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을 때부터 정말 남달랐던 ADHD아이의 발달 노하우 (1편)
당시 30개월 4살 티라노의 언어발달 수준은 생후 8개월 수준이었다.
30개월이 된 티라노는 당시 하는 말이라고는 "웅, 아, 악, 앗"과 같은 외마디 모음뿐이었다. 심지어는 언어치료센터를 데려가 보니 티라노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외마디 모음조차 목에서 나는 소리이며 표현언어가 8개월 수준에 불과하였다.
당시 30개월에 데려간 언어치료센터에서도 티라노가 예민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것 같다고 하였으며,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아이가 실수를 두려워하는 경우 오히려 완벽히 말하지 못할 까봐 말을 더 안 하는 경우가 있는 데 티라노가 이러한 케이스에 해당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16개월 후인 46개월 5살에 대학병원에서 언어발달 정상발달범주 판정을 받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주 2회 언어치료 1년 종결 4개월 후인 46개월에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언어발달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표현언어 42개월 수준, 수용언어 45개월 수준, 그리고 발음 수준 이상 없음"이라는 정상발달범주 판정을 받았다.
46개월 또래보다 언어발달 수준이 조금 낮긴 하나 정상발달범주에 해당하므로 언어치료는 더 이상 안 해도 되며, 예약되어 있던 심리검사도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담당 교수님은 말하였다. 1년여 만에 표현언어 8개월에서 42개월까지 끌어올린, 당시의 나만의 언어발달 노하우 기록을 꺼내 공개해보려고 한다.
바우처 신청을 하지 않을 목적으로 찾아간 아동복지관의 아동발달센터에서 얼결에 놀이치료부터 시작하고 나서 기적을 경험했다.
사실은 10여 전만 해도 언어치료 바우처 지원을 받으면 보험가입이 어렵거나 초등학교에 가면 불이익이 있다는 등,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가 많았다. 그렇기에 언어발달이 늦은 엄마들이 언어지연이 와도 세 돌까지 언어치료를 받지 않고 기다려보는 일이 흔했다.
다소 충동적, 아니 니진취적인 성향을 가진 나는 '마냥 기다릴 수 없다, 밑져야 본전이다'는 마음으로 당시 분위기와 다르게 언어치료를 하며 세돌을 맞이해 보기로 결정하였다. 유언비어들이 말도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싶어 불안했던 나는 언어치료 바우처 지원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아동복지관을 찾아갔고, 언어치료를 대기하는 동안 계획에도 없던 놀이치료를 받게 되었다.
놀이치료를 시작한 첫날 양육태도의 문제점을 지적받고 가정에서도 놀이치료 선생님이 했던 수업내용을 똑같이 따라 하려고 노력하며 지적받은 양육태도의 문제점을 고쳤더니 티라노가 정말 신기하게도 놀이치료 시작한 지 단 일주일 만에 밤에 안 깨고 잘 자는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었다.
그렇게 한 달 반을 놀이치료를 하고 놀이치료는 종결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셔서 놀이치료는 종료하고 언어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반년 간 주 1회 언어치료를 받다가 나머지 반년은 주 2회로 횟수를 늘려 언어치료를 1년간 받게 되었다.
알고 보니 수용언어마저, 발달한 게 아니고 눈치로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는 거였다.
언어치료 시작 30개월 당시 가장 먼저 받은 지적은 티라노가 표현언어뿐 아니라 수용언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즉, 티라노가 눈치가 엄청 빨라서 그렇지 사실은 말귀를 잘 못 알아듣고 있으며 눈치로 때려잡아 알아듣고 있다는 거였다.
표현언어가 많이 늦어서 그렇지 말귀는 잘 알아들으니 수용언어는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 말을 듣고 충격을 정말 많이 받아 참 울기도 많이 울었었다. 티라노가 표현언어는커녕 수용언어도 느린 게 다 엄마인 내 탓인 것만 같던, 가슴이 녹아내리고 회한 어린 날들을 보냈었다. 당시엔 가슴에 멍이 져서 피눈물이 가슴속에서 흐르는 그런 기분이었다.
