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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악을 쓰고 울던 아이, 애착형성하기 노하우

태어났을 때부터 정말 남달랐던 ADHD아이의 발달 노하우 (3편)

by 그림크림쌤

"엄마는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티라노를 가장 사랑해"라는 구절을 말할 때마다 서럽게 흐느끼듯 우는 4살 티라노씨였다. 그렇게 매일 밤 이 구절만 나오면 서럽게 우는 일은 3개월이나 계속되었다.




그토록 기다려온 백일의 통잠의 기적이 우리에겐 30개월(천일)만에 일어났다.

첫 놀이치료 후 고작 일주일이 된 어느 날, 그렇게나 매일 밤 악을 쓰고 울며 깨던 티라노가 한 번도 안 깨고 통잠을 자기 시작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백일의 기적이 드디어 우리에게도 찾아왔고, 백일의 기적이 찾아온 날은 백일이 아닌 무려 천일만이었다.


티라노와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엄마인 나의 피나는 노력들을 하나씩 공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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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스킨십하며 함께 자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부모의 관계가 우선시되어야 아이도 올바르게 독립적인 사람으로 큰다는 이유로 바닥에서 혼자 재웠다. 많이 안아주면 손탄다고도 하길래 너무 많이 안아주지 않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특히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면 더더욱 자는 시간만이라도 아이와 스킨십하며 엄마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도록 엄마와 함께 자는 게 좋은 것 같다. 최소 세 돌까지만이라도 말이다. 게다가 그 당시의 나처럼 매일 야근 후 일이 밤늦게 끝나는 엄마라면 자는 시간만이라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이의 정서안정에 좋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책을 외워 스킨십을 하며 사랑고백을 매일 밤마다 해주었다.

매일 밤 침대에 누우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책의 '아가'를 아기 티라노씨 이름으로 바꿔서 꼭 끌어안은 상태에서 읽어주기 시작했다. 책을 외워서 읽어줄 때 '엄마는 네가 매우 네가 사랑스럽다'는 진심을 담아 감정이입을 충분히 하여 말해주었다. 나직하고 사랑스러운 어조로 말이다.


이때 "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해"라는 구절에서는 티라노의 머리와 발끝을 실제로 만지면서 말해주었다. 그러면 간지럼을 잘 타는 티라노는 간지러워 사랑스럽게 깔깔 웃곤 했다.


그리고 "네 머리카락과, 너의 얼굴과, 너의 배와, 너의 다리와, 너의 발가락 등 이 모든 걸 사랑해"의 구절에서는 실제로 머리카락, 얼굴, 배, 다리, 발가락을 쓰다듬으며 말해주었다. 그러면 이번에도 간지러워진 아기 티라노는 막 깔깔 웃으면서 함박웃음을 짓곤 했다.


그리고 책 내용을 바꾸어 내 마음대로 신체 부위를 추가해서 말해주곤 했다. 예를 들면 눈코입을 추가하여 눈코입을 쓰다듬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거나 하였다. 매일 밤 이 책 내용을 외워서 스킨십을 하며 사랑고백을 하는 일은 티라노와 나의 애착문제를 해결하는 일뿐 아니라 언어지연이었던 티라노에게 신체부위 단어 학습 효과까지 있는 것이었다.

KakaoTalk_20231028_202644606.jpg?type=w580 아마도 평생 버리지 못할 것 같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책


"엄마는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티라노씨를 가장 사랑해"라고 마지막 구절을 말해주면, 매일 밤마다 이 구절에서 아기 티라노가 삐질삐질하며 흐느끼듯 서럽게 울었다. 이때마다 가슴이 미어져 목이 메어오며 차오르는 눈물을 꾹 참으며, 마음속으로 함께 흐느끼곤 했다. 이렇게 티라노의 흐느끼기는 그 후로도 몇 달간이나 계속되었다.


