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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진 Mar 15. 2022

유리 바다




찬연히 빛나는 창을 넘어 하얀 조각들이 공중으로 사라진다. 마치 어떤 고장의 바다 위를 날던 날치  같았다. 뾰족하게 가시 돋친 비늘이 유리창에 붙어 있고,  위를 뿌유스런 안개가 살포시 덮었다. 괜히 마음을 쏟아 보고 싶어져 눈을 가까이 대보았다. 다감한 마음이 든다. 시원하게 새벽바람과 달리다 유리에 부딪혔다.  자리에서 뿌리내려 겨울꽃을 담상담상 피워냈다. 그리고  꽃은 매끄럽고 차가운 유리 바다 위에서 찰방찰방 가시 별을 띄운다.  


여러 계절이 왔다가 가고, 다시 왔다가 갔다. 유리 바다를 가득 채우던 겨울의 조각은 다음 계절의 파도에 밀려가 영영 오지 않을  같다가도 결국에야 다시 왔다. 나는 길을 걷다 유난히 얼어붙은 창문 앞에 서있다.  겨울꽃들이 옹기종기 엉겨 붙어 서로를 껴안고 있다. 그 모양 하나하나 예쁜데, 이제껏 봐본 적 없는 모양이다. 눈의 조각조각이  개로 나뉘어 생긴다는  작은 결정 위로 햇살이 참참이 내려오고 있었다. 이제 눈이 녹는다. 얼어붙은 창문을 활짝 열기 ,  계절의 가장 예쁜 마지막 안녕을 앞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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