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수백 개의 렌즈가 탐욕스러운 눈처럼 그를 겨누고 있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 세례는 그를 심문하는 고문실의 조명처럼 뜨겁고 집요했다.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인 남자는, 그 모든 빛과 소리의 한가운데에서 마른 입술을 축였다. 영화와 드라마의 주연을 꿰차고, 한 달에 광고를 여덟 개씩 찍어내던 남자. 사람들은 그를 '슈퍼맨'이라 불렀다. 완벽한 외모, 흠잡을 데 없는 연기, 그리고 소년 같은 미소. 대중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그의 삶은 한 여자의 등장으로 180도 뒤틀려 버렸다.
"저 "
어린 사내아이의 손을 잡고 나타난 여자는 자신이 남자의 숨겨진 배우자라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다. 소속사는 극성팬의 망상으로 치부했고, 언론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여자가 방송국에 제출한 친자확인서, 그 종이 한 장이 모든 것을 바꿨다. 대중과 매체는 피 냄새를 맡은 피라냐처럼 그에게 달려들었다. 뒤늦게 소속사가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한번 타오른 불길은 그의 모든 것을 삼킬 기세로 번져나갔다. 결국 그는 이 기자회견장까지 내몰렸다.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사전에 공지한 바와 같이 질문은 따로 받지 않으니 양해 바랍니다.” 사회자의 차가운 멘트와 함께, 그의 마지막 연기가 시작되었다. 남자는 준비해온 원고를 기계처럼 읽어 내려갔다. 적절한 순간에 목소리를 떨었고, 계산된 타이밍에 고개를 숙였다. 카메라 렌즈 너머, 자신을 동정할 수많은 대중을 향한, 그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연기였다.
“7년의 긴 연습생 시절 동안, 저는 스스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일주일에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정자은행’에 대해 듣게 됐습니다. 가진 것이라곤 큰 키와 외모밖에 없었던 저는, 제 유전자가 비싸게 거래될 수 있다는 말에...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병원에는 정자 기증이나 보관에 대한 어떠한 기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건 어떻게 된 겁니까?” 한 기자가 그의 연기를 가차 없이 끊고 외쳤다. 남자의 동공이 순간 미세하게 흔들렸다.
“정식 절차가 아닌, 중개인을 통해 이뤄진 일이었습니다. 그땐 제가 너무 어렸고, 그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부인이라고 주장하는 여자와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겁니까? 정말 확실합니까?” 같은 기자가 집요하게 파고들자, 사회자가 중재에 나섰다.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남자는 잠시 숨을 고르며 감정을 추슬렀다.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물기가 어려 있었다. “그 여자는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의도로 저에게 접근했는지는 경찰 조사를 통해 명백히 드러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모든 것을 걸고 맹세코, 그분과 어떠한 관계도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스물일곱,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내던 슈퍼맨은 어느새 아이처럼 울먹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는 깊이 허리를 숙였다. 수많은 플래시가 그의 무너진 모습을 게걸스럽게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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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집 현관문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의 소음과 빛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고요한 어둠이 그를 맞았다. 거실에는 은은한 노란 불빛을 내뿜는 스탠드 하나만이, 마치 누군가를 기다린 듯 켜져 있었다. 남자는 거실을 가로질러 자신의 방문을, 죄인처럼 조심스럽게 열었다.
침대 위에는 작은 아이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한 여자가 그림자처럼 가만히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모든 언어는 이미 기자회견장에 쏟아내고 온 뒤였다. 여자가 소리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 있는 남자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자신의 손바닥이 찢어질 듯한 아픔을 느낄 정도로, 그의 뺨을 힘껏 올려 쳤다.
짝-!
날카로운 파열음이 고요한 거실의 공기를 갈랐다. 남자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돌아갔다. 뺨을 맞은 것은 분명 그였으나,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여자였다. 그녀의 눈물은 배신감의 다른 이름이었고, 세상 앞에서 산산조각 난 진실의 무게였다.
“짐승만도 못한 쓰레기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