아기 티라노가 아마 늘 바빠 피곤에 절여 있는 엄마가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아 정말 서러웠었구나를 그제야 뒤늦게 알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한 일 년을 넘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책을 밤마다 읽어주었고, 정서가 많이 안정되고 나서는 매일 밤 침대에서 미등을 켜놓고 다른 책을 2~3권 골라서 읽어주고 자게 되었다.




티라노와 함께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티라노에게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4살 티라노의 언어발달과 애착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아휴직을 하였다. 그리고 티라노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집안일, 청소, 샤워, 심지어는 밥 차리고 요리하기도 안 하고 오직 티라노에게만 집중하였다. 처음엔 티라노가 어린이집 적응기간이라 일찍 왔기에 저녁을 미리 준비할 틈이 없어 티라노 아빠가 퇴근하고 와도 저녁식사는 거의 대충 때우거나 시켜 먹기 일쑤였다.


몇 달 지나고부터는 티라노씨 어린이집이 끝나기 한두 시간 전 혼자 있을 때 모든 저녁준비를 미리 다 해놓고 티라노를 데리러 가곤 했다. 예를 들면 낙지볶음이 저녁 메뉴면 낙지와 야채를 씻고 다듬어 양념장까지 미리 다 만들어놓고 궁중팬에 미리 넣어놓아 볶기만 하면 되는 수준까지 미리 준비를 해놓은 후 티라노를 데리러 갔다. 그 당시만 해도 밀키트가 요즘처럼 발달하기 전이라 셀프 밀키트를 만들어놓았었지만 지금은 밀키트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사랑고백과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기 시작했다.

"티라노야, 사랑해!"

"우리 티라노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티라노야, 너 너무 귀엽다!"

이런 애정표현을 하루에도 여러 번 많이 해주기 시작했다. 곧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말이다.


옷을 갈아입으면 "와, 우리 티라노 오늘 정말 멋진데?"라고 말을 해주곤 한다. 그냥 사랑스럽고 귀여워 보일 때에도 멀찌감치 떨어져 할 일을 하고 있는 중학생 티라노에게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우리끼리 말하곤 한다. "자기야, 우리 티라노씨 솔직히 진짜 사랑스럽고 귀엽지 않냐?"라고 말이다. 그러면 평소엔 감정표현이 강하지 않은 남편은 늘 이렇게 대답한다. "당연하지! 엄. 청. 귀엽지!!"라고 말이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 어릴 땐 마냥 좋아했는데, 중학생이 된 지금은 대부분 못 들은 척을 한다.



가끔은 "뭐래~" 또는 "왜 저래!!!", "과해!! 엄마 애정표현은 늘 부담스러워!!"라고 받아치기도 한다. 그러나 며칠 전 "엄마가 너 귀엽다, 사랑스럽다고 말하면 어떤 기분이야? 듣기 거북해?"라는 질문에 중학생 티라노는 "아니. 그래도 듣기에 나쁘진 않지. 기분 좋지. 이제 그만 말 걸어. 이제 빨리 자자!! "라고 속마음을 말해주었다.




애착형성을 위한 스킨십 놀이 추천 - 잡히면 뽀뽀하기 놀이

중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도 간지럼 태우기 놀이, 숨바꼭질, 도망가다 잡히면 뽀뽀하기와 같은 스킨십하고 반응을 보여줄 수 있는 놀이를 많이 했다.


예를 들면 엄마 아빠가 과하게 입술을 내밀며 "뽀뽀 한번 할까?"라고 말하며 달려가면 티라노는 깔깔 웃으면서 소리를 지르며 도망을 간다. 그러면 도망가는 티라노를 쫓아가 잡히면 티라노에게 간지럼을 한번 태우고 나서 뽀뽀를 해주고 끝내는 식의 놀이였다. 숨바꼭질 역시 마찬가지였다. 숨바꼭질 후 우리에게 걸리면 마지막은 스킨십으로 마무리되는 거였다.




