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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에게

20240310 홍대라이브클럽 빵 이장혁 콘서트 감상문


 b형에게.

 안녕하세요. 그간 잘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오늘 봄을 맞아 친구와 함께 이장혁님의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전에 함께 갔었던 공연과 달리 오늘은 단독공연은 아니었고, 장소도 곱창전골이 아닌 라이브클럽 빵이었습니다. 바로 옆 건물이라 옛날 생각에 곱창전골 입구에 가보니 인기척이 없어 설마 폐업한건가 적잖이 놀랐는데, 집에 들어와 검색을 해 보니 다행히 제가 영업시간이 아닌 시간에 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꽤나 오랜 시간을 버텨온 가게라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생존의 노하우가 있을텐데도 그런 걱정?을 하다니 아직도 저는 필요 이상으로 오지랖이 넓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오늘 이장혁님의 공연은 뭐랄까, 언제나처럼 아름다웠던 동시에 언제나와는 조금 다르게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앞에 한 쌍의 연인이 앉아 제 시야를 정면으로 가렸기도 했고, 이장혁님이 저번 공연보다 좀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이장혁님에겐 죄송.) 그래서 검색해보니 형과 처음으로 이장혁님의 공연에 갔던 날로부터 어느덧 9년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면 10년인데. 10년이라는 시간을 이장혁이라는 가수와 함께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형도 아직 이장혁님의 노래를 듣곤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오늘 이장혁님이 공연에서 들려준 곡은 노인, jo, 레테, 오늘밤은, 슬픈 토요일, 스무살 등등이었습니다. 형이 좋아했던 ‘얼음강’이나, ‘봄’이 연주되지 않았다는 걸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야 깨닫고 놀라고 있습니다. 저도 무척이나 좋아했던 곡이었고 오늘 공연 안내문?에 봄맞이라는 말이 있었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 곡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만큼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형과 함께 이장혁님의 공연을 보러 다녔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아직도 이장혁님의 노래를 들으면 뭔가 다른 생각을 잘 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형은 제게 왜 이장혁님의 노래를 좋아하는지 물어보셨지요. 불성실한 설명이겠으나 ‘다른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진실에 그나마 닿아있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해드리고 싶은데 그 마음이 9년째 마음만인 것을 보면 그게 언제가 될지, 정말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언젠가 쓰게 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글이 형에게도 전달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고, 찬란했던 그 시절을 함께 견뎌주신 형과 이장혁님에게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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