당했었다.
그러다 친구가 다음 해에 아기를 낳고 나서야 월령별 분유량이 거짓말과 상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친구는 내게 "아기가 분유통에 쓰여 있는 월령에 맞는 분유량보다 훨씬 더 많이 먹어서, 아기가 너무 오동통해져서 고민이야"라고 말했다. "이럴 수가!" 정말 놀라웠다. 심지어 친구 아들은 분유통에 쓰여있는 적정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다 먹은 후, 두세 시간씩 통잠을 잤다. 깨서도 울지도 않고 순하게 혼자 방실거리며 얌전히 앉아있었다.
이는 나의 아기 티라노가 5분, 길어야 10분 동안 겨우 허기만 면한 채 더 먹기를 거부하고 잠이 든 후, 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깨서 악을 쓰고 울어재끼곤 했던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었다. 티라노는 짧으면 한 시간반, 길어도 두 시간이면 깨기를 24시간 동안 1년 이상을 매일 그랬다.
지금까지도 나의 출산과 육아는 도저히 미화가 되지 않는다. 티라노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둘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출산과 육아는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렵지만, 극도로 예민하고 입이 짧아 태어났을 때부터 잘 안 먹고, 잠까지 잘 안 자는 아기의 육아는 상상 그 이상이다. 최소한 내게는 그랬다.
이상으로 ADHD 중학생 티라노를 키우는, 노력하며 사는 ADHD 과학교사 엄마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
공감과 위로가 되고 나아가 도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