스킨십 놀이 중 가장 좋아했던 놀이 - 생선구이 놀이

그러나 가장 많이 했고 아이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놀이는 생선구이 놀이였다. 티라노가 침대 이불속에 숨으면 내가 괴물이 되어 "티라노가 어디 갔을까? 여기에 있나? 없네!", "저기에 있나? 여기도 없네!"와 같이 여러 차례 못 찾는 시늉을 한다. 그러다가 이불속에서 힘들게 티라노를 발견한 척을 한다. 생선구이 놀이는 "찾았다! 근데 여기 고등어가 한 마리가 있네? 오늘은 고등어구이를 해 먹어야겠다!"라고 외치면서 시작된다.


"우선 소금 치고.. 후추도 뿌리고.. 식용유도 두르고.. 지글지글 굽고.."라고 말을 하면서 행동을 함께 해준다.

이때 "소금 치고.."라고 말할 땐 겨드랑이에 소금을 치듯이 간지럼 한판, "후추도 뿌리고..."라고 말할 땐 목뒤에 간지럼 한판, "식용유도 두르고..."라고 말할 땐 배에 간지럼 한판, 마지막 "지글지글 굽고..."라고 말할 땐 몸 전체에 한참 간지럼을 태워준다.


이렇게 하고 마지막에는 "고등어를 다 구웠느니 이제 잡아먹어야겠다!"라고 외친다. 고등어를 먹는 장면에서는 뽀뽀를 해주는 게 잡아먹는 과정이 된다.


이 고등어구이 놀이는 티라노가 워낙 좋아해서 4살 때부터 중학교 1학년때까지도 종종 해달라고 할 정도로 아주 좋아했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내가 해주었는데, 덩치가 나보다 더 커져버린 중학생이 된 이후에는 아빠와 하곤 했다.




"엄마는 너를 두고는 아무 데도 안가. 눈에 안 보여도 집 안에 항상 있는 거야!"

놀이치료 시작 초반에는 내가 옆에 없으면 며칠에 한번 정도는 자다가 깨서 엄마인 나를 부르면서 울곤 했다. 놀이치료 시작 전과의 차이는 예전처럼 악을 쓰며 우는 건 아니고 눈물을 조금 보이는 정도였다. 몇 달 후부터는 자다 깼는데 엄마가 옆에 없으면 울지 않고 "엄마! 빨리 와!"라고 나를 부르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항상 티라노에게 자주 이렇게 말해주었다. "깼는데 옆에 엄마 없어서 많이 놀랬어? 근데 티라노야, 엄마가 너 옆에 없어도 화장실이나 거실처럼 집 안에 있는 거야. 엄마 화장실 갔다 왔어. 엄마는 티라노씨 두고는 정말 아무 데도 안가. 알았지? "라고 말이다.






태어나자마자 남달랐던 ADHD아이 이야기(총 5편)와 발달노하우(총 3편) 마무리 후기

티라노는 이렇게 언어지연도, 밤에 잠 안 자고 울던 문제도 4살이 되어 부단한 노력 끝에 언어발달도, 애정문제도 점차 개선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티라노는 예비 고1인 현재까지도 여전히 섬세하고 여린 마음을 지녀 때론 마음 읽기를 하며 지치고 힘들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중학생이 돼서야 ADHD라서 더 섬세하고 여리고 아기 때부터 참 키우기 힘들었구나를 알게 된 일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우여곡절 끝에 언어도 늦고, 밤에 잠도 안 자서 힘들게 하던 아기 티라노는 딸처럼 애교도 많고, 엄마에게 주거니 받거니 대화도 잘해주고, 때론 고민도 말하고, 엄마한테 고마울 땐 엄마 볼에 뽀뽀도 해주는 애교 만점 딸 같은 남자 중학생으로 성장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중학교 입학 전 지나쳐버린 ADHD 조기 발견 기회들에 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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