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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잘 안 자고 울던 아기, 알고 보니 ADHD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정말 남달랐던 ADHD아기 이야기 (2편)

by 그림크림쌤

아기 티라노는 재우는 것조차 참으로 힘들었다.

티라노는 신생아 때부터 감각이 정말 예민하여 작은 소리나 작은 불빛에도 다시 깨곤 하여 재우는 것도 초보 부부였던 우리에게는 더욱더 참으로 힘들고 버거웠었다. 1시간 이상 애를 쓰며 재우려고 노력을 하다 하다 지친 날이면 여전히 울기만 하며 잠을 자지 않는 어린 티라노를 재우기 위해 우리 부부는 티라노를 차에 태워 일산으로 향하는 쭉 뻗은 자유로를 달리곤 했다. 희한하게도 집에서는 그렇게 잠에 들지 않는 티라노는 다소 시끄러운 야외의 유모차에 타고 있을 때나,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오히려 쉽게 깊은 잠에 빠지곤 했기 때문이었다.


아기 티라노가 한 시간 이상을 울며 잠에 쉽게 들지 못하여 결국 자유로에서 재우고 돌아온 날이면 우리 부부는 가장 작은 창고방에 들어가 방문을 닫고 숨죽여 술 한잔을 함께 기울이며 함께 울먹이곤 했다. 혹여라 겨우 겨우 재운 티라노가 우리의 작은 소리라도 듣고 깰까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티라노를 재우기 위해 밤마다 달리곤 했던 자유로



그렇게 힘들게 재워도 문제는 새벽 2시 즈음이 되면 갑자기 깨서 울기 시작한다는 게 문제였다. 울음소리는 다음날 출근하는 나와 공부하러 가야 하는 남편 둘 다를 깨우기에 충분히 크고 우렁찼다.



고통의 시간의 시간은 매일 밤 우리에게 찾아왔다.

티라노는 신생아 때부터 30개월, 2년 반이 되어 가도록 매일 밤 새벽 2시부터 갑자기 악을 쓰고 울어재끼면서 깨곤 했다. 무난한 날에는 새벽 2시와 5시경에 깨서 울어재꼈지만 새벽 2시부터 수시로 계속 깨는 더 심한 날도 꽤 많았다. 이러한 고통의 나날은 30개월, 2년 반 내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었다.


새벽에 깨서 자지 않는 아기 티라노를 안고 기대에 잠든 남편.


새벽에 깬 티라노는 늘 물을 마시고 싶어 했다.

아직 말을 못 하던 티라노는 늘 짜증 섞인 옹알이와 동작으로 냉장고에 가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했다. 냉장고로 함께 가서 물병과 컵을 주면 이상하게도 엄마 아빠가 물을 따라주면 멈추었던 울음이 다시 시작되면서 본인이 따르겠다고 우겼다는 사실이었다.


티라노는 물컵에 물이 단 한 방울도 넘쳐도 모자라도 안 되는, 물이 컵에 가득 차서 찰랑거리는 상태를 매번 원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30개월도 안된 어린 티라노가 물을 안 흘리고 찰랑거리는 상태를 한 번에 만들어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엉엉. 아니야! 내가 할 거야!"

"엉엉 엉엉. 왜 넘쳐..."


"다시 할 거야! 엉엉."

"엉엉.. 이번엔 물이 모자라잖아... 엉엉."


"엄마가 살짝만 잡아주면 안 될까?"

"아니야. 안돼! 엄마 아빠가 도와주면 안 돼! 나 혼자 할 거야! 엉엉 엉엉..."


당시 아직 말을 거의 못 하던 티라노의 말을 번역해서 표현해 보자면 이런 상태였다. 이러한 상태가 하룻밤에 최소 2~3번 이상 30개월간 지속되었다.


티라노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당시엔 원인도 모른 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출근했다가 퇴근 후 고난도 육아를 하고, 다시 잠을 잘 못 잔 채로 출근하는 고통의 나날이 2년 반이나 저희 부부에게 지속되었다. 남들에게는 백일 즈음에 온다는 백일의 기적이 우리 부부에게는 천일이 되도록 고작 단 하루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우리의 초보 엄마 아빠의 인생은 이렇게 천일동안 지옥이었다. 천일이 되어서야 우리 부부에게도 새벽에 깨지 않고 통잠을 자는 백일의 기적이 찾아왔다.



그때는 몰랐다. 우리 아기만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친구들 중 가장 빨리 아기를 빨리 낳았다는 게 이렇게나 힘든 일인지 미처 몰랐다. 나중에 최소 1년 이상 지나 친구들이 하나둘씩 아기를 낳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의 사랑하는 아기 티라노씨가 매우 입도 짧고 예민하는 등 무언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이로부터 10여 년 이상 지난 지금에 와서야 아기 티라노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ADHD아이들은 감각이 평균보다 훨씬 예민하여 작은 소리나 작은 자극에도 엄청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집중력이 약하여 배가 조금만 차도 배고픔의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젖을 빠는 노력을 지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배가 조금만 차기 때문에 잠이 들어도 배가 금방 고파져서 금방 잠에서 깨어나서 다시 운다는 것을. 또 조금만 먹고 나서 집중력 저하가 와 먹기를 거부하는 무한 악순환이 이어진 다는 것을 말이다.




"넌 옛날부터 애 키우는 걸 유독 힘들어하는 것 같아. 내 주변 모든 사람들 중에서 너처럼 힘들어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절친한 친구가 내게 한 말이다. 당시 티라노가 ADHD임을 전혀 모르고 한 말인 걸 알면서도 저 말이 가슴에 비수가 되어 날카롭게 파고들어 왔다. '친구야. 애도 한 명뿐 나만 유독 애 키우는 걸 이렇게나 힘들어하겠니. 이유가 있겠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일렁이는 눈물을 말과 함께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지 몇 달이 지난 후 친구에게 나와 티라노가 ADHD임을 털어놓았다. 잘 먹고, 잘 먹으니 잘 자던 순둥이 아들 둘을 키우는 친구가 과연, 느리고 예민한 ADHD 아이를 키우는 나의 고충을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나도 순하지만 아들 둘을 키우는 친구의 고충을 모르니 서로 매한가지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던진 그 말 한마디가 사실은 정말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를 키우며 지치고 힘든 15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꽤나 큰 상처로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나의 티라노가 ADHD보다 더 큰 발달장애라도 있었으면 어쩌려고 저런 말을 서슴없이 했을까'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까지 하여 더욱 마음이 아픈 것이다.




이상으로 ADHD 중학생 티라노를 키우는, 노력하며 사는 ADHD 과학교사 엄마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

공감과 위로가 되고 나아가 도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



(두 번째 사진출처 : Hongcar drive 유튜브 - 야간드라이브 자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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