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영 Feb 19. 2020

대체 무용치료가 뭐야???

무용치료를 쉽게 이야기해야 한다면.



친한 언니랑 오랜만에 카페에 마주 앉았다. 학위논문쓰랴 취재하고 공연보고 리뷰하랴. 무엇보다 매주 정기적으로 있는 무용치료 세션 때문에 도통 시간이 나지 않았기에 그동안 누군가와 수다를 떠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 끝나고 뭐처럼 비수기를 맞은 지금. 코로나 때문에 새로 시작하기로 한 치매안심센터 수업이랑 개인 세션도 취소되는 바람에 방학 내내 아이들이랑 뒹굴거리고 있던 차에 기분 좋은 외출이었다. 

이런저런 안부가 이어지던 중 언니가 물었다.


"근데 도대체 무용치료가 뭐야? 무용 수업하고 뭐가 달라? 가서 네가 뭘 하는 거야?"


무언가 한 마디로 정의해 주어야 할 것 같은 부담에 고민을 살짝 했다. 


"무용으로 그 사람 마음을 치료하는 거지."

"그니까 어떻게?????"


대략 난감. 이럴 때 쓰는 말이었나?


'그래, 모든 사람이 이런 걸 궁금해할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다 진지하게 언니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고 그것을 이렇게 브런치에 소개하기로 했다. 


어떤 사람은 내가 무용치료를 한다고 하니 여기저기 평소에 아프던 신체부위를 고쳐 달라며 말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무용가들 중에서도 무용치료를 신체 재활치료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무용치료는 무용동작심리치료이다. 무용이라는, 더 넓게 얘기하자면 숨을 쉬는 것부터 시작한 움직임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심리적 작업을 한다. 지금껏 내가 만난 사람들을 소개하자면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 군인, 초등학교 아동부터 중, 고등학교 학생들 , 그중에 학교 폭력 가피해 학생들도 있었고 대학생 학업 스트레스를 위한 그룹도 있었다. 부모교육, 아이와 함께 하는 부모 무용치료도 있었고 일반 성인의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이거니와 노인들, 일하는 노인, 치매예방 프로그램도 진행했었다. 소년원, 청소년, 성인 장애인과 아동 장애인, 장애인을 형제자매로 둔 아동, 장애인의 부모도 만났고 유치원 교사, 공무원, 어느 대학의 교직원 등의 일정 직업군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내가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동료 치료사들이 만난 대상자들 중에는 상이군경도 있고 성폭력 피해 여성, 보육원, 폭력피해 여성 등의 그룹이나 보호시설, 트라우마를 가진 분들도 있다. 그러니 사실 무용치료의 대상자는 특정한 누군가라기 보다는 누구나가 될 수 있고 목적 역시 심각한 정식적 외상의 치료에서부터 건강한 관계 맺기, 감정 조절하기, 스트레스 해소하기 등의 일상에서의 문제까지 포괄한다.

그 언니가 궁금했던 건, 그런 그들과 만나서 어떤 걸 하느냐이다. '그들과 무슨 춤을 춰??'라는 물음이 가득 담긴 눈동자가 질문을 대신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용이라는 단어에 걸그룹의 춤을 생각하거나 한국무용의 살풀이 같은 것. 혹은 사교댄스나 더 나아가 에어로빅 같은 것을 연상하기도 한다. 무용치료에서의 무용은 앞에 살짝 언급한 것처럼 호흡으로 시작하여 리듬에 맞춘 춤까지, 우리의 움직임 전부를 사용한다. 

우리는 모두 숨을 쉰다. 그런데 혹시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너무 엄청난 일이 나에게 닥쳤을 때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던 경험. 숨을 길게 내쉬는데 '후~~~'하고 부드럽게 바람이 불어지는 것이 아니라 '훅훅훅훅'  하면서 숨이 돌밭을 구르는 바퀴처럼 덜덜덜거려본 적 있는지.  내가 만난 정신과 환자들 중에는 자신의 의지대로 호흡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셨다. 세게, 혹은 약하게, 점점 세게, 점점 약하게 숨을 조절하는 것이 과제가 되는 그들에게 티슈를 불어 숨을 확인하거나 양손바닥 가득 꽃잎을 올려 두고 바람을 불어 날리게 하는 움직임들을 진행했다. 숨을 쉰다는 것. 내가 내 의지대로 숨을 쉬어낸다는 것은 그 어디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있음을 확인시키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지금 내 안에 휘몰아치는 감정들, 문제들을 잠재우고 개선시킬 준비가 된 것이다.  

세션 가운데서 극적인 효과를 내면서 궁금증 가득했던 언니에게 해주었던 이야기 중 한 가지의 사례를 더 소개한다면 바로 미러링이다. 그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거울처럼 따라 하는 움직임은 생각보다 훨씬 큰 능력을 가진다. 지역아동센터에서 개인 세션을 진행하던 아이의 마음 문을 열 수 있었던 것도 병원에서 무뚝뚝한 얼굴로 늘 불만이 있던 할머니의 얼굴에 미소를 띄운 것도 미러링 덕분이었다. 구부정한 자세로 불편하게 걷는 환자에게 구부정하게 있음을 알려준 건 '당신 지금 굉장히 불편하게 걷는 것 알고 있나요?'라는 말이 아닌 나의 동작을 그가 미러링 하고 그의 동작을 내가 미러링 하면서 스스로 깨닫게 된 바로 닮은꼴 움직임 때문이다. 특히 정신과 환자들은 무게감 없이 걷는 걸음이 특징이라 현실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무게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때도 가벼운 그들의 움직임을 미러링 하면서 나의 무게감을 그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발을 쿵쿵 걸어보라는 말 대신 움직임으로 말을 거는 것이다. 

무용치료는 '내가 힘들다' 혹은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말로 할 에너지조차 없는 이들에게 필요하다. 자신이 가진 문제가 너무 커서 자신조차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문제를 언어로 뱉어내기조차 두려운 이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차마 언어로 구체화시켜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사람에게 필요하다. 움직임은 그 어떤 비밀 얘기도 부담 없이 가능하게 하고 그 어떤 소원도 구체화할 수 있으며 자기도 모르던 무의식을 떠올려내기도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지난 세션들을 회상하며 글을 쓰다 보니 춤이 추고 싶어 진다. 

이전 02화 현대무용이 어려운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