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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by 류완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무수한 선택의 반복입니다.


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단어와 글자를 선택합니다.

무심히 적어 낸 글 속에도 내 삶 속에서 반복된 선택이 그 단어를 집어내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 글에도 스타일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읽어보면 생각보다 창의적이지 못하고 늘 비슷한 문체로 글을 찍어내는 기분이 듭니다.


아마추어라는 말이죠.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글,

평범하고 예측 가능한 내용들,

문맥이 어수선하고 중구난방의 문장들,

읽고 또 읽을수록 구멍이 크게 보입니다.


나와 같은 아마추어 작가에게도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즐겨 쓰는 방법이고 느리지만 조금씩 글 쓰는 실력을 키우는 길이기도 합니다.


첫 글은 떠오른 대로 자유롭게 써 내려갑니다.

내 생각 내 기분이 오롯이 전달되도록 글을 써 내려가는 도중에는 막힘없이 써 내려갑니다.

결론은 어렵습니다.

생각나지 않으면 기, 승, 전까지만 써 두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서랍에 넣어 보관합니다.





여유가 있다면 거의 매일 꺼내어 읽고 수정하면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보다, 아니 생각 이상으로 게으릅니다.

인정하시죠? 아니라면 저만 그런 걸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며칠에 한 번씩 서랍에 담긴 글을 꺼내어 읽습니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색한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단어를 바꾸어 보고, 문장을 뒤집어도 봅니다.

더 쉽고 편안한 글이 되었습니다.

한 번씩 꺼내어 읽을 때마다 내가 쓴 글이 조금씩 타인의 글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감정이 저는 좋습니다.

이 글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읽힐지를 알아가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김소월의 진달래 꽃도 처음 발표 된 후, 지금의 시가 되기까지 3년이 넘는 각색을 거쳤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개인적인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벌써 6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서랍을 들추며 지난 그들에 숨을 불어넣었던 시간입니다.


스스로 만족할만한 글도 있었지만 다시 읽어 보면 이게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싶은 글도 있습니다.

그 모든 글들이 나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때로는 단정하게 정성을 들여 다듬기도 했지만 얼렁뚱땅 걸쳐 입고 나온 글도 있습니다.

중구난방이지만 모아보면 모두 내 모습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그런 것 같습니다.

내 생각과 모습을 문장과 글로 직조하는 작업,

그러기에 정직하고 솔직할수록 좋은 글이 아닐까 개인적인 생각을 펼쳐봅니다.

아직은 숨기는 마음이 많아 부족한 글이 많습니다.

날카롭고 얼룩지고 상처 난 부분은 쉽게 다듬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정성껏 시간을 두고 깎아낸 속 살은 제법 읽기 좋은 내용으로 변모합니다.

이제 당신께 쉽고 편안한 이야기로 다가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공감하면 내 글은 우리의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그 과정을 사랑합니다.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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