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치료 10개월 후 학교에서의 전반적인 변화 기록(3편)
중학생 아들 티라노는 ADHD진단 후 약복용을 시작한 지 4개월 차에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2학기가 되고 내가 휴직을 하고 나서야 직접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관할 수 있었고, 담임선생님과 면담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티라노 ADHD약 복용 후, '중학교 생활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직접적인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ADHD치료 10개월 만에 콘서타 용량이 증량되었다.
중학교에 입학하여 ADHD진단을 받고 ADHD치료를 시작한 이후 최근 5개월 간 꾸준히 유지해 오던 콘서타 36mg을 치료 10개월 만에 콘서타 45mg으로 증량하게 되었다.
사실 티라노의 담당 소아정신과 선생님께서는 콘서타 36mg을 먹는 내내 "약 용량이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늘릴까 말까?"를 두고 고민을 하셨었다. 그때마다 아직은 이대로도 효과가 좋은 데다가, 용량을 늘리면 불면이나 낮의 식욕저하 같은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으니 좀 더 두고 보자고 하셨었다. 엄마인 내가 볼 때에도 약 용량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정말 많은 부분이 달라졌기에 나도 두고 보자는 입장에 동의를 해왔었다.
콘서타 증량이 결정된 건, 티라노가 "약을 먹어도 수학 문제를 풀 때 실수가 여전히 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증량 당시 티라노 교우 관계로 고민이 한가득이던 내게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셨다. "교우관계 문제가 아니라 학습적인 면 때문에 증량하는 거예요. 티라노가 약을 먹어도 실수가 있다고 했거든요." 그렇게 5개월 간 복용하던 콘서타 36mg이 콘서타 45mg으로 증량되었다.
우연히도 증량한 약을 복용한 첫날이 티라노씨의 중학교 2학년 2학기 학부모 공개수업날이었고, 난 휴직한 상태였다. 남들이 볼 땐 다 큰 중학생 아이 엄마로 비추어졌겠지만, 사실은 여전히 그 어떤 것도 스스로 하려 하지 않기에 혼자 속앓이 하며 힘들어하다가 결국 번아웃이 온 것이었다. 오랜만에 학부모 공개수업에 남편이 아닌 내가 직접 참석했다.
ADHD치료 시작 10개월 경과한 티라노씨의 공개수업에 내가 직접 참관하여 관찰하게 되었다.
티라노의 수업태도 변화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4명이 한 모둠이 되었고, 총 7모둠이 있었다. 모둠 내 2명이 전문가 집단이 되어 모둠을 계속 옮겨 다니며 가르쳐주는 방식의 수업이었다. 평소 자주 이루어지기 힘든 새로운 형태의 수업방식인 데다가, 토의학습 특성상 수업 분위기가 다소 산만해 보이기 쉬운 수업이었다. 게다가 하필 티라노씨는 매번 이동하며 가르쳐야 하는 전문가 집단에 속하게 되어 더더욱 걱정이 되었다.
당시 초등학교 때부터 단짝이던 친구 A, 그리고 작년에 친해진 친구 B와 셋이 잘 지내다가 셋 가운데 소외되는 문제가 생겼을 때였다. 눈치가 다소 부족한 티라노만 재빠르게 행동하지 못한 탓이었다. 교우관계로 고민을 많이 하던 때라 더더욱 모둠 수업 때 티라노가 산만한 행동을 보일까 염려되었더. 티라노를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대할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어라? '수업시간에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정말 평범한 중학생이잖아!' 안 좋은 쪽으로 눈에 자꾸만 띄던 티라노씨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 되었다. 이 순간을 얼마나 소망하고 기다려왔던가!
단짝 친구나 절친 그룹이 없어져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티라노가 7개의 모둠을 옮겨 다니며 토의를 할 때 의외로 친구들이 티라노 의견을 잘 들어주었다. 서로 대화도 잘하며 딱히 티라노를 무시하거나 소외시키는 친구가 전혀 없이 두루두루 잘 지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단짝이나 친한 그룹은 없어도 반에서 두루두루 잘 지내잖아! 그래 이거면 된 거지. 특히 남학생들은 여학생들과 달리 단짝이 없이 두루두루 잘 지내는 아이들 많잖아. 내가 그 누구보다 잘 알잖아.' 불안 한가득이던 나의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내려 뭉클해진 하루였다.
공개수업 한 달 후 담임선생님께 학부모 면담 차 갔더니 의외의 첫마디를 하신다.
티라노가 학교에서 수업 태도가 어떤지 궁금해서 왔다는 나의 물음에 2학년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작년 담임 선생님들께서 수업시간에 산만하여 주의가 필요한 학생으로 말해준 학생들 중 한 명이었어요. 그래서 티라노가 우리 반이 되었을 때 걱정이 많았어요. 선생님들 말씀으로는 수업시간에 흥얼거리고 다소 흥분된 상태를 보이는 등 수업태도가 좋지 않았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솔직히는 걱정을 하던 학생 중 한 명이었어요. 막상 티라노를 맡게 되고 보니, 언젠가부터는 괜찮아져서 지금은 문제가 될만한 행동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요. 어머님께서 왜 상담을 신청하셨나 의아했어요."
이를 듣는 교사이자 엄마인 나는 '아! 선생님들에게 ADHD임을 밝히지 않아도 이미 다 아셨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듣자마자 티라노가 ADHD진단을 받았고, ADHD약복용이 1년 가까이 되어 감을 오픈하였다. 그랬더니 담임선생님은 놀라운 말을 한다. "안 그래도 티라노가 수업태도가 갑자기 좋아져서 혹시 ADHD치료를 받고 있나 생각은 했었어요. 사실 작년에 맡았던 선생님들도 티라노 ADHD인 것 같다고들 하셨었거든요."
'가정에서의 아이의 모습과 학교에서의 아이의 모습은 참 다르구나.'
'가정에서 부모만 모르고 학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다 아는구나.'
새삼스러운 여러 마음이 교차했다. 가정에서의 아이의 모습과 가정 밖 학교에서의 아이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는 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역시 내 아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도 교사라서 이 사실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아는데, 역시 내 자식은 내 눈에는 객관적으로 보이지가 않았었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친했던 친구 A와 B로부터 멀어져서 걱정이 많은 내게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하셨다.
"학년 초까지만 해도 수업시간에 흥얼거리거나 방해되는 행동을 해서 주변 여학생들이 싫어했어요. 근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티라노가 친한 그룹에 속해있는 건 아니지만 티라노처럼 그런 학생들이 정말 많아요. 왕따를 당하거나 소외당하는 것도 전혀 아니고요. 두루두루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어머니."
나도 교사라서 머리로는 정말 다 아는 사실이었다. 막상 내 자식이 단짝이나 친한 그룹이 없게 되고 보니, 현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건 다른 문제로 다가온다.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앳된 초임 선생님에게 들은 이 이야기였다. 새삼 교사 입장에서 아이의 태도를 잘 관찰했다가 학부모인 내게 솔직하게 피드백을 해주신 점이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올해 이런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마음이었다.
[덧붙이는 말]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여 뒤늦게 ADHD진단을 받게 된 이야기와 ADHD치료 직후 달라진 점들에 대해 기록해 보았습니다.
이상으로 저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 ADHD 티라노를 키우는 중학교 현직교사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