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이킷 31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학원주도와 엄마주도 공부만 한 ADHD교사자녀 이야기

이대로만 잘 되면 사실 안 하는 것보단 낫다.

by 그림크림쌤 Mar 14. 2025
아래로

첫 '교사엄마 주도형 시험공부'의 성공, 양의 피드백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티라노는 ADHD라 길어도 하루에 2시간 이상 공부는 어려웠다. 주말이어도 3시간이 최대였다. 기말고사 2주 전부터 제한된 시간 동안 준비했기에 영어 90점대는 우리를 만족시키기엔 충분했다. 영어학원을 때려치운 지 1년이 넘었기에 더욱 기쁘기도 했다. 준비하지 않은 과목들의 성적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주말조차 3시간 이상 공부가 불가능한 티라노가 전 과목을 전부 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집중력과 인내력이 부족한 티라노에겐 선택과 집중이 절실했고, 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오~ 2학기에도 이렇게 시험공부하면 되겠네! 대신 다음번엔 좀 더 일찍 준비시키면 좋겠다.'라며 긍정의 피드백을 받은 난 신이 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2학기를 맞이했다.


2학기 중간고사는 마침 수학과 영어뿐이었다.

수학학원에서는 처음 치른 지난 수학시험이 터무니없이 어렵게 나와 일명 죽을 쑤었기에 독기가 가득했다. 한 반에 영재고나 과학고만 2명씩도 가는 학교인데도, 반 1등 수학점수가 80점대였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그러니 티라노 점수는 오죽했겠는가.그렇게 독기를 품고 일찌감치 아이들을 시도 때도 없이 부르시며 매우 열정적으로 수학 시험대비를 시켜주기에 문제가 없었다.


영어 또한 지난번 100% 엄마주도형 시험공부로 나름 성공을 거둔 과목이었다. 마침 수학과 영어만 시험을 보니 성적을 올릴 절호의 찬스였다. 이번에는 1학기때 우리학교 영어선생님이 찍어 준 문제집을 일찌감치 사두었다. 실질적으로 1과목만 준비하면 되지만 집중력 최대치가 작기에 시험 한 달 전부터 시험준비를 시작했다.


매일 한두 시간, 짧지만 꾸준히 영어 시험공부를 했다.

학교 프린트는 복사한 후 답을 지우고 다시 복사해서 여러 번 풀게 했다. 그런 후 문제집을 풀렸다. 공부 시간이 짧아 문제집 전체를 다 풀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면 지난번보다 더 꼼꼼히 준비했다고 확신했다. 암기력이 좋은지 몇 번만 읽으며 반복시키면 금세 외우기에 속도가 제법 괜찮았다.


처음으로 수학에서 80점 후반 대를 맞으며 수학 지필성적이 크게 올랐다.

앞서 언급했듯 이 학교에서 수학 90점 이상을 맞는 아이들은 전교에서 4%도 안되기에, 80점 후반대면 반에서 손에 꼽는 상위권이었다. 학원에서 일명 미친 듯 준비시켜 준 덕인지, ADHD약물치료를 시작한 지 1년 가까이 되며 주의집중력이 개선되어서 오른 건지 헷갈렸다. 티라노가 복용하는 *콘서타는 '수학약'이라고 불리기도 하니 ADHD약물치료로 실수가 줄고 집중력이 높아진 효과도 있음은 확실했다. 영어도 실수로 한 문제를 더 틀려서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선방이었다. 

(*출처 : 성인 ADHD의 대처기술안내서 중 발췌)


그렇게 완벽한 교사엄마 주도형 시험공부는 점점 견고해지며 기말고사를 맞이했다.

두 번의 시험이 나름 성공이었기에, 이번엔 욕심을 내어 대비하는 과목수를 늘렸다. 이번 기말고사도 한 달 반 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영어를 시작으로 과학과 국어를 하다가 시험 보름을 앞두고 역사도 시작하자는 게 나의 계획이었다. 영어는 우리 학교 영어선생님이, 과학은 과학교사인 내가 찍은 문제집이었다. 국어도 1학기 출제유형을 직접 분석해서 이에 맞는 걸로 내가 직접 골랐다. 준비는 완벽했다. 


