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이 강박이 될 때..
마음이 정리됐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몸이 영향을 받는 걸 보면.
몸과 마음은 마치 요철처럼 연결되어 조금의 틈이라도 생기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도 같다. 몸이 안 좋아 마음이 피폐해지는 건지.... 마음이 안 좋아 몸이 피폐해지는 건지...
연초부터 짜증 나는 일을 겪고 그냥 액땜했다 생각했는데 액땜으로 받아들이기 애매한 일이 한 번 더 발생하고 나니 '이건 뭐지?'싶다.
남 탓하는 걸 두드러기 날 정도로 싫어해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이런 생각의 습관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자리 잡아 이제 꽤나 능숙해졌다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벌어진 일, 잘잘못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어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넘겼는데 머리로만 그랬을 뿐 마음까지는 아니었던 거다.
그런 마음이 미진하게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류는 다르지만 엇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지니 '이건 뭐지?'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닐 때도 있다. 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괜찮지가 않다.
어제 마침 다른 용건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일이 생겨서 그런 나의 생각과 상황을 전달했다. 전달한다고 달라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종류는 다르지만 마음이 상했던 다른 일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 중이다. 그러려니 넘겨야 할 일인지 아니면 추후라도 명확히 해야 할 일인지 아직 확신이 서질 않는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대신 그 과정 중에 배운 건 뭔지를 생각하는 습관은 나를 많이 성장시켰다. 하지만 이번에 깨달은 건 일종의 강박처럼 내가 결과에 맞춰 긍정적인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직시였다.
'불편한 감정 바라보기'와 '과한 감정 바라보기'는 내가 늘 강조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나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바라보지 않은 채 긍정적인 의미부여라는 다음 단계로 그냥 건너뛰어 버렸다.
나의 불편한 감정의 원인이 뭔지 모른 채 매일 감사일기로 긍정 거리를 찾는다고 불편함의 본질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건 그냥 불편함을 감사함이라는 이불로 보이지 않게 살짝 덮어두는 거나 다름없다.
억지로 노력하는 긍정이 아니라 그냥 나의 불편한 감정을 바라보고 수용하는 것이 먼저다.
"괜찮은 줄 알았지만 그건 자기 최면이었을 뿐 사실 난 괜찮지 않아!"
긍정은 강박이 아니다. 꼬여있는 나를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 강박적 긍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제부터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