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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단 하나의 샷을 글로 남기다

샷은 순간이지만, 글은 그것을 붙잡는다

by 김정락

우리는 골프 연습장에서 수없이 많은 샷을 반복한다.

수많은 샷 중, 골프장에서 단 하나라도 기억에 남길 바라며.

하지만 정작 라운드가 끝나면 그중 몇 개나 마음속에 또렷이 남아 있을까?

샷은 휘발성이다.

공이 날아가는 순간, 감각은 사라지고 우리는 어느새 다음 샷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 잠시 멈춰보기로 했다.

단 하나의 샷을 골라, 그 순간을 글로 붙잡아보려 한다.


페어웨이 한가운데, 150m 남았다.

하늘은 흐리고, 공기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손에 쥔 것은 7번 아이언.

클럽 헤드를 땅에 가볍게 갖다 대자, 차갑고 단단한 금속의 긴장감이 그립 너머로 손끝을 타고 마음까지 전해진다. 발끝은 잔디의 질감을 느낀다. 약간 푹신한 감촉.


심호흡을 깊게 한 번.

오른쪽 어깨를 살짝 내리고, 골반은 목표 방향에 맞춘다. 무릎, 발끝, 시선까지 정렬된다. 머릿속에서 짧은 주문을 되뇐다: 풀스윙, 손목 유지, 클럽 몸 앞 유지, 체중 이동.


클럽을 들어 올리는 순간, 몸은 단단히 고정되어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마음은 한없이 가볍다. 허리에서 어깨, 팔로 이어지는 움직임은 마치 한줄기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다.


손에 전해지는 충격은 의외로 부드럽다. 클럽 헤드의 떨림이 손목에서 팔꿈치를 스치며 지나간다. 그래, 이 느낌. 이 감각을 위해 수없이 스윙해왔다.

공과의 접촉은 마치 찰싹 달라붙은 젤리가 톡 하고 빠져나가는 듯하다.

왼쪽 허벅지는 단단히 버티고, 오른발은 지면을 지지하며 체중을 목표 방향으로 옮기고 있다.

귓가에 작은 ‘툭’ 소리.

순간, 숨이 멎는 듯하다.


샷 글 연습2.png


공은 낮게 출발해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다 점점 속도를 줄이며, 서서히 떠오른다. 하늘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유려하게 솟아오르는 모습에, 시선은 공을 놓치지 않으려 뚫어지게 따라붙는다.

숨조차 얕아진다. 마음은 팽팽히 조여졌다가, 공의 궤적이 정점에 다다르는 순간 풀려나듯 풀어진다.

잠깐, 머릿속을 스친다: “왼쪽 어깨, 조금 빨랐어.”

그러나 이미 샷은 끝났고, 가슴 안에는 후련함이 한가득 차올랐다.


이 한 번의 샷을 이렇게 글로 붙잡아보니, 평소라면 지나쳤을 감각들이 되살아난다.

글은 주의를 확장시킨다. ‘좋았다’, ‘나빴다’로 끝나던 순간이 손끝의 떨림, 발끝의 지지, 가슴속의 설렘까지 되짚게 만든다.


샷은 순간이지만, 글은 그 순간을 붙잡아 남긴다.

그리고 남겨진 글은 나에게 속삭인다.

“넌 이 샷을 온전히 경험했고, 이제 그것은 완전히 네 것이다.”


이제 당신에게 작은 제안을 하고 싶다.

다음 라운드에서, 단 하나의 샷만이라도 글로 써보길.

길게 아니어도 좋다. 감각적으로, 솔직하게.

그 샷은 당신에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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