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을 때부터 정말 남달랐던 ADHD아이의 발달 노하우 (2편)
1년여 만에 표현언어 8개월에서 42개월로, 언어발달 노하우 1편 줄거리
바우처 지원을 받지 않기 위해 저렴한 아동복지관 내의 아동발달센터를 찾아가 언어치료를 시작했다. 말귀는 잘 알아들으나 표현언어만 부족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수용언어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언어치료실 바로 앞이 보호자 대기실인 데다가 음악을 틀어놓지 않았기에, 수업내용이 문밖까지 아주 잘 들렸다. 덕분에 집에 가서도 언어치료 수업은 엄마인 나를 통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언어치료실의 환경 덕분에, 1년 내내 하루에도 몇 시간이고 집에서도 엄마에게 언어치료를 받는 티라노였다. 그렇게 주 1~2회 언어치료 수업을 받은 지 꼬박 1년 만에 언어발달일 정상범주 안에 들어 종결하였고, 언어치료 종결 4개월 후 실시한 대학병원 발달검사에서 정상발달범주 판정을 받았다.
지금부터는 그때 가장 많이 했고 언어자극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방법 몇 가지를 공개하려고 한다.
수용언어가 늦은 아이에게 말할 땐 문장은 최대한 간단하게 말하되 발음은 또박또박해준다.
두 단어 이상을 붙여 말하는 게 아직 되지 않는 데다가 수용언어도 부족한 아이에게 한 문장에 여러 개의 단어가 들어가도록 길게 말하면 수용언어와 표현언어를 늘리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최대한 간단하게 문장을 구성하는 게 도움이 된다. 수용언어가 늘고 표현언어도 두 단어 이상 연결하여 말하기가 될 때까지는 말이다.
예를 들면, "아기 티라노야 안방문 좀 열어줄래?"라는 말은, "문. 열어."라고 대체하는 게 좋다. 발음도 또박또박 말이다. 이 방법은 언어치료 선생님이 언어치료 첫 시간에 문 밖의 엄마를 찾으며 보채며 문을 열어달라는 몸짓을 하는 티라노에게 "아"와 같은 외마디 모음의 작은 소리라도 낼 때까지 한 시간 내내 "문 열어"를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신 수업내용과 수업 후 피드백받은 내용을 응용한 것이었다. "티라노야 목마르면 물 줄까?"라는 말은 "물 줘?"라고 바꾸는 등 간단하게 말하려고 늘 노력하였다.
방문 한글 학습지 일대일 수업이나 정기구독 학습지 적극 활용하기
언어치료 시작 반년 후 언어치료 횟수를 주 2회로 늘렸다. 언어 자극을 더해주기 위해 한글 학습지 선생님이 오셔서 학습지 2개의 한글 수업을 시작했다.
한 과목 당 주제 단어가 6개 정도였다. 티라노는 2과목을 하니, 한 수업당 주제 단어가 10개 이상이었다. 한글 학습지 수업은 말 트는 것뿐 아니라 티라노의 명사 어휘력 향상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티라노는 한글 학습지 수업을 정말 좋아했다. 오히려 언어치료 시간보다 한글 학습지 수업시간에 말을 더 잘 따라 하곤 했다. 예를 들면 선생님이 "바나나!"라고 외치면, 티라노가 "바나나!"라고 따라 하며 말할 수 있는 단어가 하나 추가되는 것이었다.
한글 학습지 수업을 어찌나 좋아했는지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일주일 동안 이미 다 푼 교재를 풀고 또 풀고, 부교재와 장난감 부록으로 했던 놀이를 하고 또 하곤 해서 사실상 한글 선생님이 가신 이후에도 엄마와 함께 한글 수업은 계속되었다.
티라노는 한글학습지 외에도 정기구독 학습지를 했었는데 이것도 정말 좋아했다. 본교재와 부록 장난감까지 적극 활용하여 언어를 자극하는 다양한 놀이를 매일 해주었고 언어자극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문장으로 말을 하기 이전, 단어학습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놀이 (1) - 어디까지 왔니
가장 많이 했던 놀이 중 하나였다. 어느 정도로 많이 했냐면 하도 무리를 해서 1년 후 만성 편도선염으로 편도제거수술을 할 정도로 목이 터져라 하루 종일 "어디까지 왔니" 놀이를 했다.
구체적인 어디까지 왔니 놀이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미리 TV앞, 소파 위, 식탁 밑, 화장대 밑, 장롱 앞, 화장실 앞 등 집의 곳곳에 컵이나 장난감, 여러 가지 다양한 물건들을 바꿔가며 갔다 놓는다.
2) 티라노가 앞에, 엄마인 난 뒤에 서서 티라노 양 어깨에 손을 올려 기차놀이 모양을 만든다.
3) "부릉부릉~ 부릉부릉~ 어디까지 왔니 티. 비. 까지 왔다."라고 노래를 부르며 티비 앞으로 이동한다. 이때 특히 가르쳐주고 싶은 단어인 "티비"는 또박또박 큰 목소리로 말을 하며 이동한다.
4) 티비앞에 도착하면 면 티비 앞에 있는 물건 이름으로 바꾸어 노래를 다시 한번 부른다.
"어디까지 왔니 리.모.컨.까지 왔다~ 다 왔다~!"
이때 역시 가르쳐주고 싶은 단어 부분은 또박또박 강조하여 말을 해주어야 한다.
5) 이걸 물건을 놓은 모든 위치마다 노래를 바꾸어 부르며 반복한다.
6) 함께 하다가 엄마가 지치거나 아이가 지루해하면 붕붕카 위에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을 올려놓고 아이가 직접 엄마가 되어 뒤에서 끌며 위 과정을 반복한다.