말이 늦은 아이가 눈치로 알아들은 건지 진짜 언어를 이해한 건지, 수용언어 발달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심부름시킬 때 그쪽을 보거나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말고 시켜보면 눈치로 알아들은 건지, 진짜 언어를 이해한 건지를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식탁이 아닌 다른 곳을 보면서 "티라노야, 식탁에 컵 가져와"라고 말을 하는 거다. 정말로 엄마의 언어를 이해하여 알아들은 아이라면 다른 곳을 보며 말해도 식탁에 가서 컵을 가져오지만 눈치로 알아들은 아이라면 어리둥절해하며 당황하게 되는데, 당시의 티라노는 슬프게도 식탁에 가서 컵을 가져오지 않고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반응을 보였다.
티라노가 다녔던 언어치료실의 구조 때문에 집에서도 엄마표 언어치료 복습이 가능했다.
티라노가 다녔던 아동복지관 아동발달센터의 언어치료실은 언어치료실의 나무로 된 문 바로 앞이 보호자 대기실이어서 수업하는 소리가 문밖으로 아주 잘 들렸다. 그래서 집에서도 수업과 똑같이 많이 따라 할 수 있었다. 문밖 대기실에서 언어치료 선생님이 수업 때 사용하시는 말투나 수업내용을 잘 들어두었다가 집에서 복습을 많이 해주었다. 대기실의 잔잔한 음악조차 없는 센터의 단순한 시설 덕분에 오히려 다음번 수업 때까지 공백 없이 집에서도 엄마표 언어치료 수업이 계속될 수 있었다.
주변에 나무나 풀과 같은 자연환경과 놀이터가 있어 아이 감각을 자극하고, 편안한 마음을 조성해 주어 정서안정에도 도움이 되었다.
언어치료 수업이 끝나고 나오면 센터 주변에 풀이랑 나무, 놀이터, 인조잔디 축구장과 같은 놀거리가 많아 티라노가 언어치료실 가는 것 자체를 매우 좋아했었다. 그래서 언어치료하고 나면 집에 바로 가지 않고 항상 센터 주변 풀이랑 흙에서 최소 20분 이상 개미나 거미줄 등을 관찰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아동복지관에서 태권도나 피아노 방과 후 수업을 듣는 초등학생 저학년 누나들이 티라노를 귀여워하여 함께 놀기도 했다.
대기실과 언어치료실이 너무 멀어 수업내용이 전혀 안들리거나 언어치료실 분위기가 너무 조용하고 엄숙한 센터는 언어지연 아동에게는 다소 적합하지 않다.
티라노가 갔던 또 다른 사설 아동발달센터에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대기실에는 잔잔한 클래식 연주가 흘러 퍼지고 있었다. 평소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을 가진 티라노는 조용하고 엄숙한 센터 분위기 때문에 더욱 입을 다물고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티라노가 어쩌다 한두 마디를 한 순간, 데스크의 상담실장님은 티라노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나는 작은 목소리로 한두 마디밖에 하지 않았던 티라노에게 눈치를 주며, "티라노야, 여기선 말하면 안 돼! 조용히 해야지"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말이 늦어서 언어치료를 받으러 간 아이 말을 유도하는 분위기여야 하지 않나?' 싶었다.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클래식이나 피아노 연주를 대기실에 틀어놓아 조용하고 차분함을 강조하는 언어치료실은 아무리 오래 다녀도 언어치료의 효과가 크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시설이 넓고 커서 수업하는 교실은 대기실과 꽤 떨어져 있었다. 대기실에 음악을 틀어놓은 데다가, 교실이 대기실과 멀어서 수업내용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것도 아쉬웠다. 언어지연인 아동에게 언어자극을 주고 언어발달을 일으키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 고작 40분 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말을 안 하고 말이 늦는데 아이가 한두 마디라도 소리를 내면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지적을 받거나, 조용히 해줄 것을 암묵적으로 눈치를 주는 아동발달센터에서 과연 얼마나 언어치료 수업이 효과를 발휘하겠느냔 말이다. 이런 곳은 언어지연 아이들보다는 과잉행동과 충동성, 그리고 공격성으로 인해 놀이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2편에서는 1년여간 표현언어 8개월에서 42개월로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리기까지의 언어자극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놀이방법과 언어발달 노하우에 대한 글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