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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리셋코치 Mar 06. 2022

당신의 '바쁨'에 관한 고찰 1

늘 바쁘다는 건 어쩌면 무능함일 수도 있다!


인사  / Personnel affairs, Human resources(HR) affairs


인사는 한자 뜻으로 보나 영어 의미로 보나 결국 '사람'과 관련된 모든 일이다.


난 오랜 기간 조직에서 인사업무와 사내 코치 역할을 병행했다. 5 감각이 모두 발달한 초민감자로써 남들보다 다소 발달한 사람과 심리에 대한 관찰력이 더 개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동안 많은 직원들을 지켜보며 그들에게서 나타나는 다양한 특성과 성향에 대해 늘 관심을 가져왔다.


관심은 관찰이 되고 관찰은 인식을 통해 이해로 발전한다. 무언가 관심을 갖고 관찰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통된 특성이나 패턴이 발견될 때가 있다. 일부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성이나 고유의 성향인 경우에는 그런가 보다 하지만 특정 패턴이 발견되거나 범주화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난 호기심이 발동된다. 




그런 호기심이 발동했던 사례 중 하나가 조직에서 직원들이 보이는 '바쁨에 관한 고찰'이었다.


'바쁘다'의 사전적 의미는 '일이 많거나 또는 서둘러서 해야 할 일로 인하여 딴 겨를이 없다'이다.  


회사에서 직원들이 보이는 바쁨은 보통 몇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진짜 바쁜 경우다. 


여기에는 딱히 덧붙일 말이 없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이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부분이다. 인원 충원을 하든 업무 분장을 새로 하든, 조직의 시스템이나 프로세스상에서의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여주든.... 개인의 혼자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다. 


물론 이런 만성적인 바쁨 외에도 일시적인 바쁨이 있다. 중요한 프로젝트에 들어갔다거나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일정 등으로 인해 해당 기간 동안 정신없이 바쁜 경우다. 이건 그 시기가 지나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본인 스스로가 바쁨을 자초하는 경우다. 


주로 관리자급 이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맡기고 나누면 되는 일을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스스로 내려놓지 못하는데서 오는 바쁨이다. 관리자급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마인드는 실무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종종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권한 위임과도 관련된 부분이다. 


협업 역량이 부족한 경우도 바쁨을 초래한다. 타 부서와의 협업이나 같은 팀원들 간 의견 공유 등을 통해 좀 더 빨리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대인관계 역량이 부족한 경우 혼자 해결하려다 보니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많아진다.  



**세 번째는 시간관리와 스케줄 관리를 못하는데서 오는 바쁨이다. 


예전에 같은 부서에 비슷한 경력의 직원 둘이 있었는데 직무도 동일한 마케팅 업무였다. 담당하는 프로덕트가 다른 것 빼고는 모두 동일했는데 이 중 한 명은 비교적 퇴근이 빠른 반면 다른 한 명은 매일 늦은 시간까지의 야근이 일상이었다. 관찰과 면담 이후 내린 결론은 직무 역량의 차이라기보다는 일하는 방식의 차이라는 거였다. 


대게 시간관리 역량, 스케줄 관리 역량 및 업무 몰입도에서의 차이가 이런 다른 결과를 낳는다.   실제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르고 일 잘한다고 느꼈던 직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월 단위나 주 단위 업무뿐 아니라 주 단위 업무를 하루 단위로 나누어 그날 마무리해야 할 일을 정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정할 때 긴급도와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운다. 


즉 의식의 흐름대로 갑자기 생각나는 일을 먼저 처리하는 게 아니라 긴급도와 중요도를 따져 먼저 끝내야 하는 일에 집중한다. 집중력이 향상되는 시간이 오전인지 오후인지를 따져 일을 배분하고 갑자기 끼어드는 일들 [타 부서 요청, 상사 요청, 갑작스러운 회의 소집 등]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발휘한다. 


