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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수리 May 17. 2023

캐나다 육아

기준과 행동지침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 잘해보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어찌할 바를 모르던 시절이었다. 나는 육아서적과 강연 등을 부지런히 찾아 읽고 들었다. 말 그대로 “육아를 책으로 배웠어요”인 셈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배우면 배울수록 더 어렵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 당시는 아직 오은영선생님이 나타나기 이전으로, 한창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던 때다. 그 당시 수많은 책들과 강연의 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려면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행복하려면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

     “아이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라”.

   정말 좋은 말이지만, 모두 뜬구름 잡는 소리다. 내가 알고 싶은 건 마트에서 애가 찡찡대고 조르고 난리 칠 때 어떻게 달래서 와야 좋은 엄마인가, 즉 행동지침인데, 자꾸 추상적인 좋은 말들만 했다. 동생을 때리고 밥상을 뒤엎는 아이를 어떻게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엄마가 먼저 행복할 수 있단 말인가? 아이의 이상행동이 내가 사랑의 눈으로 안 보고, 내가 행복하지 않고, 내가 마음을 공감해 주지 못해서인 것만 같아 자꾸 자책과 실망만 되었다. 교회에 갔더니, 아이는 하나님이 키워주시는 거라고 엄마가 기도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아, 그래서 입시철이면 엄마들이 철야기도를 하는구나 깨달아졌다. 우리 아이가 잘못되면 나의 기도가 부족한 것이라 생각하니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아니, 다른걸 다 떠나서 아무리 기도를 해도, 아무리 “우리 OO가 그랬구나!”를 연발해도, 아이의 마음을,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문득, 구글에 물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뉴욕 살 때 식당에서 본 미국 아이들이 자리에 조용히 앉아서 식사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신기해서 서양사람들은 애들을 어떻게 키우나 궁금해하지 않았던가. 구글검색창에 “Parenting”이라고 치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영어권 나라들의 전문과 비전문 사이트, 개인블로그 등 자료가 넘쳐났다. 그야말로 노다지가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열심히 자료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인들의 육아노하우를 정리해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첫째, 대체로 기준이 명확했다. 둘째, 기준에 따라 훈육지침이 명확했다. 셋째,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상황들이 문제가 아닌 발달과정임을 알림으로써 불안을 줄여주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인들보다 우월하다거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는 ‘효’를 중시하는 유교문화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관심을 그들보다 뒤늦게 발전시킨 건 맞는 것 같다. 아직도 아이들을 자기 소유로 여겨 동반자살을 한다거나, 훈육을 핑계로 학대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배운 것을 실전에 써먹어 보았다. 먼저 가족이 모여 가훈 혹은 가족규칙을 만든다. 물론 대부분 엄마 뜻대로 정해지지만,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서 정하는 모습을 하는 것으로 규칙의 정당성이 만들어진다. 우리 집의 경우는 ‘안전하기, 존중하기, 건강하기’ 세 가지로 정했다. 이렇게 기본 규칙을 정하고 나면, 일상의 잔소리가 쉬워진다. 가령, 아이가 불량식품을 사달라고 할 때 거절의 이유가 명확하다. “이건 안 좋은 재료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 건강하기 규칙에 어긋나서 안 되겠어.” 아이가 백화점에서 뛰어다닐 때, “여기서 뛰면 안전하지가 않아. 그러니까 뛰면 안 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먹힐 때도 있고 안 먹힐 때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무언가 기준이 있다는 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안정감을 주는 면이 있었다. 

    가정은 최소단위의 공동체라고 한다. 사랑으로 만들어진 공동체 말이다. 그러니 엄마가 아이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말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내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고 싶지 않은 엄마가 있을까? 공감할 방법을 모를 뿐이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뜬구름 잡는 소리는 그만하자. 대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이야기하자. 그래서 나처럼 헤매고 있을 많은 엄마들이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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