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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릿한 달팽이 Dec 18. 2020

꿈 타령에 대처하는 자세


초등 고학년 때도 그랬지만 중학교에 가면 장래희망과 관련된 활동을 엄청나게 많이 하는 시기가 있다. 입학하자마자 기본 서류에 자기 장래희망을 쓰는 칸이 있고 심지어 부모가 원하는 아이 장래 직업을 쓰는 칸도 있다. (응? 그건 왜요?)



학과목 활동에서도 장래희망 글쓰기며 다양한 활동이 있다. 학교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꿈'이라고 표현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원하는 직업'을 말하는 것)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하라고 하던 시절의 반대 급부로 진로나 '꿈'을 강조하게 된 건 이해한다. 그런데 가끔은 부아가 나기도 한다. 열네 살짜리 아이가 지금 꼭 원하는 직업이 있어야 하나? 그것도 딱 하나만 정해서 달려야 하나?


(장래 희망 직업이 있는 아이들도 동아리 활동이든 뭐든 굴비처럼 그 직업과 엮어서 과제를 냈다고 들었다.)




첫째 아이는 아직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없다. 쥐어 짜내도 없다. 그래서 이런 숙제를 할 때마다 괴로워한다. 자기는 뭘 써야 하냐며. (아이는 예전부터 '다른 아이들은 다 꿈이 있는데 나만 없다'며 은근히 위축되어 보이곤 했다.)


나는 얘기한다. 지금 하고 싶은 거 없어도 괜찮다고. 다른 친구들 중에 너처럼 억지로 지어내는 애들도 분명히 있다고. 숙제는 아예 황당한 직업으로 얘기를 지어내지 말고 네가 관심 1이라도 있는 일을 찾아서 여러 가지 써보라고. 그 일과 관련된 직업을 두세 개 찾아 써보고 순서를 정해서 아님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로 엮어보라고 말이다. 어차피 살면서 적어도 세 가지 이상 연달아 또는 동시에 다른 일을 할 테니까. (두세 가지 직업 얘기를 쓰다 보면 분량도 많아지니 일석이조.)




지금 3,40대 중에 중학생 시절 장래희망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이 유튜버, 독서지도사, 스마트 스토어 운영자 이런 직업을 갖게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직업은 계속 뜨고 진다. 지금 좋아 보이는 직업도 20년 후엔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더구나 성인도 계속 변해가는 사회에서 자기도 변하면서 다양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특정 직업을 빨리 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관심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며 꾸준히 내 성향과 기질에 관심을 기울이는 과정 아닐까. 아무 생각 없이 학교 공부만 하지 말라는 취지가 어릴 때부터 노선을 정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중간에 노선을 바꾸면 입시에 불리해지는 것은 참 아이러니다.




좀 더 있으면 둘째도 이 대열에 합류할 텐데. 하고 싶은 것이 가지가지인 이 아이는 그중 한두 개를 골라 쓰는 게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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