누군가의 요청사항에 일일이 바로 피드백을 하다 보면 나의 본연의 업무 흐름이 끊길 때가 많다.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는 간단한 일이라면 상황에 따라 바로 처리해 주면 되지만 늘 그런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알겠다고 대답만 한 후 언제까지 완료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비협조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 요청사항의 긴급도 정도를 파악한 후 언제까지 처리해주겠다고 얘기해 나의 긴급한 업무를 먼저 처리할 시간을 확보하는 게 좋다. 아니면 그냥 솔직하게 지금 급히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있는데 이거 끝나고 바로 요청한 부분 진행하겠다고 상대방의 양해를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게 무언가를 요청한 사람의 경우 상대방이 말로는 알겠다고 대답한 후 언제까지 해주겠다는 확답이 없는 것보다는 차라리 바로는 아니더라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아는 게 훨씬 더 낫다. 


일 잘하는 직원들은 이처럼 긴급도와 중요도를 바탕으로 그날 끝내야 하는 일에 대한 데드라인을 정하고 중간중간 끼어드는 일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발휘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의도적으로 바빠 보이는 걸 자신이 선택한 경우다. 


이런 직원들의 특징은 아무도 물어본 적 없는데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요즘 얼마나 정신없는지를 늘 말과 행동으로 어필한다. 때로는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자신이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표정과 동작으로 보여주곤 한다. 


책상에는 정리되지 않은 서류와 파일이 잔뜩 쌓여있어 윗사람이 급하게 자료 요청 시 서류 찾는 데만도 한참이 걸린다. 이메일함은 폴더 별로 정리가 되어있지 않고 주기적으로 삭제하지 않으니 수백, 수천 통이 그대로 쌓여 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받은 이메일을 결국 찾지 못해 늘 누군가에게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하곤 한다.

 
남들이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동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바쁘다고 얘기하는 그 사람이 부동산이나 주식 정보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대표적인 월급루팡...


두 번째와 세 번째에 해당되는 경우는 본인이 자각한다면 개선의 여지라도 있지만 네 번째의 경우는 개선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 유지가 가능하다는 건 어쩌면 조직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특히 리더의 위치라면 지나치게 바빠 보이는 것에 대해 한 번쯤은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늘 정신없이 바빠 보이는 상사를 직원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바쁘고 스트레스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여유가 느껴지는 리더가 있는 반면 그런 상황 자체가 필터 없이 투명하게 보이는 리더도 있다. 


예전에 어떤 임원분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정도 연봉받는데 일 많고 책임 많은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회사에서도 그러라고 그 돈과 직급을 주는 거고요. 당연한 걸 티 내는 건 무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늘 바쁘다는 걸 온몸으로 티 내는 어떤 부서장에 대한 못마땅함에서 나온 얘기였다.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이긴 했지만 사실 틀린 말만은 아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지나치게 바쁘고 분주해 보이는 게 오히려 남들 눈에는 무능해 보일 수 있다. 자리를 감당할 역량이 되지 않은가 보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너무 바쁘다는 걸 굳이 남들한테 들킬 필요는 없다. 늘 바빠서 정신없어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더 중요도 높은 큰 일을 시킬 수 있을까? 


이건 직원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어떤 리더가 나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부서원에 관한 고민이었다.  부서원이 자신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데 왜 다른 직원한테만 기회를 주냐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문제는 깜냥은 안되는데 일 욕심만 있어요. 지금 하는 일만으로도 허덕이는 게 보이는데 중요한 프로젝트라는 게 보이니까 욕심은 나나 봐요. 그럼 적당히 티를 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업무 갑자기 몰리고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 다 느낄 정도로 투명하게 드러내지를 말던가...."


답답한 마음에 나오는 솔직한 하소연이었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적당히 감추는 것도 일종의 역량이다. 지나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 너무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걸 티 내지 않는 것. 바쁘다는 걸 굳이 나타내지 않는 것 등등.  

 
특히 바쁘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바란다. 정말 일이 많아 바쁜 건지 아니면 효율성 떨어지는 나의 업무 스타일 때문인 건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진정 나를 바쁘게 하는 건 나의 업무일까 아니면 나의 업무 스타일일까?


늘 바쁘다는 건 어쩌면 무능함일 수도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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