중간고사를 안본 과목들이 골치였다. 과학, 국어, 역사 시험범위가 무려 책의 절반이었다! 영어는 하던 대로 프린트를 시작으로 문제집까지 훑었다. 과학과 국어는 교과서를 먼저 정독한 후, 내가 일타강사처럼 옆에 앉아 중요한 개념 위주로 가르치며 시작했다. 범위가 워낙 많기에 문제집을 전부 풀긴 어려웠지만 교과서의 모든 문제는 출제 대상 1순위기에 탐구와 확인문제까지 놓치지 않고 전부 풀었다. 


역사는 세계사였는데 도통 처음 본 나라들이 한두 개가 아니고, 이상하게도 처음 본 것처럼 너무 어려웠다. 이건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둘 다 공부를 잘했었는데 도대체 왜 기억이 전혀 안 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첩첩산중, 시험범위도 엄청나기에 결국 우리는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과 나는 이과출신이라 세계사는 중학교 2학년 사회시간에 유럽 역사만 잠깐 배우고, 그 이후론 단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다. 배운 적이 없기에 기억이 날 리가 만무했다. 배운 적이 없으니 엄마주도형 공부 역시 불가능했다.


아무튼 그렇게 티라노 입장에선 최선을 다하며 매일 조금씩 기말고사 준비를 했다. 한 달 반이었지만 그 많은 시험범위를 가진 여러 과목들을 하루에 고작 그 정도 공부해서 90점 이상이 나오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여긴 시험이 어렵기로 소문난 학교였다. 우리 딴엔 한다고 했기에 A가 없다는 게 다소 아쉬운 결과였지만 공부한 과목들은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맞으며 2학년이 끝났다. (자녀 성적에 대한 만족감은 상대적임을 잊지 말라.)


3학년 첫 중간고사, 수학과 과학만 보네! 딱 기다려~

중간고사 가정통신문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수학은 학원에서 완벽하게 준비를 시켜줄 터였고, 마침 내가 중학교 과학교사니 이건 하늘이 준 기회였다. 마침 중간고사라 범위도 많지 않았다. 2학년 중간고사때처럼 시험 한 달 전부터 가능한 하루 공부량만큼 과학 공부를 했다. (더 시키고 싶지만 늘 그렇듯 한 시간 반이 지나면 기진맥진 녹초가 되어 뛰쳐나간다.) 


중학교 과학교사, 중학생 아이 과학시험 이렇게 공부시켰다.

1. 오늘 공부할 소단원의 교과서 본문을 정독한다. 

2. 중요한 개념 위주로 내용을 설명해 주며 이해시킨다. (혼자 할 땐, 전체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정독하거나 필요하다면 EBS와 같은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3.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탐구활동을 포함한 문제들을 빠짐없이 전부 푼다. 

4. 시간이 되면 문제집을 푼다. (보통은 교과서 문제까지 풀면 티라노의 모래시계가 끝나 문제집을 못 푼 채 공부가 끝나버린다.) 


시험범위가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이해를 잘해서 자꾸 놀라곤 했다. 왜냐하면 티라노는 검사결과 웩슬러 IQ가 89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아무리 봐도 그 어렵다는 달의 운동마저 잘 받아들여서 더 기대가 됐다. 물론 시간이 부족해 문제집은 대부분 못풀었지만, 과학교사인 내가 직접 끼고 가르쳤으니 자신만만한 마음이었다.




내용이 길어져 2편으로 나누어 연재합니다. 

오늘은 학군지에 사는 ADHD중학생의 100% 교사엄마 주도형 시험공부 과정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완벽했던 엄마주도형 공부가 끝난 이유' 글이 이어집니다.


늘 관심 가져주시고 읽어주셔서 위로가 되어 오늘도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읽는 분들께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는 글을 쓰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전 09화 완벽한 '교사엄마 주도형 공부'가 시작된 이유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