문장으로 말을 하기 이전, 단어학습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놀이 (2) - 정기구독 학습지 인형 목욕놀이를 활용한 신체부위 이름 알려주기
정기구독 학습지에서 매달 나오는 부록 장난감을 언어자극 놀이에 많이 활용하였는데, 가장 많이 했던 부록 장난감을 활용한 놀이는 바로 "신체부위 이름 알려주기 놀이"였다. 부록으로 받은 '하나인형 목욕하기' 장난감을 활용하여 목욕놀이를 자주 했는데, "아기 티라노야, 하나는 손 씻을래요! 종아리도 닦아줘! 발가락도. 코도."라고 말을 건넸다. 그렇게 신체부위를 가리키며 이름을 함께 말해주며 하나 목욕시키기 놀이를 자주 했다.
문장으로 말을 하기 이전 언어자극 방법 - 말이 트지 않은 아이들은 책보다는 그림책을 설명해 주는 게 좋다.
여러 언어치료 선생님들 말씀에 의하면 오히려 말이 막 트기 시작하거나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아이들은 책을 읽어주는 게 도움이 잘 안 되며, 차라리 월령보다 더 어린아이들이 보는 문장이 거의 없는 그림책을 그림을 보며 설명해 주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한다.
즉, 문장을 줄줄 읽어주면 수용언어가 늦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별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엔 그림책을 설명해 주다가 수용언어가 발달이 어느 정도 되고 표현언어도 좀 트이고 나면 문장이 있는 책을 읽어주면 도움이 많이 된다.
문장으로 말을 잘하기 시작한 이후 수용언어 자극하는 놀이(1) - 인형 옷 갈아입히기
자주 활용했던 놀이 중 하나는 정기구독 학습지의 옷 갈아입히기 부록이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내가 "아기 티라노야 나(여자인형역할)는 노란색 티셔츠에, 보라색 단추가 달린 옷을 입고 싶어~" 이렇게 입고 싶은 옷의 색깔과 모양을 자세하게 설명하면 아이가 찾아서 입혀주는 놀이였다. 표현언어는 좀 늦어도 되지만 수용언어 늦은 건 더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옷 갈아입히기 놀이는 수용언어를 늘려주는 놀이의 일종이었다.
문장으로 말을 잘하기 시작한 이후 수용언어 자극하는 놀이(2) - 음식 먹여주기 놀이
이번에도 내가 역할을 정한 후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묘사를 하면 아기 티라노가 해당 음식을 가져와 먹여주는 놀이였고, 음식의 색깔과 모양에 대한 수용언어를 자극하는 놀이였다. 예를 들면 "아기 티라노야! 하나는 속은 노랗고 달콤한데, 겉은 갈색인 야채를 먹고 싶어!" 이렇게 고구마의 색깔과 모양, 맛에 대해 설명하면 아이가 찾아와 먹여주는 방식이었다. 문장으로 말을 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이 했던 놀이 중 하나였다.
문장으로 말을 잘하기 시작한 이후 언어자극 방법 (3) - 책을 읽은 후 책에 있었던 내용을 읽자마자 물어보며 대화하기
예를 들면 책을 읽자마자 "아기 티라노야 아까 다람쥐가 어떤 걸 제일 좋아한댔지?"와 같이 책에 있었던 내용을 물어보면 티라노가 "도토리"라고 대답을 하면 칭찬으로 보상을 충분히 해주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이 방법은 대학병원 언어치료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방법이었다.
아기 티라노가 하루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면 대답을 잘 안 해서 고민이라고 말을 했더니, 언어치료 선생님께서는 "책을 읽고 물어보기"를 하면 읽었던 내용을 떠올려서 말하는 데에 도움이 돼서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도 떠올려서 대답하는 능력이 길러진다는 거였다.
같이 손잡고 가면서도 사물 이름을 많이 알려주었고, 차 안에서도 동요를 계속 틀어놓아 언어중추를 최대한 자극하려고 노력하였다.
이걸 계속하던 당시에는 아직 말을 잘 못하는데 효과가 있긴 한 건가 싶었다. 말이 트고 나서 보니 몇 달 이상 계속 같은 동요 수십 곡을 들려주었더니 동요 수십 곡을 통으로 다 외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효과가 있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고 말이다. 특히 우리말 동요를 틀어주는 게 말 트기 시작할 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말이 트인 후 어휘력이 느는 데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못하는 말이 없어진 46개월 5세 아기 티라노씨의 귀여운 일화로 이번 글을 마무리해 본다.
30개월 4세 당시 표현언어 8개월 옹아리 수준에 불과했던 아기 티라노씨가 1년여 만에 못하는 말이 없어져 엄마 아빠에게 잔소리까지 하게 되어 우리를 함박웃음을 짓게 하곤 했다.
일화 1.
하루는 동갑내기 부부인 나와 남편이 티격태격하고 있었더니 5살 티라노가 와서는 이렇게 말했다.
"둘이 사이좋게 지내야지! 싸우면 어떻게 해!"
일화 2.
아들이라 그런가 유독 아빠를 경계하고 질투하곤 했다. 한 번은 아빠가 티라노에게, "아기 티라노야 아빠가 사랑해!"라고 말을 했다. 티라노는 "아니야! 아빠는 나 안사랑해! 엄마만 나 사랑해! 나도 엄마만 사랑해. 아빠는 공원을 좋아해!"라고 하였다. 당시 내가 피곤해하면 주말에 티라노를 데리고 둘이 공원을 좀 자주 다녔었다. 본인 때문에 자꾸 공원에 간 것도 모르고 티라노는 아빠가 공원을 좋아해서 데리고 가는 줄로만 알았었던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