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을 때부터 정말 남달랐던 ADHD아이 이야기(3편)
마음이 아주 섬세하고 여린 아기 티라노의 마음 읽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언어지연을 오게 만들어버렸다.
생후 20개월 즈음 티라노 입에서 "엄마"라는 말이 발달에 맞게 나와 주었다. "엄마"를 하다가 곧이어 "아빠"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 입에서 엄마와 아빠를 듣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이했다.
그러던 21개월 무렵 어느 날, 티라노가 자꾸만 나를 보고 "아빠"라고 하는 거였다. 친정엄마와 나는 그런 아기 티라노가 너무 귀여웠다. 우리는 함박웃음을 짓다가 소리 내어 웃으며, "티라노가 엄마보고 아빠라고 하네! 너무 귀엽다!"라고 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티라노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외할머니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갑자기 티라노는 "엄마, 아빠, 맘마"와 같은 단어들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렇게 티라노는 잘하던 말들조차 하지 않게 되었고, 이렇게 굳게 닫힌 입은 생후 30개월이 되도록 계속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직 말이 서툰 티라노가 "아빠 어디 갔어?"라고 물어보고 싶어서 엄마인 나에게 "아빠"라고 말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당시 초보 엄마였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귀여워서 크게 웃어버리고 마는, 티라노 입장에선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던 거였다.
그 당시에는 '설마 엄마보고 아빠라고 불러서 웃은 걸 가지고 그 어린아이가 엄마, 아빠를 단 한 번도 안 한 게 말이 되나? 우연의 일치인가?'라고만 생각했었다. 1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티라노가 마음이 매우 섬세하고 여린 아이라서 그 당시 우리가 크게 웃은 걸 비웃었다고 여겨 상처받아 입까지 다물었던 거였다.
티라노는 이렇게 아주 어릴 때부터 아주 예민하고 아주 섬세하여 깨지기 쉬운 얇은 유리그릇 같은 아이였다. 다소 눈치가 없고 주변을 제대로 살피기 어려웠던 나는 이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아이를 키워왔다. 아무 생각 없이 엄마가 던진 아주 작은 돌멩이에 여리고 작은 티라노가 맞았고, 상처를 받은 거였다.
30개월 우리나라 나이로 4살이 되도록 엄마, 아빠조차 입 밖에 내지 않던 나의 아기 티라노씨가 너무 걱정된 나머지 언어치료를 시킬 목적으로 무작정 아동발달센터에 데려가게 되었다.
당시에는 언어치료라는 게 알려지기 시작할 때라 지금처럼 일찍 아이를 데려가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보통은 말이 많이 늦어도 '36개월이 지나면 늦된 아이들도 다 말이 튼다, 그러니까 36개월까지는 기다려보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만 해도 언어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언어치료시키면 보험가입에 불리하다거나, 입학 후 낙인찍힌다는 등의 잘못된 정보가 유언비어처럼 번져 있었다. 그러니 엄마들이 언어치료센터에 데려가는 것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좋게 말하면 진취적, 나쁘게 말하면 참을성이 없고 불안이 큰 나는 밑져야 본전이고 빨리 데려가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는 세 돌도 안된 티라노를 아동발달센터에 데려갔다. 그 당시 나의 30개월 티라노씨를 보고 아동발달센터 선생님들께서는 "어머, 웬 아기가 왔네요?!"라며 어린아이가 온 것을 매우 신기해하는 분위기였다.
30개월이 된 티라노는 단지 하는 말이라고는 "웅, 아, 악, 앗"과 같은 외마디 모음뿐이었다.
심지어는 언어치료센터를 데려가 보니 티라노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외마디 모음조차 목에서 나는 소리이며 표현언어가 8개월 수준에 불과하였다. 그렇게 본인의 언어실수를 비웃음 당했다고 느낀 티라노의 언어발달 수준은 20개월에서 8개월 수준으로 오히려 후퇴를 한 것이었다. 나이로는 30개월인 아이가 말이다.
언어치료센터에서도 티라노가 예민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것 같다고 하였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아이가 실수를 두려워하는 경우 오히려 완벽히 말하지 못할 까봐 말을 더 안 하는 경우가 있는 데 티라노가 이러한 케이스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만 2살 티라노는 주 2회씩 언어치료를 하게 되었고, 육아휴직까지 한 나는 언어치료 수업을 문 밖에서 유심히 들은 후 집에 와서 언어치료 선생님이 했던 수업내용 그대로 복기하여 철저한 복습을 매일같이 시키게 되었고, 티라노는 나의 피나는 언어치료 복습과 노력 덕분인지 눈에 띄게 나아지게 되었다.
이상으로 ADHD 중학생 티라노를 키우는, 노력하며 사는 ADHD 과학교사 엄마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
공감과 위로가 되고 나아가 도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