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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Oct 22. 2023

하루에 몇 번 포옹하세요?

나에게 목요일은 ‘포옹데이’이다. 원 없이 안아주고 원 없이 안기는 날. 바로 7세와 8세들의 무용치료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잘 해주지도 못하는 선생님을 어쩜 그리 사랑해주는지 얼굴을 보면 저 멀리부터 달려오기 시작한다. 그럼 나는 다리를 구부려 키를 그 아이만큼 낮춰주고 양팔을 벌려 아이를 기다린다. 

전속력으로 달려온 아이가 숨이 막힐 정도로 세게(때로는 아플 정도로) 와서 부딪히듯 목을 끌어안으면 그제야 나도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꼬옥 안아준다. 한 아이를 그렇게 안아주기 시작하면 다른 아이들도 최선을 다해 안아주어야 한다. 한 명도 서운하지 않게 안아주는 동시에 안기는 그 포옹에서 안정감과 행복감을 만끽한다.

유독 많이 안기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다. 둥글게 자리 잡고 앉아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책상다리자세 사이를 파고들어 아기처럼 안기려고 하는가 하면 수업시간 중간 중간 활동을 하다가도 한 번씩 와서 안긴다. 친구 때문에 속상할 때, 넘어져서 아플 때, 너무 재밌을 때, 갑자기 뭐가 생각나서 말할 게 생겼다며 아이들은 나를 찾아 때마다 안아주고는 다시 가서 놀이를 시작한다. 

가족치료의 선구자인 버지니아 사티어는 포옹을 가장 중요한 인간의 생존과 성장의 요소로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하루에 네 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삶의 유지를 위해서 하루에 여덟 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그리고 성장을 위해서 하루에 열두 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 네 번, 근근이 살아가기 위해서만도 하루 여덟 번의 포옹이 필요하고 더구나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충만하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열두 번이나 되는 포옹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이 말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 그럼 난 벌써 사망이라는 분도 있겠지만 포옹이 주는 다양한 효과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옹을 하면 우리 몸에는 사랑호르몬이라고 알려진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기분을 좋게 하고 면역체계를 향상시킨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감소시켜 심리적인 갈등이나 불안을 낮추고 나아가 사회적으로는 타인과의 친밀감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한다. 공감, 신뢰, 우정, 관용, 애타 등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꼭 필요한 긍정적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또한 옥시토신은 도파민의 수치를 높이는 역할도 하는데 도파민 역시 감정조절을 돕고 삶의 의욕을 높인다. 

우리나라는 유독 포옹에 인색하다. 중학생이 된 아들도 한 번 안아주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독일에 갔을 때 가장 눈에 들어왔던 장면들은 수없이 많았던 포옹 장면이다. 공항에서 헤어지지 못하고 연세가 지긋한 엄마와 아들이 한참을 끌어안고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괜스레 마음이 뭉클했고 취리히에서 다시 독일로 돌아오는 버스정류장 앞에서 연인이 꼭 안고 서로를 바라보던 장면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된다. 기차역에서, 거리에서, 카페에서 너무나 많아서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를 안아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루 열두 번의 포옹이 그들에게는 전혀 힘들지 않은 일일 듯싶었다. 

포옹만큼 친밀감을 진하게 전하는 방법이 있을까? 격려하거나 위로하거나 반가울 때 포옹만큼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이 봄에는 망설이지 말고 포옹으로 마음을 전해볼 수 있다면 좋겠다. 특히 요즘같이 날이 추웠다 더웠다 바람이 쌩쌩 불어대는 꽃샘추위로 온기가 필요한 이 때, 가까운 이들을 안아줘 보면 어떨까. 혹시 안아줄 사람이 없다면 반려견이나 반려묘 등의 동물이나 곰인형 같은 패브릭, 또 자기 스스로를 안아주는 것도 뇌가 포옹으로 인식하고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이것도 저것도 다 안 된다면 경청이나 명상, 운동, 감정 표현하기 등으로도 대체할 수 있다고 살짝 귀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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